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물기행] 다소 녹슨 과거로의 신비한 여행, 생활사전시관
[인천박물기행] 다소 녹슨 과거로의 신비한 여행, 생활사전시관
  • 장보배 여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22 09:51
  • 수정 2018.11.22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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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물기행 3. 생활사전시관 - 과거를 만나러 갑니다

 

 

#과거로 떠나는 열차에 탑승하십시오

짙은 붉은색과 찬란한 금색으로 휘감긴 거대한 문을 지나간다. 정교한 장식이 그야말로 예술인 패루는 차이나타운의 경계를 알려주는 상징이다. 색감부터 달라진 화려한 거리를 걷다보면 탐나는 월병가게가 시선을 사로잡고, 달달한 냄새의 홍두병 가게가 후각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곧 인천의 60년대와 70년대의 과거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곳이 짠, 하고 나타난다. 바로 '생활사전시관'이다.

웅장한 패루에는 부정한 것을 내쫓고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해진다.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것 같은 월병은 그 종류가 견과류부터 흑임자까지 다양하다.
마침 홍두병을 만들고 계셨던 터라 좋은 구경을 했다. 달인의 재빠른 손놀림을 보고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중구 생활사전시관에 도착했다. 1관은 최초의 서양식 호텔을 재현한 ‘대불호텔’이고 2관이 생활사전시관이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대불호텔 전시관의 연결된 문을 통해 생활사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대불호텔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을 재현한 곳이다. 단아한 붉은 벽돌과 고풍스러운 장식이 인상적인 로비를 지나 생활사박물관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는 코스. 우아한 내부를 지나자마자 180도 반전 분위기의 빈티지하고 구수한 생활사 박물관이 나타난다.

생활사전시관의 입구에는 녹슨 1001번 인천행 열차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과거로 떠나는 열차에 탑승하는 기분이 든다.
조정석도 들여다보았다. 아무도 없이 낡은 기계 판이 가득, 신비로운 감성을 전달한다.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낸 곳

 

수많은 박물관들이 있지만, 생활사박물관이 특별한 이유는 일상을 담아낸다는 것에 있다. 위대한 영웅의 일대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보통 사람의 흔적을 담아낸다. 아옹다옹 다투기도 하면서 이룩한 가정, 바쁘게 출근하시는 부모님, 공부한다고 머리 싸매고 있는 큰 아이, 멋 내기 바쁜 둘째 아이까지. 그 시대를 살아갔던 보편적인 사람들의 매일을 담는다는 것이다. 과거의 매일이 어땠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며, 그 시대를 직접 경험했던 60-70년대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되살릴 수 있는 곳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과거의 일상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다.

생활사박물관 입구. 과거의 전철 모습을 재현해 당시 열차에 탑승한 느낌을 준다.
1960년대부터 70년대의 중구사가 펼쳐진다. 시간 여행하러, 레츠 고!
타임라인을 따라 걸으면 당시의 중구의 시대적인 배경과 개인의 생활까지 모두 알 수 있다.
반공가요 경연대회부터 식생활 개선대회까지,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행사들이 가득하다.

중구는 인천항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서 '변화'의 물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인 거점을 갖고 있었다. 1960년대부터 70년대에는 전쟁 직후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며 피난민과 이농인구의 유입으로 여기저기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면서 임해공단들과 부평공단 등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인천항이 있는 중구는 더욱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도로가 건설되었고, 아파트가 세워졌으며, 지하상가가 조성되면서 북적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새마을운동이 시작되자 각종 캠페인이 시작되어 더욱 북적였고, 식생활개선 주부궐기대회부터 혼분식 장려여성 단합대회, 반공가요 경연대회 등이 시끌벅적하게 펼쳐졌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양복점이나 양장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각종 '양복점''라사'들이 들어서면서 화려한 패션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생활사박물관의 이러한 시간대별 발전과정들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 굉장히 많았고, 급변했던 흔적들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또 한 번 반전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또 한 번 반전된다.
전시관 한쪽에 영상이 틀어져 있어 점점 더 발전되어가는 중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1970년대가 되면서 경동 일대와 신포동에 분포되어있던 양장/양복점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또한 수제화 점포점인 양화점이 발전되면서 패션거리를 본격 조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타임라인에 호기심이 가득 찰 무렵,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재현을 통해 그 당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졌다.

 

#‘과거순간포착해 놓은 재현로

클애들 중구점. 6070의 패션을 엿볼 수 있다. 의상대여도 가능하다.
패션과 헤어는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니던가. 정겨운 이발소 풍경이 이어진다.
그 당시의 가정집의 모습이 펼쳐진다
아마 과거에는 물을 이렇게 길었던 듯하다. 벽화로 재현이 되어있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생활사박물관'의 특징은 당시의 생활을 글이나 사진, 영상뿐만 아니라 '실제로' 구현해 두었다는 점이 특별했다. 특히 앞선 양장점이나 이발소를 지나 주거문화를 구현해 놓은 공간은 실제로 누군가 "그 뉘슈?"라며 나올 만큼 생활의 때가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당시에 사용했을 소쿠리들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화로에 가마솥이 얹혀 있는 것. 요즘 사람이 보기에는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진다.
당시의 식기. 밥그릇과 국그릇. 정답다.
목각으로 된 청둥오리와 빈티지한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1층에는 가족들이 사는 집처럼 구성되어 있다. 정다운 부엌과 더불어 모두가 함께 배를 깔고 누워서 관람했을 TV가 자리잡고 있다. 마당에는 키질을 할 때 썼던 도구들, 채소를 담아 옮겼을 소쿠리들이 있고, 각각의 사용법은 벽화를 통해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게 되어있다.

