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귀환(중) 정보조차 부실한데 아프가니스탄을 변화시키겠다는 미국
스파이의 귀환(중) 정보조차 부실한데 아프가니스탄을 변화시키겠다는 미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11.01 07:43
  • 수정 2018.11.0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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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자를 후송하는 미군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자를 후송하는 미군들. [AFP=연합뉴스]

2004년 여름 스키너는 C.I.A.의 훈련을 모두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에 배치되었다. 칸다하르는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도시이다. 당시 C.I.A.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애꾸눈 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살던 집 인근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카불은 3년 전에 이미 미군의 손에 함락되었지만 알카에다 지도부는 국경 부근 산악지대에 도피처를 마련하고 있었으며 파키스탄 정보부는 은밀하게 탈레반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묶여있던 C.I.A. 관리들은 법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는 파키스탄 부족 지역에서 지하디 전사들의 네트워크에 침투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모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C.I.A.가 겪고 있던 어려움은 지하디 전사들의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일 뿐만이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에서 C.I.A.는 1960년대부터 사용되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지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지도에 표시된 마을들과 주요 지점들의 명칭은 현지인들이 부르는 이름과 일치하지 않았다.

칸다하르 주민들은 비밀 정보를 거래하기 위해 스키너를 간간히 찾곤 했다.

“우리는 임시 근무 요원이었으며, 그들은 우리의 근무 교대에 잘 알고 있었지요.” 스키너는 이렇게 알려주었다.

“그들은 파키스탄 국경지의 퀘타에서 경험해봐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었지요. 그들은 빈 라덴, 자와히리, 캡틴 마블 등 주요 인물들을 목격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거기에 도착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나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케이스 오피서야!’라고 자부하며, 그들에게 5백 달러를 쥐어주고 그 사실을 랭글리 본부에 보고할 겁니다.”

스키너는 자신의 근무 기간 말기가 다가오면서 접선책과 관련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인디애나 출신의 케이스 오피서인 더글러스 로는 2010년 칸다하르에 배치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사용되는 파슈토어를 배웠다. 현지인 몇 사람이 그에게 찾아와서 탈레반 전사의 이름을 알려주었을 때 그는 그들 중 한 사람에게 사람들이 그 이름을 갑자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더글러스 로는, 지역의 아프가니스탄 라디오 방송국들이 미군이 찾는 요주의 인물들의 이름들을 정기적으로 방송했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어요.”

로는 그의 회고록 「폭탄의 왼쪽(Left of Boom)」에서 이러한 상황을 거론했다. 미군은 이러한 현지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본부에 정확한 상황을 알려주기를 게을리 했다. 그러는 사이 지역 주민들에게 현금이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회고록 「폭탄의 왼쪽(Left of Boom)」은 C.I.A.의 철저한 검열을 거치고 출간되었다.

스파이들은 인간관계에 의존한다.

“내가 운용했던 가장 성공적 인적자원은 돈에 의존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어요.” 스키너는 말했다.

“그들은 돈보다는 더 큰 무엇을 위해 일한다는 강한 욕구가 있었어요. 그것은 애국심은 아니었지요. 그들은 그냥 고도의 작전을 펼치는 팀의 일원이 되고자 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인적자원들의 정보는 협소한 의미에서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보호와 부족 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기적으로 미군의 화력에 의존했다.

“그들은 우리들이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이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소리를 주로 했지만, 사실은 사사로운 복수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스키너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탈레반을 격파하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자 했고, 반면에 C.I.A.는 기본적으로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미군의 특수전부대와 정보요원들은 고강도 효과를 내는 공습에 가끔씩 협력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전략 없는 전술적 성취는 무의미하다.

스키너와 다른 C.I.A. 요원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지역 주민들이 미국민들의 안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올바로 설명할 수 없어서 초조했다.

또, 스키너와 다른 C.I.A. 요원들은, 왜 미국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프가니스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은 지금 내가 경찰서 출석점호에서 받는 것보다 더 부족한 정보로 한 국가를 새로 건설하려 했어요.”스키너는 말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은 비망록을 통해 침공 두 달 후까지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언어가 사용되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공습이 벌어질 때마다 그 국가는 이전보다 조금씩 더 파괴되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노력을 했고, 그럼으로써 상황은 더 악화되기만 했습니다.” 스키너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가열차게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상황은 설상가상의 늪으로 빠져들었지요.”

