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Leaks] 줄리안 어산지와 영국-미국 정부 ‘알권리 전쟁’
[WikiLeaks] 줄리안 어산지와 영국-미국 정부 ‘알권리 전쟁’
  • 최정미 기자
  • 승인 2019.04.12 10:13
  • 수정 2019.04.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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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DPA=연합뉴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DPA=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된 이후 가장 큰 관심은 그가 과연 미국으로 송환될 것인지, 만일 송환된다면 어떤 법 적용을 통해 처벌받게 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2006년 어산지가 창립한 위키리크스는 치부를 가리려 하는 권력에 맞서 ‘힘의 그림자’들을 과감하게 폭로해왔다.

위키리크스는 특히 2010년 이라크에서 미 육군 정보분석병으로 근무했던 첼시 매닝과 협력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며 생산한 군 내부 문서 수십만건과, 미군 헬기가 이라크의 민간인을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어산지를 '반역자'로 규정하고 수배했다.

어산지는 또 미 국무부가 전 세계의 미국대사관들과 주고받은 공식 외교문서 25만여 건도 폭로했다.

미 법무부는 영국 경찰이 어산지를 체포한 직후 어산지를 컴퓨터 해킹을 통한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사실을 밝혔다. 미 법무부는 매닝이 어산지의 도움을 받아 국방부 내부 전산망에 침입해 기밀 정보를 빼낸 뒤 위키리크스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그는 정부 기밀 누설과 별개인 강간·성추행 등의 혐의로 2010년 11월 스웨덴 정부에 의해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한 달 만에 영국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나 보석으로 풀려나 영국 법원의 재판을 받았다.

영국 대법원이 2012년 그를 스웨덴으로 송환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그는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 두려워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이후 7년간 대사관에서 피신 생활을 했다.

▷영국 정부와 위키리크스, 줄리안 어산지

영국 경찰은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줄리안 어산지를 연행했다. 특히 이번 체포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흘렸다. 하지만,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없다면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줄리안 어산지를 눈엣가시로 여겨온 것으로 알려진다.

2013년 외교 전문을 통해 영국 정부와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의 특별한 관계가 드러났다.
이 문서는 영국과 사우디 양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선출되기 위해 어떻게 비밀리에 투표 담합 거래를 했는지를 뚜렷이 보여줬다. 영국이 사우디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 비밀 협상이 시작됐음이 알려졌다.

위키리크스는 또한 영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잘 보이려고 한 정황들에 대해 폭로했다.
예를 들어 한 2008년 외교 전문을 통해 당시 영국의 재야 외무장관 윌리엄 헤이그가 미국 대사관에 ‘영국이 친미 체제를 원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고, 세계에 필요한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이 드러났다.

그 다음해의 전문을 통해서는 한 공개 조사로부터 영미 간의 특별한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애를 쓰는 모습이 보여졌다. 2009년 칠콧 보고서(Chilcot Report, 영국이 2003년 이라크전에 참전하기까지의 과정을 조사한 보고서)를 위한 조사가 시작됐을 때, 영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확언한 것이 문서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이 보호 조치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칠콧 조사를 위해 공개적으로 증거를 제공하도록 하는 요청을 미국 정부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칠콧 조사는 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와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 사이의 이라크전 준비 관련 서신들을 공개하는 것을 승인받지 못했다.

2009년에는 당시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이 영국의 트라이던트 핵잠수함의 수를 4대에서 3대로 줄이겠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이는 미국 정부에 반대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영국 국무조정실의 줄리안 밀러가 은밀하게 미국 관료들에게 ‘핵잠수함 억제 정책으로 미국과 영국 사이에 광명이 사라지게 될 우려가 있는 향후 국면에 대해 영국 정부는 미국과 협의할 것이다’라고 확언했다. 미국을 배제한 독자적인 영국의 핵잠수함 정책 구상이 이 전문으로 인해 희석됐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이밖에도 영국 정부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는 전문들을 공개했다.
2011년 3월 영국과 나토의 리비아 폭격에 앞서, 영국 정부는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민간인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지 그의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2016년에 공개한 힐러리 관련 문서들을 통해, 당시 미 국무부 차관 윌리엄 번스가 영국 외무부 장관과 가다피 이후의 리비아에 대해 의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사 작전이 시작되기 3주 이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를 통해 당시 폭격의 의도가 명백히 카다피 정권을 전복시키는 데에 있었고,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유엔의 해법은 그저 명분인 것이었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또 다른 사례는 인도양의 영국령 차고스 제도의 가장 큰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관한 것이다. 이곳에는 현재 주요 미군 기지가 중동에 개입하기 위해 있다. 영국은 1960년대에 강제로 주민들을 내보낸 이후, 차고스 주민들에게로의 영토 반환을 오랫동안 막아왔다.