더불어 2층에서는 고시생이 콕 박혀 머리 싸매고 공부했을 것 같은 단출한 다락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2층에 오르면 있는 다락방. 가방, 앉은뱅이책상, 철제 도시락이 있다. 방금까지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 생생함이 피어오른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가훈을 새긴 현판
2층에서 내려다본 전경. 전봇대까지 구현되어 있어서 마치 실제 그 거리에 있는 느낌이다

과연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심정으로, 어떤 생각을 품은 채 살아갔을까? 어떤 꿈을 품고 매일 집밖을 나섰을까? 생활사박물관 내부가 한 눈에 보이는 2층 난간에 서서 소소한 풍경들을 바라보며,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상상해본다. 전쟁 직후, 가난과 혼란이 지나간 직후, 난생 처음 듣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수많은 각지에서 집결하고, 끊임없는 성장이 일어나던 시기. 그 때의 사람들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가만히 상상해보며 직접 그 길을 걸어봤다.

 

#그 때의 먹거리와 즐길거리들을 탐닉하다

주거생활을 엿볼 수 있었던 공간을 지나서, 곧 등장하는 것은 색상활문화를 재현한 구간이었다. 실제로 안내판의 설명을 보니 1960년대에서 1970년대는 신포동 일대에 각종 음식점들이 들어섰던 시기라고 했다. 경양식집, 갈비집, 면옥집, 일식집까지 다채로운 분야가 들어서며 붐볐다는 것. 그 중 사라진 곳도 있고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특히 경동의 설렁탕집 삼강옥이나, 신흥동의 해장국집 평양옥, 사동의 족탕집 선미정, 신포동의 횟잽 유리, 신생동의 이조복집 등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전파사부터 도나스 집까지, 가게들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즉석도나스 집 근처에 있는 불량식품들
목욕탕 의자로 즐기는 오락실도 한 켠에 있다. 실제로 여전히 작동된다
목욕탕 의자로 즐기는 오락실도 한 켠에 있다. 실제로 여전히 작동된다.

 

#6070의 낭만을 품은 곳

그렇다면 당시 청춘들은 어디에서 어떤 문화를 즐겼을까? 사랑하기 바쁘고 들뜬 열기에 흥이 넘쳤을 활기찬 청춘들. 그 청춘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은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놀랍게도, 당시의 인천에는 지금은 사라진 극장이 많이 들어서 있었으며 LP판을 듣고 낭만을 즐기는 멋진 카페들도 존재했다.

바보들의 행진, 겨울여자, 진짜 진짜 미안해 등 옛날 포스터가 있는 곳.
실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10인-15인 정도 들어설 수 있는 공간에 상영되고 있는 흑백영화. 30분동안 멍하니 본 듯 하다. 의외로 꿀잼!

당시의 영화관은 거의 중구와 동구에 집결되어 있었으며, 100년 역사를 가지고 현재까지 성황리에 영업 중인 애관극장을 비롯해 동방극장, 카네마 극장, 인영극장, 시민관, 인형극장 등이 자리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풍경은 정말 1970년대까지만 볼 수 있었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칼라TV가 등장해 경쟁력을 빼앗긴 후 하나둘씩 망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시대에 발맞춰 복합영화관으로 변신했던 애관극장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을 읽었다. 문득, 그 시기의 흥망성쇠가 느껴져 씁쓸함이 들었고, 더불어 아련한 감정도 함께 들었다.

 

#마지막 코스는 역시, 얼큰한 막걸리 한 사발!

푸근한 얼굴로 하루의 피곤을 풀고 있는 사람들
서서 한 잔 재빨리 마신 후 취해서 나가는 백항아리집
그 당시 식기들이 그대로 놓여있는 공간. 이 양은그릇에 마시면 정말 시원할 것 같다.
그 당시 식기들이 그대로 놓여있는 공간. 이 양은그릇에 마시면 정말 시원할 것 같다.

'백항아리집'이란, 단순한 목로주점으로 몇 평 되지 않는 공간에 탁자도 없이 벽 쪽에 붙은 선반에서 서서 마시고 나가는 술집이라고 한다. 마실 수 있을 만큼 청해서 마시는 아주 싼 술집으로 일대를 배회하는 많은 술꾼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라는 것.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들어와서 서서 내가 마실 만큼 얼큰히 들이키고 가는 곳이라니, 나도 문득 껴 보고 싶은 마음에 선반 한 구석에 서 보았다. 고된 노동을 잊으려 일부러 더 껄껄거리면서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나는 사람들이 상상되었다. 어이 형씨, 어이 아우, 하면서 아는 얼굴을 보고는 서로의 아픔을 공유했을 테다. 만약 아직까지 영업 중이라면 꼭 한 번 갔을 텐데, 아쉽게도 1990년대 말쯤 사라졌다고 한다.

 

#생활사박물관에는 과거의 일상현재의 일상이 공존한다.

생활사박물관의 벽도 눈 뗄 수 없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지역주민들의 소소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는 것!
LP판의 낭만적인 타이틀. 여전히 사랑받는 명곡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고즈넉한 붉은 벽돌의 후문을 보며, 안녕!

생활사박물관에서 특별했던 점은 과거의 일상뿐만 아니라 현재의 일상도 같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전시해 놓은 공간을 벗어나 이동하는 복도에는 반드시, 2018년 현실을 살아가는 중구 주민들의 그림과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과거를 보통을 채집해놓은 공간에, 현재의 보통 사람들의 작품이 어우러지니 관람하는 내내 방방곳곳 참 푸근한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불량식품이 있던 거리, 오락실이 있던 공간이 나의 향수마저 자극했다. 그래서 꼭 한 번 다시 오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그 시절을 겪으셨던 분들이라면 더욱 즐겁게 관람하실 것 같고, 더불어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과거의 한 조각을 풀어내실 것 같아서다.

[위키리크스 한국=장보배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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