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사기 당해 왔지만 대책 막막..." 일본 이주 노동의 현실과 정부의 시각
[WIKI 프리즘] "사기 당해 왔지만 대책 막막..." 일본 이주 노동의 현실과 정부의 시각
  • 최정미 기자
  • 승인 2019.01.16 14:06
  • 수정 2019.01.17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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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한 베트남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다. [NPR 캡쳐]
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한 베트남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다. [NPR 캡쳐]

2011년 지진과 쓰나미, 원자력 발전소 붕괴의 재앙이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 위치한 고리야마 마을의 한 주택에 몇 명의 베트남인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 주택은 일본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로 가톨릭 교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응웬’이라고 성만 밝힌 한 노동자는 2015년 일본 정부의 기술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 그는 베트남의 브로커에게 약 9,200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지역의 개인 건설회사와 건축 현장 실습 훈련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발전되고 깨끗하고 문명화된 나라를 기대했었다. 일본은 좋은 것이 많다고 생각했었고, 전문 기술을 배워서 고국에 돌아가고 싶었다"는 그는 후쿠시마 원전 근처의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치우는 일을 지시받았다고 한다.

응웬은 자신을 포함해 훈련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속았으며, 그와 노조가 회사와 보상금 협상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회사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노동자들에게 장갑과 마스크만 제공했을 뿐 방사능 피폭을 막아주는 장비 같은 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방사능 감지기를 받았지만, 안전 조사원들이 방문하기 전 뿐이라고 했다.

일본에 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줄 돈을 은행과 가족들로부터 빌린 응웬은 "회사를 고소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 일본어를 할 줄도 모르고, 일본의 법체계로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참고 일하면서 빚을 갚는 것 뿐"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응웬과 같은 기술 훈련생들은 현재 일본의 약 13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 중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응웬의 인터뷰와 함께 실상을 보도한 <NPR>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식당, 건설, 농업, 간호 등의 분야에 345,000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올 계획인데, 상당 수가 중국,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등의 국가들에서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로, 이로 인해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게 됐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총리조차 거부하는 외국인 이민이 화두에 올랐다.

그러나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지하는 이들은 기술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점검 없으면, 많은 이들이 응웬처럼 착취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훈련 프로그램은 노예제나 마찬가지이고, 노동력 없는 노동 창출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훈련생들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산재 사망률은 일본 전체 비율의 두 배가 된다고 <재팬타임즈>가 정부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다. 또한 브로커들이 빚을 이용해 이주 노동자들을 노예화하는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신매매의 근간이다.

일본 정부는 불법 브로커들을 엄중하게 단속하고, 100여개의 컨설팅 센터를 설치해 훈련생들이 학대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며, 일본어 교육을 제공하고, 전반적으로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의 2018년 인신매매 관련 보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브로커들이 외국인 훈련생들을 빚으로 옭아매는 것을 막지 못했으며, 심지어 일본 당국이 착취 현장에서 탈출하려는 훈련생들을 돕거나 보호하는 대신 체포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NPR>은 이민에 대한 보수적 반대자들은 훈련 프로그램이 끝나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본을 떠나는 편을 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해 10월 아베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일본이 이민에 대해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 아베는 ‘우리는 이민 정책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특수한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받는 현 시스템을 확장할 것이다. 숙련되고 준비된 외국 인력을 제한된 기간 동안만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집권 자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일본 의회는 지난 달 아베의 계획을 통과시켰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변하는 일본 전통일노동조합(全統一労働)의 사무총장 사사키 시로는 아베의 계획에 반박했고, 일본 정부가 이민 현실을 직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가 말하는 이민은 가족들과 함께 일본에 건너와 오랫동안 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국제 기준으로 보면, 훈련생들도 이민자들이다. 따라서 일본은 이미 이민 사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사키는 현대의 일본이 대규모 이민을 겪어본 적이 없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다양성과 관련해 스스로를 평가해본 적이 없다. 현재 우리는 다양성의 세계에서 살아야 하고, 모든 일본인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템플 대학교 도쿄 캠퍼스 내의 현대 아시아 연구소 소장 로버트 듀자릭 역시 아베가 은근슬쩍 개혁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이민으로 세워진 미국 같은 나라들에서도 이민은 환영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베가 천만 외국인들을 데려올 테니 자신에게 투표해 달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많은 분석가들이 1950-70년대 독일의 기술 훈련 프로그램과 비교하고 있다. 당시 독일은 가난한 국가들, 특히 터키의 노동자들을 데려왔고, 이민 방지를 목적으로 이주 노동자들의 독일 거주를 제한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시 거주자들에 대한 고용과 훈련 비용이 너무 높았고,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길을 닦아 놓으면서 독일은 스스로를 사실 상 이민 국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응웬과 같은 현재의 일본 이주 노동자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새 비자로 일본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응웬은 합당한 임금과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머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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