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포틀랜드의 폭력 사태를 바라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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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6.15 06:00
  • 수정 2018.06.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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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의 눈길이 한반도에 쏠려 있는 가운데 미국 북서부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에서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국민들이 좌파와 우파로 갈라져 정치, 사회, 종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분열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념 대립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보수나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들은 상대를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척결해야 하는 적으로 간주하기 일쑤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 양상은 미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타났던 현상이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들과 미국의 전통적 보수 가치를 중시하는 세력들 간의 세대결이 폭력 사태로 발전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우익 활동가들과 자칭 반파시스트 운동가들 사이에 벌어진 유혈 충돌로 인해 미국 국민들의 시선이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로 쏠리고 있다.

대립하는 정치 단체들이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포틀랜드는 갈라진 미국을 축소해서 보여주는 ‘소우주(microcosm)’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충돌은 이달초 발생했다. 이른바 ‘반파시스트(antifa)’ 운동 세력들이 ‘애국 기도자(Patriot Prayer)’라고 부르는 우익 그룹이 주도한 행진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촉발되었다.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시내 공원들에서 양측 간에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SNS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사람이 머리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상태로 계속해서 발길질 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공격자들로부터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영상에는 두 명이 벽에 등을 대고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공격자 중의 한 사람은 집에서 만든 갑옷을 걸치고 있다.

경찰은 시위 장소로 유명해진 공원 주변에서 네 명을 체포했으며, 시위로 인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하는 포틀랜드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가 왜 폭력 사태로 비화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그동안 포틀랜드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함께 어우러져왔다. 그러나 작년 한 해를 거치면서 각자 색깔을 달리하는 정치 운동 세력들이 시위에 대한 암묵적 합의를 무너뜨렸다고 포틀랜드의 토박이 주민인 존 볼디비에소는 말한다.

볼디비에소는 나아가 과격한 운동 세력들 때문에 올바른 정치 토론이 빛을 잃고 있다고 말하며, “이념적 분파들끼리의 사소한 갈등을 넘어 시위가 어느 한쪽으로 힘이 실리면 그때는 분명 다르게 느껴진다.. 물리적인 충돌은 참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포틀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돌은 미국 내 다른 지역들에서 정치적인 갈등이 극렬해지자, 그 양상이 이 도시의 어두운 역사가 지닌 민감성에 반영되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1920년대 KKK(Ku Klux Klan)단의 주된 활동지였으며, 1980년대까지 이 도시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활발히 활동을 해서 포틀랜드는 ‘스킨해드 시티(Skinhead City)’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1988년 12월 포틀랜드에서는 이 도시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인종차별 사건이 벌어졌다.

한 에티오피아 출신의 이민자가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둔 ‘백인 아리안 저항운동(White Aryan Resistance)’이라는 백인 우월주의 소속의 세 명의 단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증오 단체들을 추적해온 ‘남부 빈곤 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 SPLC)’에 따르면 포틀랜드는 또한 1994년에 설립되었다가 지금은 사라진 백인 분리주의 조직인 ‘폭스프론트(Volksfron)’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SPLC가 ‘애국 기도자(Patriot Prayer)’ 단체를 백인 우월주의자 그룹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이 단체 소속 회원들은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을 거부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시위에서 우익 단체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SPLC의 대변인인 라이언 렌츠는 밝혔다.

이와 같은 시위들은, 뉴나치 그룹이나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대척점에 서있는 좌익단체인 ‘반파시스트(antifa)’ 단체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고 라이언 렌츠는 말했다.

반파시스트 단체 중에는 10년의 역사를 지닌 ‘장미 도시 반파시스트(Rose City Antifa)’가 가장 활발하다. ‘장미 도시 반파시스트’는 결속력이 떨어지는 반파시스트 단체들 중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가장 조직화된 단체이다.

반파시스트 운동을 표방하는 단체들의 구성원 개인들은 익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단체들을 대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준동하는 파시즘과 구조적이고 반동적인 백인우월주의자들에 대항해’ 포틀랜드에 모이자는 구호가 올라왔다.

SPLC의 대변인인 라이언 렌츠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포틀랜드는 과격한 좌익 운동가들의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스킨해드를 그리워하는 대단히 완고한 인종주의 단체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애국 기도자(Patriot Prayer)’ 단체는 미국 서부 지역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시위를 벌여왔는데 그때마다 폭력 사태를 동반하기는 했다. 그러나 포틀랜드 사태들은 1년 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1년 전에 이 도시에서는 한 ‘애국 기도자’ 동조자가 경전철 안에서 흑인 여성 두 명을(그 중 한 명은 히잡을 쓰고 있었다) 괴롭히다가 이를 말리는 두 명의 남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용의자 제레미 크리스천은 이 살인 사건을 저지르기 한 달 전에 ‘애국 기도자’ 집회에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크리스천은 나중에 자신은 인종주의에 경도된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경전철에서 사람들을 찌르기 전에 인종주의적인 구호를 외치고 이민자들을 비방한 것은 술이 많이 취해서였으며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뒤 ‘애국 기도자’의 리더인 조이 깁슨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표현의 자유 시위를 주도했는데 포틀랜드 시내에서 벌어진 이 집회에는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수천 명이 참여했었다.

이 시위 사태에 이어지는 충돌로 인해 도시의 주요 기능이 마비되었고 경찰은 폭력 사태를 저지른 십여 명의 참가자들을 체포했다.

일본계 혼혈인 깁슨은, 단체의 지지자들은 인종주의자들이 아니라 자유주의자들의 도시인 포틀랜드에서 자신들의 의사 표현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권리만을 요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 달 내로 빠른 시기 안에 다른 시위를 주최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더 힘차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깁슨은 “우리는 대부분이 백인들인 저런 극렬 좌파들보다 여러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계획된 시위는 일부러 갈등을 확대시키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번 시위는 사람들이 우리를 미워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도 아주 격렬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착 포틀랜드 주민들은 반정부주의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이 도시의 명성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포틀랜드가 폭력 사태로 주목받는 데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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