[WIKI 수첩] 면세점 '대란' "업어치나 메치나...결국 '1등 죽이는' 대한민국"
[WIKI 수첩] 면세점 '대란' "업어치나 메치나...결국 '1등 죽이는' 대한민국"
  • 이 호영
  • 승인 2018.06.05 14:57
  • 수정 2018.06.05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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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조직체이지 개인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판단에 개인에게나 통용될 법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심각한 오류다.

4~5명의 식솔을 거느린 한 가정도 개인에 비하면 운신의 폭은 좁다. 하물며 임직원 1000명 가량의 조직체는 두말 하면 입만 아프다. 롯데면세점 얘기다.

최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찰만 해도 그렇다. 롯데면세점을 향해서는 재입찰부터 비난이 쏟아졌지만 한번 보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계약을 해지했고 임대료가 내려가서 다시 재입찰했을 뿐이다. 거기엔 '사업적 판단'이 있었을 뿐이다.

개인일지라도 계약해지에 대해 '윤리' 등을 운운하며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단지 그에 대한 위약금을 요구하고 지불하면 그 뿐이다. 손해가 더 났다면 그에 따른 배상을 하고 양자간 해결하면 그만이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라면 얘기는 더 달라진다. 더군다나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간이라면 더더욱 얘기는 달라진다.

이윤을 위한 집단에 사업적 판단이 아닌 윤리적 판단이 우선하기를 바라는 것은 뭔가 번지수가 틀린 요구다. 그건 억지다. 기업들의 윤리적 판단처럼 보이는 결정도 거기엔 정말 치밀한 사업적 판단이 전제돼 있다는 것을 마치 모르는 것같다는 제스처다.

이번 인천공항 입찰 기회도 중국 사드 배치발(發) 보복으로 매출은 떨어졌는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롯데면세점이 두손 두발 들고 퇴거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롯데면세점만의 상황도 아니다.

면세업계가 그동안 시내면세점에서 돈 벌어서 만년 적자인 공항 출국장 면세점에다 들이붓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면야 "무슨 엄살이냐, 자업자득이네, 혹은 딴 속셈으로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힐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자 날 것을 예상하고 그나마 간신히 유지라도 하려던 입장이라면 어떨지. 하지만 그게 면세업계 공항 출국장 면세점 현실이다.

'암묵적 동조'. 이번 인천공항 입찰 과정에서 심사위원들도 롯데면세점에 대해 이같은 '암묵적 동조'라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인천공항이 심사 전 그것을 견제할 장치를 얼마나 고민했는지도 의문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그 입찰과정도 공기업으로서 그렇게 당당할 정도로 결코 투명하지 않다. 순위든, 점수든, 평가위원 명단이든 그 모든 것이 '투명하고 분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2013년부터 정치권에서 일명 '홍종학법'으로 시작된 면세업계 때리기, 그것도 업계 맏형격인 롯데면세점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후 해당 법으로 인해 업계가 겪은 파행과 현재의 고전 상황을 보건대 그것은 정말, 제대로 업계를 들여다보지도 않은 '포퓰리즘'의 전형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롯데면세점은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 됐기 때문에 기업 생존을 위해 인천공항과 임대료 담판에 나섰던 것이지만 결국 이같은 행동은 면세업계 전체를 위해 '임대료' 십자가를 진 셈이다.

업계엔 '절대갑'일 수 밖에 없는 인천공항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정면대결로 맞섰다. 사실 이것은 업계 1등이 1등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했다.

집단에서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한 존재는 생존에 취약하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인천공항과의 임대료 공방에서 결국 떨어져나가고 밀려난 것도 롯데면세점과 중소면세점들이다.

너무 강하고 튀는 존재는 집단의 표적이 되기 쉽다. 롯데면세점은 그것을 견뎌내기엔 내부적인 공격과 중국 공격까지 악재가 너무 한꺼번에 엎친 데 덮친 상황이 됐다.

결국엔 업계를 위해 싸운 셈이지만 '자업자득'이라며 어디서도 '동조 받지 못하는' 롯데면세점의 투쟁을 보면서 '1등 죽이기' 1등인 대한민국 고질병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글로벌 1위 공항이라면 롯데면세점도 글로벌 1위를 바라보던 우리 기업이다.

이번 인천공항 입찰에서 드는 생각은 "업어치나 메치나 결국엔 이렇게 정당성을 확보하고 업계 1등 기업을 이런 식으로 죽이는 건가" 하는 것이다.

eeso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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