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구 소련 해체 과정에서 핵을 보유했던 카자흐스탄을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이른바 '카자흐스탄 모델'로 무게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이기도 한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해법으로 비핵화 선례로 꼽히는 '카자흐스탄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자흐스탄 모델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누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 발의한 '넌-루가 법'에 기초하고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벨라루스는 소련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자국 영토에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됐다.
넌-루가 법은 이들 국가의 핵무기·화학무기·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신생 독립국이 된 이들 국가에 대한 외자 유치 등 경제적 지원도 포함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4년 동안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이들 국가에 지원해 1000여 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동시에 핵 개발에 동원된 과학자 훈련과 직장 알선 프로그램을 제공해 핵 관련 기술의 유출을 막았다.
즉 핵 보유국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에 폐기 비용과 경제적 지원을 위한 자금을 대주는 형식인 셈이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한미 당국은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을 논의하면서 카자흐스탄 모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시 이 모델에 상당 부분 관심을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우즈베키스탄 하원 연설에서 "중앙아시아 비핵화 선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에게도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모델이 한반도에 적용되면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제반 시설 폐기를 약속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비용적인 측면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일본·러시아 등 유관국이 관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 미국은 북한에 외자를 비롯한 경제적 지원을 일정 부분 진행하면서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22일 과거 카자흐스탄 비핵화 과정에 관여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위키리크스한국=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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