야전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의 판단은 워싱턴 관리들에게 무시되기 일쑤였다.

“워싱턴 사람들은 우리들더러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손을 떼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스키너는 회상했다.

“또 그들은 말했지요. ‘우리는 탈레반에게 시간을 주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 영원히 하자는 말인가요?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래야 한다는 겁니까? 우리는 거기에 있고, 그들은 워싱턴에 있으면서 말이지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연합뉴스]

스키너는 탈레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자주 받으며 1년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냈고, 그 뒤 10년 동안 여러 번 아프가니스탄을 들락거렸다. 그는 방탄복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붙이고 다녔다.

“무의미한 일이었다고 아내에게 전해주세요.”

탈레반이 선호하는 무기는 반마일 이상 거리에서도 목표물의 상반신을 관통할 수 있는 소련제 돌격용 자동소총 칼라슈니코프이다. 이 무기는 전 세계적으로 반군들이 선호하는 소총이다.

작년에 브래들리 맥클랠런 경관은 서배너의 어린 마약상으로부터 한 정의 칼라슈니코프와 권총 몇 종을 압수한 적이 있다. 경찰에서 지급되는 방탄복은 권총의 탄환은 막을 수 있어도 돌격용 소총에는 무용지물이다.

“그런 어린 아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보고 나는 곧바로 달려가서 금속제 방탄막을 구매했어요.” 맥클랠런 경관은 말했다.

금속제 방탄막은 치열한 전투 상황을 대비해서 개발된 장비이다. 그는 금속제 방탄막을 사는 데 일주일치 급여에 해당하는 5백 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미국에서 고강도 무기들이 널리 퍼짐에 따라 당국과 시민들 사이에 무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십여 명의 경찰관들이 총에 맞아 죽고 경찰관들은 약 1천여 명의 시민들을 사살한다. 이들 시민들 중 더러는 공격용 무기 소지로 오해받거나 경찰의 위협에 놀라서 반발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평화로운 시위대는 저격수나 장갑차, 그리고 최루탄을 점점 자주 대하게 되었다. 지난 20년간 50억 달러 이상의 군사 장비들이 군대로부터 경찰에 넘어갔다. 이 장비들에는 야간 투시경, 선박, 항공기, 수류탄 투척기 그리고 대검들이 포함되어있다.

“매복이나 지뢰로부터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MRAP라는 고기능 장갑차가 필요한 경우 경찰은 그저 연방 정부에 요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됩니다.” 스키너는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저명한 범죄학자인 데이비드 M. 케네디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경찰력은 전문 직업으로서 보다는 기능공의 입장에서 행사되고 있다고 한다.

“공공의 안녕을 위한 직업이라는 정의(定義)에 부합하는 사고(思考)가 여전히 형성되지 않고 있어요.” 그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찰관들은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사회역학, 지역의 역사, 그리고 범죄학에 대한 교육 없이 국가의 법집행자로서만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모든 고려를 무시하고 압도적인 무력만이 우선시되고 있다. 스키너가 처음 경찰에 입사했을 때 모든 경찰에 권총이 지급되었고, 테이저 건은 제고가 달려서 분배되지 못했다.

조지아 주의 경찰 훈련소에서는 ‘전술과 법이 전부’라고 가르친다고 스키너는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경찰관들은, 시민들에게 적법한 명령을 하달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배운다. 그것도 그 즉시 이행되어야한다. 그러나 ‘적법한 명령’ 수행의 상대방은 그 명령이 왜 내려졌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경우 무력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범죄 상황도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을 감소시키는 아무런 훈련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다수의 경찰 요청이 그런 유연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장에서의 상호작용은 순전히 경찰관의 개별적 판단에만 의존하며, 가장 간결한 선택은 말썽 많은 시민을 땅에 엎드리게 하고 저항한다면 넘어뜨려서 수갑을 채우면 된다.

