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방식 “동부제철은 왜 안 되나?”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방식 “동부제철은 왜 안 되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2.01 14:44
  • 수정 2019.02.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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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동부제철 역시 지주사 설립 방식으로 매각 추진한 바 있어
당시 철강업체들과 이해관계 달라, 시황 및 재무건전성 등 대우조선과 차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같은 산업은행 관리 하에 있는 동부제철과 다른 매각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을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지주사설립을 통한 현물출자와 유상증자를 포함한 매각 방안을 선택했다.

동부제철은 유상증자에 참여한 기업이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후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이고, 대우조선해양은 중간지주 성격의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통합법인인 지주사에 현물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새워진 조선통합법인은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을 유상증자를 하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 추가 1조원을 산업은행이 지원한다. 동부제철과 대우조선해양 두 방식 모두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

사실 동부제철도 지난 2017년 철강업계에서 대우조선해양과 비슷한 방식의 매각설이 돌았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산업은행은 철강업체들에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법과 유사한 방안을 통해 동부제철 매각을 유도했다.

조선통합법인과 비슷한 성격의 지주사를 설립해 지분을 나눠 갖는 형태로 동부제철 매각을 시도한 바 있는데 당시 동국제강과 세아제강 등 일부 동종 업체들이 깊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과 달랐던 점은 산업은행과 철강업체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동국제강과 세아제강이 원하는 매물은 동부인천스틸이었는데 이들 업체들은 약 2000억원 정도의 비용으로 경영권을 이전받길 원했다.

당시 관심이 높았던 만큼 경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가격이 올랐고, 산업은행도 낮은 가격에 팔 생각이 없어 사실상 매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과 대우조선해양의 다른 점은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재무구조 건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또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 구조가 개선됐다. 앞으로 2년간 수주가 이뤄져 있고, 조선 산업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에 비하면 동부제철의 여건은 가혹했다. 당시 영업이익은 괜찮았지만 철강 산업의 호실적은 중국의 내수 진작에 따른 일시적 수혜에 가까웠다. 또 영업이익으로도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많았다.

대우조선해양과 현재 동부제철 매각 방식을 종합해봤을 때,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지주사 설립을 통한 유상증자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철강업체들은 30% 정도의 지분 참여를 원했다.

당시 산업은행이 매긴 동부인천스틸의 장부가격이 7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약 2000억원 수준의 지분참여로 동부제철 경영권을 넘겨받길 원한 것이다. 철강업체들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동부제철을 비싼 가격에 인수하길 꺼려했다.

결과론적으로 당시 동종업체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2017년부터 냉연업체들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해엔 제로 마진 수준의 경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철강업체들은 공급과잉 상태에서 산업은행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수주된 실적과 현재 기대가 높은 조선 산업 시황을 고려했을 때 인수 적기로 판단했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점이 철강업체들과 차이점이다.

현재 동부제철은 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데, 철강업계 측에서는 이번 매각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실적이 반등하기 어려운 현재의 시황에서 인수자들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것.

산업은행이 연초부터 관리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정리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20년된 대우조선해양과 4년된 동부제철의 청산 절차가 이뤄질 수 있을 지 업계 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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