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포커스] ‘재벌가 눈총시대’에 주목받는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CEO 포커스] ‘재벌가 눈총시대’에 주목받는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 유경아 기자
  • 승인 2018.07.01 20:37
  • 수정 2018.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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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잡이 어선 중노동 '혹독한 자식 교육' 미래를 내다보고 2세 승계한 ‘현대판 장보고
 
'현대판 장보고'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해양포럼 홈페이지]
'현대판 장보고'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해양포럼 홈페이지]

올들어 국내 굴지의 항공그룹이 휘청거리고 있다. 부인, 딸들이 줄줄이 경찰 조사를 받은데 총수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계열사는 면허 취소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전체 재벌가에 끼친 부정적 영향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조차 없다.  

이같은 불행은 총수의 가족관리, 자식 교육관을 뿌리로 하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총수들이 회사 일로 여념이 없다 보니 자식교육은 대체로 부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2세들이 기업을 맡게 되기 때문에 엄격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새삼 재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의 엄격한 자식교육에다 진작에 2세 승계구도를 짠 후 매끄럽게 실행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자녀들이 학교 다닐 때부터 좋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바닥부터 경영수업을 시켰다.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55)을 6개월간 참치잡이 배를 타며 갑판에서 하루 16시간씩 중노동을 하도록 했다. 2남인 김남정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45)은 경남 창원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도록 했다. 또 청량리에서 짐수레에 참치캔을 나르며 현장 경영수업을 시켰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장녀 은자씨와 차녀 은지씨는 대학 입학 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념으로 유명한 가나안농군학교에 들어가 노동과 근검절약의 중요성을 몸으로 배우도록 했다.

판단력이 흐려질 때까지 그룹의 경영구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해 ‘왕자의 난’까지 초래한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과 달리 김재철 회장은 2003년 식품과 금융을 분리하는 그룹 재편작업을 펼치며 장남- 금융, 차남-식품사업 부문으로 구도를 확정해 실행했다.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금융 사업을 맡고 있고 차남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은 식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장남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한국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 또 2013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남정 부회장은 굵직한 M&A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계열사 30개, 자산 8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일궈냈다.
 
동원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남정 부회장 [동원그룹 제공]
동원그룹을 실무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남정 부회장 [동원그룹 제공]

◇ ‘바다의 꿈’을 밑거름으로 대그룹을 일군 김회장

1935년 전남 강진에서 11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재철 회장은 ‘현대판 장보고’로 불린다. 
 
그가 바다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서울대 농대 장학생을 마다하고 부산수산대로 진학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심어준 바다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에 올라 참치잡이를 시작한 그는 27세에 선장으로 남태평양 바다 생활을 하다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1973년 아프리카 가나 테마항구에 최초의 해외 기지를 설치한 그는 동원냉장을 설립한데 이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참치 통조림인 동원 참치캔을 출시하며 참치 통조림 제조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한신증권은 동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1989년 동원산업을 한국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킨데 이어 1996년 동원그룹을 공식 출범시켰다.
 
2001년 동원그룹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설립한 그는 2008년에는 미국 최대 참치캔회사로 시장점유율 40%였던 스타키스트를 델몬트로부터 45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동원그룹은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11년에는 아프리카 최대 수산캔업체인 세네갈의 SNCDS를, 2014년에는 국내 최대 포장업체 테크팩솔루션 등을 인수했다.
 
동원그룹은 수산과 식품, 물류와 종합포장 등 16개 계열사로 현재 재계 37위다.
 
그는 한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적 기질이 강하다.
 
1970년대 1, 2차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를 내세우며 과감한 투자를 통한 정면돌파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81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AMP과정을 이수하며 참치캔사업과 금융업의 가능성을 보자 이듬해 바로 진출 결정을 내렸다.
 
1982년 동원 참치캔을 통해 참치 통조림 제조업에 진출했다. AMP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견학했던 미국 최대의 참치캔회사 스타키스트는 2008년 델몬트로부터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동원그룹은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또 1982년 당시 국내 대표적 증권사인 한신증권이 시중은행 민영화에 따라 매물로 나오자 태평양화학, 미륭건설과 인수전을 벌인 끝에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가는 당시 원양어선 한 척 값(약 80억 원)에 해당하는 71억2000만 원이었다.
 
김재철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세네갈 스카사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동원그룹]

그의 리더십은 책임경영이다. 

'선장의 리더십은 결국 대기업 총수의 리더십과 같다'는 그는 자식들에게도 리더의 막중한 책임을 강조해왔다.

“태풍이 칠 때, 선원들은 파도를 보지 않고 선장의 얼굴을 본다. 선원들은 파도를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를 느낀다. 선장의 표정에서 자신감과 당당함이 보이면 선장의 지시에 잘 따라 단결하여 폭풍권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선장의 얼굴에 당혹감과 불안함이 보이면 선원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 수습할 수 없는 경우에 빠지는 수가 많다. 리더란, 이처럼 자신의 부하직원 모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태연할 수 있는 담력과 자신감을 지닌 리더만을 부하직원들은 믿고 따른다.” 
 
리더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이같은 그의 '선장론'은 재계에서도 중요한 귀감이 되고 있다.
 
2013년 당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오른쪽)과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사진 동원그룹]
2013년 당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오른쪽)과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사진 동원그룹]

◇ 지도를 거꾸로 보라!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

그의 사무실에는 세계지도를 거꾸로 그려 바다에 초점을 맞춘 지도가 걸려있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는 책을 낼 만큼 해양개척과 세계시장 진출에 강한 신념을 품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늘 성실과 열정을 강조한다. '능력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성실한 자세로 열성적으로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83세를 맞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매일 출근해 직접 사안을 결정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는 기업인이다. 최근에도 동원육영재단이 만든 대학생 전인교육 프로그램에 참관을 꾸준히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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