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포커스] “이랜드그룹, 새로운 40년 도약” 짊어진 김일규-최종양 부회장… 도전과 응전
[CEO 포커스] “이랜드그룹, 새로운 40년 도약” 짊어진 김일규-최종양 부회장… 도전과 응전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9.01.24 09:22
  • 수정 2019.01.24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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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은 김일규 이랜드월드 부회장(왼쪽)과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부회장. [이랜드 제공]
이랜드그룹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은 김일규 이랜드월드 부회장(왼쪽)과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부회장. [이랜드 제공]

1980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2평짜리 ‘잉글랜드’ 매장이 들어섰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갓 졸업한 한 젊은이가 의류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주인공은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랜드가 연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유통그룹으로 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창업 40년을 맞는 내년, 이랜드그룹은 마곡지구 통합사옥으로 입주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새로운 40년을 앞두고 이랜드그룹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창업주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과 동생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대거 등장시켰다. [본지 1월 3일자 참조]

박성수 회장 자신이 2선으로 물러나면서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해 그룹 성장의 새로운 기폭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제 이랜드그룹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를 맡은 김일규 부회장(61)과 주력사 이랜드리테일 최종양 부회장(57)을 주축으로 한 경영진 어깨에 맡겨지게 됐다.

김 부회장은 아르바이트로 입사해 그룹총괄 CEO까지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패션사업부와 생산, 글로벌소싱 등을 거친 뒤 미국과 영국 등에서 해외 법인장도 지냈다. 이후 그룹 전략기획실장, 미래사업부문 비지니스그룹장, 이랜드건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김일규 이랜드월드 부회장 [이랜드 제공]
김일규 이랜드월드 부회장 [이랜드 제공]

박성수 회장과는 대학 때 성경공부반에서 만났다. 1982년, 당시 군 입대를 앞두고 있을 때 박 회장이 "여기 와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라"고 권유해 이랜드와 인연을 맺게 됐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들을 뿌리치고 박성수 회장과 '꿈'을 같이 하기로 마음 먹고 1984년 정식 입사했다.

당시 박 회장은 동대문에서 옷을 도매로 구입해 팔다가 자체 디자인한 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김 부회장은 박 회장과 함께 옷 더미를 메고 공장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는 등 바닥을 다지며 기업을 함께 키웠다.

특히 그는 좁은 한국 땅에서 벗어나 이랜드의 영역을 아시아, 세계로 넓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기 전부터 중국에 들어가 생산 공장을 물색하고 사업 기반을 다졌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설립한 이후에는 해외 다른 지역 공략에 주력했다. 영국으로 넘어가 유럽법인장을 맡았고, 2007년부터는 미국법인을 이끌었다.

김 부회장은 해외법인에서만 10여년간 근무하면서 코치넬리, 팔라디움, 케이스위스 등 이랜드그룹이 인수합병(M&A)한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해외법인을 이끌 때마다 한국인 직원은 물론 현지 직원들도 가족처럼 대해 직원 모두 ‘가족 사업’을 하듯 열정적으로 기업을 일구고 키우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이랜드월드 전략기획실장, 이랜드건설 대표, 이랜드월드 대표 겸 커뮤니케이션 총괄 등을 맡아온 그는 앞으로 이랜드그룹 지주사격인 이랜드월드 경영을 총괄하면서 그룹 살림 전반을 챙길 예정이다.

이랜드그룹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통법인을 총괄하게 된 최종양 부회장 역시 대표적인 창업 공신이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6년 이랜드에 입사해 주로 중국 사업을 맡아왔다. 이랜드가 1994년 상하이에 처음 생산지사를 설립할 때 중국으로 건너가 초기 시장 조사에 나선 인물이 최 부회장이다.

2001년 이랜드중국 초대 대표를 맡기 전에는 중국 사회와 역사,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독파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최 부회장은 중국 사업을 맡은 후 6개월 동안 드넓은 중국 전역을 순회하는 강행군까지 했다. 기차, 버스를 타고 중국 구석구석까지 찾아 다니며 지역별 생산 공장, 유통망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밤낮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고 탈 난 배를 움켜쥐며 사업장을 다니던 날도 부지기수였다. 이런 노력으로 이랜드그룹이 까다롭다는 중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 격동의 40년 ’이랜드’ 새로운 40년 도약을 위한 극복과제들

이랜드그룹은 파죽지세로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다른 기업들도 그렇듯 국내외 경기가 출렁일 때마다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오랜 기간 공들여왔던 중국 유통, 패션 사업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기도 했다.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 2017년 초 알짜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여성복 업체에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8700억원으로 티니위니 장부상 평가액(12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그해 6월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도 7130억원을 받고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에 넘겼다.

이랜드월드는 메리츠금융그룹 사모 사채 4000억원을 모두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췄다. 넉넉한 자금을 확보한 덕분에 이랜드 재무구조도 좋아졌다. 2016년 말까지만 해도 315%에 달했던 이랜드그룹 부채비율은 2017년 말 198%, 최근 170%대 아래로 떨어졌다.

‘새로운 도약의 40년’ 역사를 쓰기 위해 이랜드그룹 앞에는 지주사 전환, 이랜드리테일 상장, 실적 회복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 과제들이 당면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랜드리테일 상장 문제다.

이랜드는 2016년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추진했다가 업황 부진 여파로 상장을 지연시킨 바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다시 상장 예심을 신청한 이랜드는 올 상반기 내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회복과 이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랜드그룹은 국내외 100여개 계열사를 둔 대형 패션 유통업체로 성장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매출이 정체됐다. 한때 10조원을 넘어섰던 그룹 매출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다리고 있다.

매출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 패션 사업이 살아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랜드는 최근 중국 사업 회복을 위해 백화점 내 적자 매장을 접고 온라인 쇼핑몰, 아웃렛 등 신유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스파오 신촌 매장
스파오 신촌 매장

이랜드는 ‘이랜드월드 → 이랜드리테일 → 이랜드파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를 이랜드월드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사 형태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사업형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에서 패션사업부를 분리해 순수 지주사로 전환하고,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패션(가칭),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당장은 실현하기 어렵지만 그룹 재무구조가 탄탄해지면 진행하게 될 청사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종 자산 매각,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한 이랜드그룹이 새해 과감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책임경영을 강화했는데,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통해 ‘퀀텀 점프’를 꾀하는 이랜드그룹이 어떤 행보를 펼쳐갈지 주목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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