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카톨릭 내부의 권력 암투가 교황의 사적인 편지를 통해 드러나다
[WIKI 프리즘] 카톨릭 내부의 권력 암투가 교황의 사적인 편지를 통해 드러나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2.01 17:46
  • 수정 2019.02.02 0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키리크스, 교황 친필 편지 폭로
로마 카톨릭의 암투 상황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됐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로마 카톨릭의 암투 상황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됐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위키리크스가 로마가톨릭교회 고위직 내에서의 권력 암투 상황을 폭로했다. 

30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들 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적인 서한이 들어 있다. 교황이 자신의 특사인 레이몬드 버크 추기경에게 보낸 이 편지로 인해 언론들에서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교황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이 편지는 위키리크스에 의해 전문이 공개됐다.

이 편지는 1099년 십자군전쟁 때 예루살렘에서 태동한 ‘몰타기사단(the Sovereign Military Order of Malta)’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기사단은, 이론적으로는 로마가톨릭 제도에 따라 교황권에 예속되어있기는 해도,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그자체로 권위를 지닌 실체(實體)로 폭넓게 받아들여져 왔다.

‘몰타기사단’의 이와 같은 애매모호한 위치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1월 이 기사단의 기사단장이었던 매튜 페스팅의 사임을 권고했을 때 문제가 더욱 불거지게 되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매튜 페스팅은 이 기사단의 그랜드챈슬러인 알브레히트 프라이헤르 본 뵈셀라거를 해임한 바가 있다.

매튜 페스팅이 뵈셀라거를 해임한 주된 이유는, 기사단의 보건 담당 책임을 맡고 있던 뵈셀라거가 다른 물품들과 함께 콘돔을 나눠주도록 한 아프리카 구호활동 기금을 승인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피임을 금지하는 가톨릭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페스팅은 뵈셀라거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었다.

뵈셀라거는 이 문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탄원하였지만, 교황은 오히려 기금 승인 문제를 조사할 교황 직속 위원회의 구성을 지시하고 조사 결과를 교황청에 보고하게 함으로써 ‘몰타기사단’의 독립성과 권한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뵈셀라거는 이후 페스팅이 축출되자마자 곧바로 복직되었다. 위키리크스가 금일 공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에 따르면, 교황은 적어도 레이몬드 버크 추기경을 만난 2016년 11월부터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논란에 개입되어있었음이 드러났다.

2017년 1월에 교황이 취한 극적인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기사단의 권한을 침해했으며, 반대자들로부터 ‘한 국가(기사단)를 다른 국가(로마교황청)가 병합하는 행위’라는 극심한 비난을 초래했다. ‘몰타기사단’ 단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교황권에 도전하며 바티칸의 조사 활동에 협력하기를 거부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가톨릭 내의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구성원들 사이의 폭넓은 권력 투쟁의 일부로 보고 있다. 페스팅으로 대변되는 보수주의와 뵈셀라거가 대표하는 자유주의 진영 간의 암투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따른 이야기에 음모론이 가중되고 있는데, ‘몰타기사단’의 고위직 단원들이 프리메이슨과 같이 로마가톨릭의 의심을 받고 있는 단체들에 참석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문들의 일부는 2016년 12월 1일자 교황의 서한에 의해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12월 1일은 페스팅이 해임되고 뵈셀라거가 재임명되기 한 달 전이다.

이 편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특히나, 기사단 단원들은 외부 운동단체나 조직, 협회에 가입하는 등의 가톨릭 신앙에 배치되는 세속적이고 경박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합니다.”

교황은 덧붙여서 이러한 단체들에 가입한 단원들은 기사단에서 축출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콘돔 분배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교황은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추기경께서 언급하셨듯이 기사단의 고위직 단원들이 어떤 형태의 피임기구이든지 그것을 나눠준 사실을 인지했다면 나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개입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교황은 나아가서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나는, 바울사도의 원칙에 따르고,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라는 성경 말씀(에베소서 4:15)에 따라 이 문제를 고위직 단원들과 협의하고, 필요한 수정이 가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편지는 또 2016년 11월 10일 레이몬드 버크 추기경이 증폭하는 갈등을 토의하기 위해 교황을 알현했음도 확인시켜주고 있다. 두 성직자의 만남은 뵈셀라거가 페스팅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전에 이루어졌다. 편지 문장을 훑어보면 교황이 이미 사태 초반에 자신의 권위를 단호하게 밀어붙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추기경께서는, 몰타기사단의 지도자들과 함께, 기사단과 로마교황청의 권위를 이어주는 끈끈한 연대의식을 더욱 확고히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구조적인 면에서나 실제 운용 면에서 밀접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위키리크스는 버크 추기경에게 보낸 교황의 편지와 함께 이번 논란과 관련된 몇 가지 다른 문서들도 공개하였다. 이 문서들에는 내부 통신문들과 메모들이 포함되어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6677sky@naver.com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