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핵 물리학자가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면서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보낸 기고문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한 목표"라며 "북한의 위협을 줄일 방안이 있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용 핵시설을 민간에 필요한 시설로 용도 전환하는 것이 여러 조건으로 볼 때 바람직하다며, 북한이 과거에도 민수용 핵시설 운용은 '주권 사안'이라고 강조했듯이, 이번에도 같은 주장을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이 민간 원자력, 우주항공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으므로 북한도 그 길을 걸으려고 할 것이라는 것.
그는 "북한으로서는 폭탄 대신 원자력 전기나 원자력 의료를 국민에 제공할 수 있고, 미사일 대신 기상예측이나 자연재해 완화를 위해 인공위성을 쏘는 평화로운 우주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용도 전환이 이뤄지려면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중단, 점진적 철폐, 제거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며 폭탄, 미사일을 생산하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데 맞춰 한국과 미국이 민간용도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썼다.
그는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군사용에서 민수용으로 바꿀 때 협력하는 것을 선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자, 미국 정부의 심각한 정책전환 신호로 간주할 것"이라면서 "그 결과로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할 가능성이 커지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과정에 한국, 미국, 북한 과학자들이 나란히 참여해 협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소형 실험용 경수원자로를 국제 안전기준에 맞춰 완성하도록 한국과 미국이 도울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이런 협력이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으나, 최근 수개월 동안의 남북관계 해빙으로 가능해졌다"면서 "일단 비핵화 시간표를 앞당길 수 있고, 제 때 제의된다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프로그램이 상당히 진척된 현실, 북한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협력체계로 검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찰관들이, 특히 적대적 환경에서는 핵탄두 몇 개, 플루토늄 몇 ㎏, 우라늄 원심분리시설 한두 군데를 숨겼는지 확인하려고 전체 북한 시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 기간시설을 민수용으로 바꾸는 건 이런 상황에서 유용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기술인력이 긴밀히 협조하면 북한의 전체 프로그램의 본질과 범위를 훨씬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보지 못할 시설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무기, 미사일 프로그램에 연계된 북한 인력도 핵무기, 시설 해체에 동원하면서 민간으로 전직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이어 "북한이 전체 핵무기를 기꺼이 내주는 일이 있을지 많은 전문가가 당연히 회의적"이라며 "완전한 비핵화에는 못 미치지만 '중간단계'로서 핵 위협을 상당히 줄이는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제안을 요약했다.
그는 "북한이 점진적 철폐와 제거의 단계로 더 빨리 더 깊이 나아가도록 할 최선책은 미국이 북한과의 공존에 진지하다는 것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확신시키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의하는 건, 그런 방향으로 크게 '진일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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