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협력사와 사급가 협상 방식 변경…‘포스코’ 닮은 꼴
현대차, 부품협력사와 사급가 협상 방식 변경…‘포스코’ 닮은 꼴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11.05 15:47
  • 수정 2018.11.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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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급단가 일괄 적용 방식에서 개별협상 통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 방식 전환
포스코도 2015년 소재가격 일괄 통보에서 수요가별 개별적용으로 전환
자동차 산업 부진, 현대차도 모든 부문에서 체질개선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올해 들어 자동차부품업체 등 협력사들과의 사급단가 협상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어느 해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3분기 실적은 미국 시장에서 리콜 영향으로 금융권 예상 실적을 훨씬 하회하는 3000억원 수준에도 못 미쳤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나 급감했다. 자동차 부문의 실적은 실제 적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 측에서는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협력사들과의 사급단가 협상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에서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들어 각 협력사들과의 사급단가 가격협상을 개별협상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가격협상 결과 여부는 함구하고 개별적으로 각사들과 협상을 마친 것이다.

이는 일괄적으로 사급단가 인상 및 인하를 통보하던 옛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로 인해 올해 자동차부품업계에서는 소재가격 반영 등에 혼란을 겪고 있다. 현대차에서 단가 인상 여부를 확인해줘야 하는데, 시장 내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없으니 협력사들 역시 개별협상을 통해 가격 반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개별협상 방식은 지난 2015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던 포스코 사례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포스코는 2015년 적자를 봤던 당시 철강 소재가격을 일괄적으로 통보하던 방식을 버리고, 수요가들과 개별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예를 들어 톤당 5만원 인상이라고 시장에 공식적으로 통보하면서 가격을 올렸던 것을, 각각의 수요가들과 개별협상을 통해 차별화된 가격조정에 나섰던 것이다. 현대차 역시 부품업체들과의 가격협상을 개별 테이블로 옮기면서 부품업체들이 적응 과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

올해 초 소재로 사용되는 철강제품의 가격이 톤당 5만~6만원 올랐는데 아직까지 사급단가 반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도 존재한다. 한국지엠에 부품소재를 납품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더 힘들다. 부품업체들이 현대차의 사급단가 인상을 기준으로 가격을 올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에서 개별협상을 벌이고 있어 공식적인 사급단가 인상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2월에 톤당 5만~6만원 오른 소재가격 인상분은 현대차에서 8월부터 개별협상을 통해 반영되고 있지만, 일괄 적용방식이 아니어서 인상 반영 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다.

자동차 사급단가의 경우 과거 포스코 가격인상이 기준이었다. 그러다 현대차와 현대제철 간 가격협상이 사급단가의 기준으로 변경됐었다. 현재는 이마저도 무너지면서 완전한 개별협상 체제로 돌아선 분위기다.

이러한 업체별 개별 가격협상 방식은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자신들이 독점 공급하는 수요가들에게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고, 반대로 현대차의 경우 업체들의 경쟁을 유발해 소재가격 인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대기업들에게는 일괄적용 방식보다는 개별협상을 통한 가격조정이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와 현대차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러한 협상 방식의 변화를 회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포스코는 2015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을 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현대차 역시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할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는 결국 불가피하게 체질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들도 허리띠를 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개별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협력사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 현실적인 가격반영도 주요 업체 먼저 이뤄질 수도 있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부진했던 지난해부터 기존 사급단가 체계의 붕괴 조짐이 보이기 했었다”며 “실제 소재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반영이 늦게 된다거나 일부만 반영되는 등에 사례가 나오면서 부품업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같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근간인 대기업이 흔들리면 산업 자체가 무너지는 것도 사실이다. 포스코는 2015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빠른 대응과 체질개선을 통해 3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해냈다.

이제는 현대자동차가 경쟁력을 보여줄 차례다. 비록 산업은 다르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산업인 만큼, 현대자동차의 체질개선을 통한 실적 회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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