줄리안 어산지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영국 경찰에 체포돼 압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영국 경찰에 체포돼 압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9년 비밀 전문을 통해 영국이 계략적으로 이 제도 주변의 해양보호구역 설립을 공모한 것이 드러났다. 영국의 한 고위 외교부 관료가 미국에게 차고스 제도 전체가 해양보호구역이 되면, 차고스 주민들이 섬에 재정착하기 위한 노력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09년 5월 미국에 해양보호구역이 제안되기 일주일 전에, 영국의 외교부 장관 데이비드 밀리밴드 또한 대중들을 속이기 위한 공작을 미국과 펼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된 전문에 따르면, 영국이 이전 해에 클로스터 폭탄(산탄형 폭탄) 사용 금지에 관한 국제 조약에 서명했음에도, 밀리밴드가 미국이 이 규제를 피하는 것을 돕고, 영국 영토 내의 미군 부대가 이 무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밀리밴드는 외교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조약 상의 허점을 통해 미국이 영국 영토 내에 클러스터 폭탄을 갖고 있을 수 있도록 승인했고, 그가 이 허점으로 어떻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의회 논쟁을 피할 수 있을지 논했다고 전해진다. 이로 인해 미국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의 전함들에 클로스터 폭탄들을 적재해 놓고 있었다는 것이 이 문서의 핵심이라는 비판의 주장들이 나왔다.

미국이 영국 정부와 관련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해 영국 외교부를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들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들을 통해 밝혀졌다. 2009년 영국이 이반 루이스를 외교부 차관으로 지명한 직후, 미국 관료들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그의 우울증과 갑질 행동, 결혼생활에 관한 소문을 브리핑 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정부가 영국의 유엔 특사단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멤버들,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스파이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키리크스는 미국 정보 기관들이 기자들과 대중들을 타겟으로 했다는 내용의 전문들을 공개했다.

에콰도르대사관이 줄리안 어산지를 감시하는 상황을 담은 영상을 위키리크스가 공개하고 있다. [사진=가디언]
에콰도르대사관이 줄리안 어산지를 감시하는 상황을 담은 영상을 위키리크스가 공개하고 있다. [사진=가디언]

▷세계적인 언론들이 공개할 수 없었던 인권탄압, 부패를 폭로하다

위키리크스는 세계적인 주류 언론들이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공개할 수 없었던 정부의 이중성과 인권탄압, 부패를 폭로해왔다.

2009년 10월, 미 국방부가 2001년에 작성한 2,400페이지에 달하는 기밀 문서가 공개됐다.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에는 해커와 기자, 외국 스파이들에게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 법에 대한 지침도 들어있었다. 이 문서는 ‘모든 반갑지 않은 언론 매체의 관심은 적이다’라며 폭로 기자들을 불순분자와 테러리스트들처럼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또한 영국의 정보통신본부가 위키리크스와 독자들에 대해 스파이 행위를 한 것도 밝혀졌다. 이들 본부의 2012년 비밀 문서를 통해, 이들이 비밀리에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위키리크스 방문자들이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을 통해 사이트 접속 시 사용한 검색어들과 위키리크스 방문자들의 IP 주소를 실시간으로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어산지의 체포로 전세계의 인권단체들은 권력에 맞선 언론의 기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권-언론단체들은 권력의 비밀을 폭로할 권리가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산지와 함께 국방부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논란이 돼 온 첼시 매닝은 35년형을 선고받은 후 7년반 넘게 투옥됐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퇴임 이틀 전 사면돼 석방됐었다.

자유의 몸이 된 지 2년3개월 만에 그는 지난달 재투옥됐다. 투옥 죄목은 법정모독. 그는 자신의 자료를 공개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조사차 연방항소법원 대배심에 출석해 증언을 거부했다.
이유는 대배심이 비밀로 진행된다는 점, 이미 군사법정에서 모든 것을 공개했다는 점이었다. 그가 증언하지 않으면 대배심 절차를 마칠 때까지 최대 18개월간 투옥될 수 있다.

미 정부가 어산지와 매닝을 압박하려는 데에는 앞으로 권력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어산지와 매닝 때문에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구실로 해외에서 벌여온 활동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군의 교전수칙이 망가지고, 그들도 민간인 학살의 공범이 된 사실을 깨닫게 됐다. 미 정부가 두 사람을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협을 가한 범법자로 몰아붙이는 이유다.
 
매닝과 어산지는 미 정부의 주장처럼 국가안보의 위협일까. 한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들은 오히려 언론 자유와 시민의 알권리 수호자라 할 수 있다”며 “당시 세계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찬사를 보냈다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산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송환 압박, 또 이후 전개될 기소 방향은 지속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 위배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The First Amendment)는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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