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토론회] “금융당국의 삼바 처리는 신뢰보호원칙에 어긋나“ 최준선 교수
[삼성바이오 토론회] “금융당국의 삼바 처리는 신뢰보호원칙에 어긋나“ 최준선 교수
  • 유경아 기자
  • 승인 2018.11.26 14:24
  • 수정 2018.11.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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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미국의 엔론과 삼성바이오를 유사하게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행정기관의 신뢰의 문제다.“
 
27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열린 <삼성바이오 정책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행정 행위는 마땅히 ‘신뢰보호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 원칙은 행정청이 국민에게 행한 언동의 정당성 또는 계속성에 대해 보호 가치가 있는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는 법 원칙을 말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신뢰보호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행정절차법(제4조), 국세기본법(제18조 제3항)에도 명문으로 규정돼 있고 대법원 판례도 이를 인정한다. 한 번 내린 행정처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란 행정 처분에 사후 적법성 문제가 발견된 경우다.

최 교수는 “적법성이 없는 처분은 명확한 규정에 반하는 처분을 말하는데, 근거 규정도 없이 해석을 변경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나고 법적 안정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 안정성은 정의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면, 이 문제가 불거진 이래 거의 2년이 지나는 동안 분식회계를 적발할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이제 와서 거래정지와 상장폐지심사를 한다는 것은 행정청으로서의 신뢰는 팽개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재감리를 결정하게 된 계기도 참여연대 출신 금감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바로 특별감리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1조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금융당국의 결정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금융당국의 설립 목적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 된다는게 최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법의 내용이 분명하다면 좌측통행이든 우측통행이든 문제되지 않는다”며 “삼성바이오 논쟁은 법률, IFRS가 불명확해 벌어지는 논쟁”이라고 규정했다.

최교수는 “국제회계기준(IFRS) 자체가 회계원칙 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각 규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감독자는 수범자(守範者)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 집행 당국의 판단은 일관되고 명확해야 한다”며 “법을 지켜야 하는 수범자로서는 내용보다도 명확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며, 그래야만 기업과 회계법인 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준선 교수가 진단하는 <엔론 사태 vs 삼성 바이오 파문>

엔론(Enron Corporation)은 1985년에 창립되어 2007년에 파산한 미국의 천연가스 기업이다. 한 때 미국 7대 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큰 기업이었으며, 본사는 텍사스 휴스턴에 있었다. 2002년 희대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회사는 파산했다.

엔론의 회장 Kenneth Lay는 회사를 건실한 규모로 키울 생각으로 남아있던 부채를 청산하도록 CEO Jeffrey Skilling에게 명령했지만 Skilling은 구조조정해서 부채를 줄이기 보다는 CFO Andrew Fastow를 시켜 장부를 조작했다.

즉, 부채는 유령 자회사로 넘기기 시작했는데 엔론은 파산하기 전까지 각종 유령회사를 세워서 부채를 넘겼다. 엔론은 대외적으로는 건실한 에너지 기업이라고 홍보하고 있었지만 실체는 거대한 빚을 지고 있는 부실기업이 되었다. Kenneth Lay는 장부상 숫자를 근거로 각종 사업에 뛰어들어 대형 에너지 기업 그룹을 일구었다. 에너지 사업 외에 펄프, 통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통신사업은 엔론의 파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서 깊은 다국적 컨설팅 전문회사 Arthur Andersen의 묵인과 비호 아래 감추어진 분식회계는 20세기 말 닷컴 버블과 함께 붕괴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미국 회계기준 GAAP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종속회사나 관계회사의 연결재무제표 작성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서 부실채권은 모두 자회사에 넘겨도 이 사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 의회는 ‘사베인즈 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을 제정하여 회계의 투명성을 위한 강력한 법률을 시행했고, 유럽의 회계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 =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의 도입이 검토되었으며, Kenneth Lay는 2007년 9월 최종 선고를 앞두고 감옥에서 심장마비로 64세에 사망했고, Arthur Andersen은 해체되었다. “엔론 –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코미디 영화 ‘뻔뻔한 딕&제인’이 제작되었다.

엔론사태로 미국과 일본 등 지금까지 GAAP를 쓰던 국가들도 문제를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 및 한국은 GAAP를 버리고 IFRS를 도입할 것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무엇이든 바꾸기 좋아하는 한국이 가장 빨랐다. 2008년 한국 금융위원회는 IFRS 도입을 결정하고 도입을 위한 실무진을 구성하여 2011년부터 과감하게 이를 도입했다. 금방 도입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미국, 일본, 인도는 아직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 IFRS자체가 허점이 많고 기업이 연결재무제표까지 작성해야 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시험과목인 GAAP를 공부해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했던 회계사들도 IFRS가 생소하여 준비가 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이 한국인의 특성 중 하나이다.

문제는 GAAP이 ‘규정중심 회계기준’이라면 IFRS는 ‘원칙중심 회계기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2011년 이를 전면적으로 채택한 것은 IFRS의 ‘원칙중심 회계기준’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회계기준에서는 기본 원칙만 규정하고, 기업은 이 원칙에 기초해 자신들의 경제적 실질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회계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IFRS는 원칙만 규정해 두고 있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많은데, 그것은 기업과 공인회계사가 행사하는 외부감사인에게 맡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감독기관의 간섭본능상 이것은 애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이번 삼성바이오) 사건은 감독 당국이 말로는 원칙중심을 외치면서도 마인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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