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유럽 호랑이 농장의 잔혹한 불법 거래
[WIKI 프리즘] 유럽 호랑이 농장의 잔혹한 불법 거래
  • 최정미 기자
  • 승인 2018.11.21 11:23
  • 수정 2018.11.23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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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사체가 나뒹구는 체코 프라하의 농장. [사진=가디언]
호랑이 사체가 나뒹구는 체코 프라하의 농장. [사진=가디언]

체코 프라하의 한 농장에 처음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을 때 이들을 맞이한 것은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였다.

플러그가 빠져 있는 냉동고 안에는 호랑이와 사자, 퓨마의 썩은 사체들이 나뒹굴었다. 현장의 환경 수사팀장 파블라 리호바는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5년 동안 수사관 일을 해왔지만, 그곳의 상황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사체들은 2년 동안 전원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오래된 냉동고 안에 있었습니다. 정말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습니다."

이 농장 가옥 옆의 헛간에서는 금방 죽은 호랑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 목에 총을 맞은 상태였는데, 이는 가죽의 손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같은 공간 가스 스토브 위에는 크고 육중한 냄비가 올려져 있었고,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살과 뼈가 들어있었다고 전해진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현장 급습은 체코의 경찰과 세관 당국, 환경조사단이 5년 동안 준비를 해온 수사의 결정판이었는데, 이들은 체코와 베트남의 범죄조직이 함께 불법으로 큰 고양이과의 보호종들을 죽이고 가공처리해 중국 전통 의약 시장에 팔아온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유럽의 정부들은 이제야 불법 호랑이 농장이 동남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증거는 2013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세관 당국에서 베트남인의 승합차량에서 호랑이뼈 한 자루를 발견했다. 그는 이 호랑이뼈를 슬로바키아의 번식공장에서 받았다고 했다. 몇 달 뒤, 베트남 하노이로 수출되는 대형 스피커 장치들 속에서 호랑이 두개골 두 개가 발견됐다.

당국은 호랑이 사체 뿐 아니라 호랑이 와인, 호랑이 수프 등 상품으로 가공된 것들도 계속해서 발견했다. 이것들은 체코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였다. 환경조사단은 2015년에 체코 내에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펼쳤다.

호랑이의 국경 간의 이동은 국제법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데, 체코의 법은 이에 더해 각 개체의 출생과 사망, 매매 내역이 기록돼야 되고, 환경조사단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

조사단은 서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호랑이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출되거나, 한꺼번에 사라진 것으로 보고되거나, 사망 기록이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간 공장 시설에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들의 사망률이 비이상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동물원이나 야생에서는 호랑이들이 2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데, 체코의 민간 번식공장에서는 5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

수사 당국의 관심은 체코의 유명한 서커스 가문의 일원인 루드빅 버로섹에게 돌아갔다. 그는 체코 최대 규모의 호랑이와 사자 번식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명목상 그는 서커스단이나 그 외 무대 공연, 체험형 동물원에 공급할 큰고양이과 동물들을 번식시키고 있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이곳이 베트남으로 보내지는 호랑이 제품들의 원산지라고 생각했다.

2년에 걸친 수사 끝에 체코 세관과 경찰은 이들의 거래망을 밝혀냈다. 가장 꼭대기에는 호랑이 제품을 주문하는 베트남 업자 레쑤언부가 있었다. 버로섹은 호랑이들을 체코의 사냥광 밀로스 흐로지넥에게 보냈다. 흐로지넥은 자신의 집에서 레쑤언부와 함께 사체를 가공처리 했다고 한다.

체코를 비롯, 유럽 국가들이 호랑이 농장의 잔혹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진=가디언]
체코를 비롯, 유럽 국가들이 호랑이 농장의 잔혹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진=가디언]

수사관들은 비밀 수사를 통해 이 범죄조직이 호랑이를 그램당 60유로(한화 약 8만원)로 무게 단위로도 나눠서 판다는 것을 알았다. 중국에서는 호랑이가 뼈를 강하게 해주고 관절염을 완화시켜 준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가죽은 약 2천 유로에서 4천 유로(한화 약 250만원에서 500만원), 발은 개당 100유로(한화 약 13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수사 당국은 거대 체코 베트남 조직망에서 엄청난 양이 거래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통 호랑이약에 대한 수요가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고, 이들 중 상당 수는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국가이던 때에 이주한 노동자들이지만, 전문가들은 사태의 요인이 이것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세관 당국은 2013년 호랑이 제품들을 압류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동시에 아이들이 새끼 호랑이나 사자들을 만져볼 수 있는 민간 운영의 작은 체험형 동물원들이 많이 생겨났다.

"새끼 호랑이와 사자들은 체험형 동물원에서 반년에서 1년 정도만 이용된다. 자라면 아이들에게 위험하기 때문이다"고 리호바는 말했다. 늘어나는 새끼 호랑이와 사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이 번식시켜야 된다.

체험형 동물원에서 새끼들이 자라게 되면, 서커스나 그 외 공연 무대에서 몇 년 동안 이용된다. 그리고 이 호랑이와 사자들이 4살에서 5살이 되어 생식능력을 갖추게 되면 공연에 이용되는 것도 위험해진다. 이 때 죽을 운명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범죄 조직원인 버로섹과 흐로지넥, 레쑤언부는 보호종들의 불법 도살과 매매로 기소됐다고 한다. 흐로지넥만 구속 상태이고, 버로섹과 레쑤언부는 보석 석방 상태로, 특히 버로섹은 여전히 번식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리호바는 불법 호랑이 거래가 유럽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유럽연합이 보다 엄격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 위원회는 스스로가 유럽 내의 큰고양이과 동물들의 실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신고와 서류가 누락된 채 번식업자 간의 동물 이동이 이뤄지고 있어, 실태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동물 자선 단체 포퍼스(Four Paws)의 키란 하킨은 "세계는 이미 호랑이 개체 수의 90퍼센트를 잃었다. 우리는 유업연합 위원회에 멸종위기의 호랑이들을 보호하고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들의 상업거래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더 이상 호랑이 거래업자들의 잔인한 사업이 유럽에서 벌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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