“이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우 심각하지만 합법과 공정함을 앞세운 상황이지요.” 스키너는 말했다.

조지아 주의 경찰 훈련소에서는 ‘전술과 법이 전부’라고 가르친다. [뉴요커]
조지아 주의 경찰 훈련소에서는 ‘전술과 법이 전부’라고 가르친다. [뉴요커]

경찰관들은 종종 삶의 최악의 순간을 겪는 사람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스키는 자신의 역할이 부분적으로는 문제를 완화하고,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이 그의 표현을 빌면 ‘범죄 가능성의 순간에서 실제 범죄’로 넘어가는 선을 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목표는 공권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인간관계의 힘을 이용해서 상황을 이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고 전화가 왔을 때 긴장을 완화시키는 전술이 사람들을 체포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스키너는 필자에게 말했다.

“신고자와 통화를 하는 동안에는 머리가 윙윙 돌아갑니다. 이것은 정말이지 내가 C.I.A. 요원으로 근무할 때 펼쳤던 사전작업과 흡사합니다. 관계를 형성해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지요.”

케이스 오피서 요원으로 일을 할 때 스키너는 플로차트를 그리고 대화가 진전될 방향에 대한 지도를 머리에 그리곤 했다.

“회의를 준비하며 일주일을 보내기보다는 신고 전화에 대응하는 법을 준비하기 위해 그 시간을 쓰고 싶습니다.”

스키너는 항상 차창을 내리고 순찰을 돈다. 그는 시민들과의 일상적 접촉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으며 의심의 눈초리도 거둔 상태에서 그들을 대하고자 한다.

“우리는 경찰들이 시민들을 부를 때 군대에서나 사용되는 민간인(civilians)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대합니다마는 그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군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경찰력을 행사하는 대상인 시민들은 우리의 이웃입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닙니다. 사고방식의 변화는 호칭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비번일 날 스키너는 정원을 가꾸고 애완동물을 돌보거나, 아이패드를 앞에 거치하고 욕탕에 몸을 담군 채 스탠드 업 코미디를 시청하며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톤의 변화가 사람들 사이의 긴장을 얼마나 완화시키는지 살펴본다.

“어떤 때는 얼굴을 찡그리고 어떤 때는 어깨를 으쓱하는 행위들이 그때마다 사람들 사이에 커다란 차이를 일으키지요.”

필자가 목격한, 최근 몇 건의 불심검문과 가택 수색에서 스키너는 권총을 지갑에서 빼지 않은 유일한 경찰관이었다.

어느 날 새벽 4시에 그의 어머니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비상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학교의 출입문이 열려있었다. 경찰관 중의 세 명은 권총을 빼들고 접근했지만 스키너는 손전등을 사용했다. 그는, 경찰관들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므로 잘못하면 오인 사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미 폭력 사건이 진행 중인 현장에서 신고들이 들어왔다. 살인사건 한 건과 주유소 앞에서 일어난 갱단의 총기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과 청구서 요금을 내달라는 여자 친구의 요구에 격분해서 그 여자 친구를 의식을 잃을 정도로 폭행했다는 가정폭력 신고였다. 우리는 그 여성이 후송된 병원을 찾았는데 스키너는 간호사로부터 경찰에 필요한 보고서를 받았다. 그 여성은 얼굴뼈가 부러지고 왼쪽 옆구리가 너무 부풀어서 마치 과일 자몽을 반 잘라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예’, ‘아니요’ 말고는 거의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제 잘못인 것 같아요. 저는 임신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다음 날 밤에는 신고가 거의 없었다. 적막한 가로를 운전하면서 스키너는 서배너의 오크나무들의 기괴한 모습에 주목했다. 안개에 뒤덮인 오크나무들에는 스페인 이끼가 휘장처럼 늘어져있었다. 그리고 그는 날짜를 들여다보더니 침묵에 젖어들었다.

12월 30일이었다. 8년 전 12월 30일은 그의 일생에 가장 가혹한 날이자 C.I.A.에게는 두 번째로 최악의 역사를 기록한 날이었다. (하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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