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쏠리는 돈”…韓 철강업계, 해외 수출 ‘몸살’
“미국으로 쏠리는 돈”…韓 철강업계, 해외 수출 ‘몸살’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10.31 14:17
  • 수정 2018.10.3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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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영향, 신흥국 자금 미국으로 쏠려 통화 약세 심각
신흥국들 수입업체 환차손 심각, 가격 안 깎아주면 수입 안 해
국내 철강업계, 한정된 자원 美 쿼터 놓고 옥신각신 ‘신경전’
출하를 앞두고 있는 열연 코일 [사진=포스코 제공]
출하를 앞두고 있는 열연 코일 [사진=포스코 제공]

국내 철강업체들이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더불어 환율 쇼크로 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부 가능지역을 놓고 치열한 물량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 지역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 동남아 신흥국들에 집중돼 있는데 미국과 유럽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쿼터로 인해 물량 제한이 생기면서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동남아 신흥국들의 통화 약세로 인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쿼터 물량을 놓고 국내 업체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 등 ‘쩐’이라 할 수 있는 돈이 미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신흥국들에 분포돼 있던 돈이 미국에 집중되면서 이들 신흥국들의 통화 약세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들 신흥국들의 통화 약세로 환율이 많게는 50% 이상 오르는 등 평균 20~30%는 오르면서 국내 전체 수출은 물론 철강업계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 지역 국가들의 통화 약세 현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현지 수입 업체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통화 약세는 현지에서 수출을 하는 업체들에겐 득이 되는 상황이지만, 수입을 하는 업체들은 환차손으로 인해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어 수입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출은 기본이 달러 기준이기 때문에 현지 업체들이 환차손만큼 제품 가격을 깎아주길 원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이 평균 20~30% 정도 약세를 띄면서 수익에 타격을 입은 현지 수입 업체들의 수입 중단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수출가격도 떨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3년 이내 70%의 물량만 수출할 수 있고 유럽 역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쿼터 제한이 생겼다. 과거 한 지역에서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으로 물량을 전환시켰던 것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국에 해당하는 국가들에 모두 문제가 생겨 험난한 수출길이 예상되고 있다.


◇ 협회서 지분 놓고 업체들 간 기 싸움 팽배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수출에 있어서 국내 업체들 간 쿼터 배분으로 인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내 철강 가격이 높은 만큼 일단 수출을 하면 수익이 남기 때문에 어떻게든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배분 조정하는 한국철강협회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한 업체의 수출 물량을 늘리려면 다른 업체의 물량을 줄여야 하는데 사실상 물량을 내어주려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강관업체들과 더불어 컬러강판 등을 수출하는 냉연 업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출이 줄어든 철강업체들이 쿼터 물량을 탐을 내면서 안방 싸움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코 역시 내년부터는 현대제철과 물량 전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70% 쿼터 시행과 함께 일부 품목들의 높은 반덤핑 관세율이 불합리하다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판결이 나오면서 높은 관세율이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CIT는 2016년 당시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열연강판(HR) 제품에 부과한 58.68%의 수출 관세율을 재산정할 것을 결정한 바 있다. 높은 관세율의 근거가 된 것은 AFA 조항에 따른 것으로, AFA는 기업이 미국의 조사에 불성실하게 응한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가 자율적으로 관세를 산정할 수 있는 조항이다.

국제무역법원이 합당한 근거 없이 최고 수준의 관세를 매겨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만큼, 관세율은 분명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현대제철에 전량 넘겨줬던 포스코의 열연강판 쿼터를 포스코는 다시 찾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현대제철 입장에서도 고스란히 전부 넘겨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엔 두 업체들의 기 싸움이 예상된다.


◇ 국내 가전사 등 ‘로컬 구매’로 루트 전환

국내 가전사 등 해외에 생산 공장을 세운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국내 철강업체들로부터 제품 구매를 했지만, 최근 환율 약세 현상으로 인해 로컬 구매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사들에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동남아 지역 등 전 세계 지역에 위치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공장은 한국 철강업체들이 수출 가능한 주요 수출지역이다. 다른 곳과 비교 적용이 힘들만큼 중요도가 높은 지역들이지만 최근 환율 문제로 구매의 로컬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품 수입의 경우 환율 때문에 워낙 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현지에서 철강제품을 구매해 이용하려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품질 수준에 대한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로컬업체들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지만, 수입가격이 워낙 큰 폭으로 올라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이 경우 훗날 환율 문제가 잠잠해지더라도 로컬 구매 물량이 다시 국내 업체들에게 배당될 확률은 낮다. 한 번 로컬화 된 물량들의 경우 가격 문제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다시 수주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가전사들이 로컬 구매 가격 수준으로 낮은 가격을 원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도 일부 로컬 구매를 늘리고 있지만 자회사인 현대제철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들의 수출이다. 철강 제품 수출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역시 수익성과 수출물량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 수출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차손만큼 제품 가격을 깎아줘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국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신흥국 안에서 돌던 자금이 최근 전부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통화 약세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 기준으로 수출을 해도 수입을 하는 현지 업체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제품가격을 깎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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