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수직계열화…트렌드 따른 “필연적 선택”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수직계열화…트렌드 따른 “필연적 선택”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4.04 14:37
  • 수정 2019.04.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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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 4사, 다운스트림 공정 관련 사업 진출 활발
최근 에틸렌 인기, 앞 다퉈 투자 진행에 공급과잉 우려
정유 업계, 수직계열화 따른 원가경쟁력으로 최종수요가 어필
에스오일 산화프로필렌 공장
에쓰오일 산화프로필렌 공장 [사진=에쓰오일]

최근 정유사들의 외도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수요가들의 영역을 침범하며 석유화학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과거 수요가들의 영역인 석유화학 부문에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진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서 촉발됐다.

정유 산업에서 가장 큰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수요산업은 자동차 부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친환경 화두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여전히 수십년 내 내연기관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전기차 등 친환경 차들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휘발유와 경유 등 전반적인 수요 감소 앞에 정유사들이 선택한 미래성장 동력은 석유화학 산업이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제품은 에틸렌이다. 국내 정유 4사 모두 에틸렌 사업에 관심이 커지며 적극적인 설비 도입에 나서고 있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이미 다운스트림 공정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PX, 에틸렌, PE, 벤젠 등 다양한 석유화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은 여수산업단지에 2조6000억원의 에틸렌 공장을 도입한다. 202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수준이다.

에쓰오일 역시 에틸렌 공장을 도입 중에 있다. 이미 합성섬유의 기초 원료인 파라다일렌을 시작으로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 등을 생산하고 있는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부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에틸렌 공장은 울산에 5조원을 들여 2023년 연간 생산능력 150만톤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롯데케미칼과 합작으로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충남 대산에 에틸렌 2공장을 도입 중에 있다. 현대오일뱅크 인근 바다를 매립해 짓고 있는 2공장은 현대오일뱅크 여수공장과 파이프를 연결해 원가를 낮추고 효율성 극대화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들 4사의 에틸렌 공장이 완공되면 전 세계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공급량이 늘어나게 된다. 중국에서도 에틸렌 신설 공장이 세워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과잉 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에틸렌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 마지막 주에도 에틸렌 가격은 전주 대비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 4사가 적극적으로 석유화학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사업 존속을 위한 절박감 때문이다. 현재 정유업계는 낮은 정제마진과 전 세계적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 때문에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보다는 자신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연관 부문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는 정유사에서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부산물들이다. 에틸렌 역시 원료인 납사가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만큼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사업을 수직계열화 할 경우 석유화학 업계에 비해 높은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에틸렌의 경우 필름, 플라스틱 등 주요 원료로 사용되는 등 대부분의 석유화학 제품들이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주 원료로 이용된다. 정유업계는 석유화학 제품을 수직계열화해 최종 고객들에게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정유사들은 자신들의 주 고객층인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요를 빼앗는 만큼, 주 수요고객들로부터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점차 사양 산업으로 변모할 정유 업계 입장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정유 업계가 석유화학 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석유화학 업계도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치킨게임이 벌어지면 결국 버틸 능력이 없는 중소 화학업체들부터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석유화학 업계도 정유 업계의 사업전환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전기배터리를 주력 사업으로 삼을 만큼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새로운 신사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정유 업계의 석유화학 진출로 영업이익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유 업계는 앞으로도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 라인업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인 친환경 바람이 정유 업계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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