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선거제 개혁논의 시동... 정치권이 넘어야할 다섯개의 장애물
[진단] 선거제 개혁논의 시동... 정치권이 넘어야할 다섯개의 장애물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12.17 07:22
  • 수정 2018.12.17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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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 및 소속의원과 당직자들이 12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 및 소속의원과 당직자들이 12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선거제 개혁 정국의 막이 올랐다. 여야 5당이 지난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선거제 개편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동시 단식농성을 벌일 만큼 벼랑 끝에 놓여있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실질적인 협상의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양당제 복원을 노리는 자유한국당, 다당제를 제도화하겠다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의 시각은 간극이 크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벽은 많다.

민주당 홍영표·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의 큰 방향과 원칙을 담은 6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야 3당이 강력하게 요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첫째항에 명시했다. 의원정수 및 비례대표 확대,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관한 문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합의에 따른다’고 했다. 의원 정수 확대 문제는 ‘10% 확대 여부 등을 포함해 검토’라는 단서를 달았다.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여야 5당은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조항을 통해 구체적인 시간표에도 합의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인 정개특위 활동 시한도 연장키로 했다. 선거제 개혁 법안 통과 이후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 착수’라는 더 큰 차원의 논의에도 합의했다. 연동형 비례제 관철을 위해 단식농성까지 벌였던 야 3당의 요구가 대폭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 단계까지는 난관이 많지만, 야 3당은 그동안 요구해온 ‘연동형 비례제’와 ‘1월 합의 처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합의문에 명시적으로 넣을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석패율제, 한국당은 개헌 논의 착수라는 요구를 첨부해 최종 합의문을 도출했다. 선거제 개혁의 데드라인을 1월 임시국회로 정하고, 연동형 비례제·의원 정수 확대 등 쟁점을 정리한 것도 성과라고 할 만하다.

특히 합의문 도출은 한국당의 입장 선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와 그 전제조건처럼 여겨지는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해왔다. 선거제 개혁을 외면한다는 비판, 야 3당의 단식농성 등에 등 떼밀려 일단 논의 테이블에 앉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당별로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어 여야가 협상과정에서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만 해도 ‘적극 검토한다’는 수준이어서 정개특위에서 어떤 형태로든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진짜 투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두고 “100% 도입은 곤란하다”(이해찬 대표)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선거 득표나 현재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정당 득표율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 배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배정받기 어려워지게 되고, 이는 비례대표 공천을 희망하는 예비정치인들이 다른 당으로 향할 공산이 커진다.

더 높은 벽은 한국당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는 물론 의원 정수 확대에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2월 전당대회 이전에 똑 부러진 입장이 나오기도 어렵다. 윤영석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일부 정당과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성명을 통해 “분명한 것은 열린 자세로 논의와 검토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비례대표 비율 확대와 의원 증원 문제도 걸림돌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권역별이든, 정의당이 희망하는 전국 단위이든, 현행 ‘85 대 15’(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인 의원 구성비는 완전 연동형 시행이 어렵다.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역구를 축소하든지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 지역구 축소는 현역 의원 기득권이, 의원 수 확대에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석패율제 또한 이해가 엇갈린다. 아깝게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구제하는 제도 특성상 큰 정당 소속의 인지도 높은 중진 정치인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도시는 중대선거구제·농촌은 소선거구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문에 적히진 않았지만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에 대한 논의’라는 형태로 여전히 살아 있는 쟁점이다.

개헌 문제도 변수다.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 통과 즉시 논의에 착수키로 한 전제가 붙었지만, 구체적 선거제도 개편안에 부대조건으로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과 같은 단서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이 동의하기 어려워 선거제 개혁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각 당 이해관계와 쟁점이 물고 물리다 보니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은 아니다. 선거제 관련 논의의 큰 틀이 잡힌 지금부터 각 당은 ‘1월 본회의 통과’라는 목표를 향한 수싸움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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