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행정소송 앞둔 ‘삼성바이오’… 증선위 의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WIKI 진단] 행정소송 앞둔 ‘삼성바이오’… 증선위 의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12.17 06:52
  • 수정 2018.12.1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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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 때 자본시장법 제정 산파역 맡았던 김병연 교수가 보는 삼성바이오 사건 -
"해외 금융기관, 투자자들 ‘자본주의 대한민국’ 평가하는 시금석될 것"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가 우리 경제계와 학계는 물론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한 때 증권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렸던 삼성바이오는 최근 상장을 유지하게 됐다. 이제 관심은 행정소송과 검찰 수사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법률 이슈가 아니라 회계 이슈의 측면이 더 많다고 본다. 회계처리원칙의 측면과 법률적 판단을 동일시 해서는 곤란하다.

이 사건 논란의 정점에 있는 '2015 회계년도 회계 처리 변경'에 대하여 본다면, 회계원칙은 법률이 아니며 기업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원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제회계기준(IFRS)이다.

규정중심(rule-based)이 아니라, 원칙중심(principle-based)의 회계기준 하에서는 특정한 회계원칙에 따라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한 변경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금융감독당국은) 이를 존중해 줘야 한다.

삼성바이오 사건 쟁점은 다소 복잡해보이지만 ▷법률적인 것 ▷회계에 관한 것 ▷순수한 계산에 관한 것 이렇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적 이슈는 간단하다.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을 했느냐 여부인데, 결국 문제는 회계처리의 적절성에 있다.

상법 29조는 '상업장부'의 작성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정하고 있다. 법이 정한 원칙은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에 의한다'로 정리된다(상법 29조2항). 여기서 말하는 '공정하고 타당한 회계관행'이 바로 업계에서 말하는 '회계기준'이다.

즉 우리 법은 기본원칙만 정해 놓고, 나머지는 회계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이 원칙만 정해 놓고, 세부 사항의 처리에 있어서 기업과 회계전문가에게 폭 넓은 자율을 보장한 것도 같은 이치다.

참고로, 상법은 1962년 제정돼 22년 만인 1984년 대폭 손질이 이뤄졌다. 이 때 기업 회계 관련 세부 규정이 다수 신설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2011년 상법을 다시 개정하면서 84년 새로 들어간 내용이 다 빠졌다는 것이다. 법이 직접 나서 기업을 규제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상법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만 법에 담는다. 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법도 마찬가지다.

▷국제회계기준의 원칙에 따라 ‘삼성바이오’ 사안을 평가해 본다면…

회계에는 여러가지 원칙이 있고, 기업은 재무구조, 실적 등을 고려하여 기업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원칙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도 없이 원칙을 바꾼다면 정직하지 못한 회계처리로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원칙의 변경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이를 존중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인수나 합병 등의 사유로 인하여 근본 재무구조에 변경을 초래한다면 회계 원칙을 변경할 만한 경우가 될 수 있으므로 기업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는지 여부를 둘러싼 금융감독당국과 참여연대, 삼성바이오의 서로 상반된 주장이 있는데, 밝혀진 것이 없는 이상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기업 자율을 보장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원칙을 생각한다면 삼성바이오 측의 항변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자본시장법의 대 원칙 중 하나가 포괄주의다. 법률로 모든 것을 규율할 수 없으니 원칙만 정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업계의 관행, 감독기관의 역할, 법원 판례의 축적 등으로 세부적인 내용들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규정 중심이었다. 수범자 입장에서 본다면 법률이 열거한 것만 피하면 되므로 편하고 감독기관의 입장에서도 감독의 편의성이 있었다.

우리 정부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IFRS)도 원칙 중심이다. 예측 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때는 그 분야에 밝은 전문가들에 맡기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의 포괄주의나 원칙 중심 국제회계기준이나 근본 취지는 같은 것이다.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의결과 관련, 금융감독원이 3차례나 입장을 바꾼 것도 간과할수 없는 문제다. 일사부재리 원칙을 말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기본적으로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계속 “문제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데,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안 된다고 했어야 옳다. 당시 문제 없다고 한 감독기관 담당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회계와 자본시장법에 비춰봐도 증선위 의결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상장기업의 공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보호 차원에서도 감독기관의 수 차례에 걸친 번복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중의 하나이다.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부풀렸다’는 주장 어떻게 볼 것인가

삼성바이오가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에는 적자 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둔갑시켰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 근본적으로 무엇을 적자로 볼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발행한 사채는 만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부채로도 볼 수 있고, 자본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모든 것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면 회계사가 할 일이 없다. 주식 가치는 하루에도 수 없이 변동된다. 자산가치도 마찬가지다. 특정 한 시점에 대한 판단만을 가지고, 기업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분식회계’라는 의미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당초 없는 실적을 조작하거나 부풀리는 행위는 명백한 분식회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의 경우에는 취득원가를 의미하는 장부가치에서 시장가치로 변경한 것인데, 이것은 오히려 기업의 현재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분식회계라고 명칭을 붙이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콜 옵션(call option) 문제의 경우 기업의 급성장에 따라 과거에 존재하지 않거나 불확실하였던 지배력의 존재와 연결된 것이고, 지배력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한 변경에 따라 장부가치에서 시장가치로 변경한 것이고, 변경 그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고, 문제없다고 하던 감독당국이 지금 와서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이번 사건을 대우조선 사건과 비교하는 분석들도 있는데, 대우조선의 경우 회계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없는 실적을 부풀린 사건이다. 이와 달리 삼성바이오 사건은 회계 처리 변경이 쟁점이다. 두 사건은 완전히 다른 케이스인 것이다.

삼성바이오 이슈는 ‘자본시장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사건이다. 특히 재판부의 판결과 검찰 조사 상황은 국내 기업들과 투자자는 물론 해외 기업,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법률이나 회계의 문제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편승한 정치적 사건이 되어버린다면,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눈길이 어떻게 바뀔지는 미리 예단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김병연 교수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병연 교수는...

김병연 교수는 자본시장법 전문가로 손꼽힌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자본시장법 제정을 위해 구성한 전문가 TF에 2년 동안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가 참여한 TF는 자본시장법 제정의 산파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연세대 법대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 인디에나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S.J.D.) 학위를 받았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 미국 조지타운대 VISITING RESEARCHER, 건국대 로스쿨 부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증권법학회 연구이사, 한국경제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상법상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에 관한 검토, 유동성제고를 위한 주식분할제도에 대한 검토, 내부자거래규제 관련 최근 판례의 동향(정보수령자 규제에 관한 미국 법원 판결의 시사점) 등 수십편의 논문을 냈다.

또 자본시장법 사례와 이론, 회사법 사례와 이론, 상법판례 백선, 주식회사법대계, 자본시장법[주석서 1, 2], 상법총칙상행위 사례와 이론, 자본시장통합법해설서, 증권집단소송의 이론과 실제를 공저 또는 번역하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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