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확산되는 상황과 정반대로 신군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핑계 삼아 권력을 빠르게 장악해가기 시작했다.

제도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게 된 계기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치다.

정부대변인인 이광표 문화공보부장관은 5월 31일 ‘정부는 전국 비상계엄 하에서 대통령이 계엄 업무를 지휘, 감독하고 내각과 계엄군 당국간의 협조 체제를 긴밀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는 국무총리,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의무, 내무, 법무, 국방, 문교, 문공장관, 중앙정보부장, 대통령비서실장, 계엄사령관, 합동참모회의의장, 각군 참모총장 및 국군보안사령관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1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케 했다.

국보위 설치를 계기로 신군부는 학원 시위 차단, 반정부 정치인 규제, 언론 검열 강화 등 신군부의 구상을 담은 활동을 펴나가기 시작했다.

전두환을 정점으로 하는 신군부는 박정희 쿠데타 당시의 시스템을 교과서 삼아 철저하게 모방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로, 정치활동정화법은 정치활동규제법으로, 국토건설단은 삼청교육대로 바꿨고, 언론규제도 언론통폐합으로 이름만 바꿔 활용했던 것이다.

국보위의 명목상 위원장은 최규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실제 기구를 운영하는 상임위원장은 전두환이 맡았다. 국보위 상임위원장인 전두환은 육군참모총장은 물론 국방장관, 국무총리, 대통령보다도 훨씬 강력했다.

국회는 형식상 그대로 두었으나 문을 닫아버렸다. 국무회의는 국보위 결정을 추인하는 꼭두각시 기구로 전락했다.

국보위 설치가 발표될 것이라는 정보를 미국 대사관이 입수한 것은 계엄군이 무력으로 광주에 재진입하기 직전이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미국 대사는 5월말 박동진 외무장관과 최광수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국보위 설치문제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최규하 대통령이 민주선거를 통한 민주화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한국 국민들과 미국 정부에 했는데, 이제 그 약속이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이에 두 사람은 “최 대통령의 정치개혁 일정은 진행형”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글라이스틴은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들은 민간 정부를 명백히 군의 자배 하에 두게 되는 이런 변화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술회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한국 국민들은 이런 새로운 기구 설치에 대해 군부가 무소불위의 존재가 된 것으로 여길 것이며, 이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것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밝히는 명백한 증거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최 대통령의 정채개혁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미국의 태도가 결정될 것이고 개혁의 진척에 대한 판단은 말이 아닌 행동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국보위 설치 이후 변화에 대한 미국의 평가다.

“이전에 내각에 책임을 지던 행정조직은 국보위의 지시를 받고 있다. 정치인들은 지리멸렬해 있었고, 언론은 계엄령으로 재갈이 물려 있고, 교회 단체와 학생, 교수, 노동운동가들은 주의의 돌아가는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이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음에는 틀림 없지만, 새로운 궐력자들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한국 사회의 증도 온건계층은 사라졌다.”

[위키리크스한국=특별취재팀]

<참조 문서>
▶https://wikileaks.org/gifiles/docs/15/1556806_korea-assassination-history-.html
▶https://wikileaks.org/plusd/cables/1979SEOUL19088_e.html
▶http://timshorrock.com/documents/korea-the-cherokee-files-part-one/
▶https://www.38north.org/2017/10/tshorrock100317/
▶http://www.eroseffect.com/powerpoints/NeoliberalismGwangju.pdf
▶https://kr.usembassy.gov/wp-content/uploads/sites/75/2017/05/The-Kwangju-Incident.pdf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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