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대한항공 주총을 바라보는 시각
[WIKI 진단] 대한항공 주총을 바라보는 시각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03.12 15:44
  • 수정 2019.03.13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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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이달 27일 열린다. 여느 때 같았으면 평범하게 지날 수도 있었던 대한항공 주총에 올해는 안팎의 시선들이 뜨겁게 쏠리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연임 안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주총 안건으로 조 회장 연임안 등을 상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만일 이번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이 이사직을 지켜내지 못하면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물론 경영계의 대부분 인사들은 '오너가 연임돼야 안정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이미 '핵심 계열사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현재 겸직 중인 다른 계열사 이사직을 대거 내려놓기로 했다. 한진칼과 (주)한진, 대한항공 등 3개사에만 임원으로 등재해 새로운 100년을 밝히는 주춧돌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1969년 3월 1일 창립된 대한항공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반세기 기업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핵심 계열사 업무에 집중해 한진그룹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도 조 회장의 이런 구상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이사회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의 성공적 개최 등 현안이 되는 과제가 쌓여 있다"며 회장 연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회사의 절대 안정체제 유지 및 경영 정상화를 통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 오랜 경륜을 지닌 항공전문가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소액주주를 비롯해 다수의 투자자들은 조 회장이 연임해야 하는 데 대해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다. 조 회장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전문가적인 능력을 발휘해 대한항공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실적 달성은 물론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려 안팎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상반기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신시장 개척 효과,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출범, 인천공항 제2터미널 효과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올해에도 경영 안정을 유지할 경우 델타항공과의 협력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신형 항공기 취항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며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 안정성을 해치며 회사를 위기로도 몰고갈 수 있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회사 발전이라는 공(公)과 회장 가족과 관련된 사(私)를 구분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적인 부분에서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수장을 바꿔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기업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사사로운 문제로 경영진을 교체해 회사가 나락으로 떨어진 수많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항공산업의 부침은 어느 분야에서보다도 강도 높게 전개된 바 있다. CEO가 방향타를 잘 잡고 가느냐 여부가 항공사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물론 한 국가의 항공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관광산업 부흥,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측면에서도 단순하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며 상장사 주총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국민연금 측도 대한항공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지분율 10%를 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회사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원인을 제공한다면 그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식 투자 운용수익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며 국민적 지탄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국민이 맡긴 자금의 수익률 높이기라는 본연의 임무는 소홀히 한 채, 정치적 논리에 치우쳐 연금 사회주의 흐름에 휩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다른 기관 투자가나 소액주주들의 움직임도 관심 사항이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이들의 선택은 대한항공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을 위해서는 대한항공의 특별정관에 규정된 '주총 참석자 중 3분의 2 찬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조 회장 연임을 막기 위한 의결권 모으기에 나서면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창'과 대한항공 오너 및 경영진의 '방패' 사이 승부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시장경제에서 민간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큰 책무다. 아직까지 아무런 법적 결정도 나지 않은 사안을 적용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리더인 조양호 회장을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것은 물론 기업의 주주가치를 하락시켜 오히려 주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 경고에 귀 기울일 시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산업 부국장]

kwmm307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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