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어산지, 미국 송환 안된다” 국제사회, 영국 야당, 반대 목소리
“줄리안 어산지, 미국 송환 안된다” 국제사회, 영국 야당, 반대 목소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4.14 07:55
  • 수정 2019.04.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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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서 피켓을 든 수십명의 사람들이 영국 경찰에 체포된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베를린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서 피켓을 든 수십명의 사람들이 영국 경찰에 체포된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경찰에 체포된 뒤 미국 정부의 송환 요구에 직면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어산지에게 공정한 재판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위에 참가한 독일 좌파정당 소속의 한 의원은 어산지에 대한 미국의 송환 요구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라크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벌어진 미군의 전쟁범죄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재판정에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시위대는 독일 정부가 정치적 망명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잔학행위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에 정부가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산지의 프랑스인 변호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 어산지에게 보호처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측은 이번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공정한 재판 기회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리안 어산지 송환을 추진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역학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0년 당시 트럼프가 “어산지는 사형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어산지가 받고 있는 ‘반역행위’ 의혹 때문으로 보인다.

어산지는 2010년 3월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 전 일병과 공모해 국방부 컴퓨터에 저장된 암호를 해독한 뒤 기밀자료를 빼내는 등 불법행위를 지원한 혐의(컴퓨터 침입 음모)를 받고 있다.

어산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문서 수십만 건과 미군헬기가 이라크의 민간인을 저격·살해하는 영상을 위키리크스에 올려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그런 트럼프가 6년 후 돌변했다. 미 대선이 한창이던 2016년 10월 어산지의 위키리크스를 치켜세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위키리크스는 보물창고”라고도 했다.

위키리크스가 트럼프의 정적(政敵)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 선거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이메일 수천 건을 폭로해 힐러리에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마지막 한 달간 각종 연설, 언론인터뷰, 토론회 등에서 초소 164차례나 위키리크스를 극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이메일들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해커들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측과 러시아 측 간 내통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의 시초가 됐다.

한때 트럼프의 최대 조력자였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는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와 어산지 간 통화사실을 공개한 후 “트럼프가 위키리크스의 해킹 이메일 공개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공개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보고서에도 어산지의 이름이 등장한다. 뮬러 특검팀은 당시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의 역할을 조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보고서에서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어산지 체포가 가져올 ‘나비효과’의 힘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어산지가 러시아 스캔들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추정에서다.

당장 최대 피해자인 힐러리는 “요점은 그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관해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도 “어산지를 소환하면 그의 정보 유통 방식을 비롯해 (러시아와) 그의 관계 등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산지를 통해 ‘러시아 스캔들’의 새 단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바람이다.

핵심은 미 수사당국이 향후 어산지에 대해 ‘반역’ 혐의를 씌울지 여부다.

현재 어산지는 미 당국으로부터 2010년 군사기밀 유출과 2017년 미 중앙정보국(CIA)의 도·감청 기밀 유출 혐의만 받고 있다. 반역혐의를 적용하면 ‘언론 자유의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영국 정부에 신병 인도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어산지가 미국에 송환되고, 이후 ‘반역행위’가 적용된다면, 2016년 소위 ‘힐러리 해킹’ 건 수사는 불가피해진다. 사실상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자칫 뮬러 특검의 ‘면죄부’로 정치적 족쇄를 벗는데 성공한 트럼프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러시아 스캔들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다만, 어산지 송환은 미지다. AP통신은 “어산지의 변호인들이 장기간 법적 분쟁을 준비해왔고, 과거 전례를 보면 영국은 해킹 범죄자의 미국 송환에 호의적이지 않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뤄질 것”이라며 어산지 송환이 “수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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