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54) 주한미사령관, 전두환 장군 지지 논란 ‘진실게임’
청와대-백악관 X파일(54) 주한미사령관, 전두환 장군 지지 논란 ‘진실게임’
  • 특별취재팀
  • 승인 2019.05.21 10:01
  • 수정 2019.05.22 06: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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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백악관 x파일
청와대 백악관 x파일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최규하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흔들렸다. 그의 통치에 대해 처음에는 진보진영이, 그리고는 보수진영으로부터 공격이 가해지면서 그의 대통령직 수행은 심각한 타격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점차 줄어들긴 했어도 그는 여전히 국가원수로서의 확고한 결의를 유지했다. 미국은 최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국보위 상임위원장인 전두환이 사실상 그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두환은 5월에서 7월에 걸쳐 실질적인 정치적 통제권을 쉽게 장악하면서 점차 최규하에 대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고 마침내 최대통령의 사임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은 보안사령관으로서의 전두환을 6개월 이상 정기적으로 만났다. 위컴은 그와 만날 때마다 글라이스틴 대사와 신중하게 의견 조율을 거쳐 군사문제를 논의했다.

위컴은 8월 8일 전두환을 만났다. 회담을 마칠 무렵 위컴은 최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안에 사임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관해 언급하면서 안정을 위해서도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전두환은 “그것은 소문일 뿐”이라고 응답했지만 말에 여운을 남겼다.

전두환을 면담하기 전날인 8월 7일. 위컴은 익명을 조건으로 AP 통신의 테리 앤더슨,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샘 제임슨 등 두 명의 기자를 만났다.

전두환 장군이 최규하 대통령을 승계하기 위해 간접선거로 선출될 경우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그들은 ‘미군 고위 관계자’가 “그가 합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한국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과시하면서 안보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그를 지지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위컴과 글라이스틴 대사가 그간 수개월에 걸쳐 사적으로 의견을 나눈 것과 워싱턴에 보고한 것에 비추어 이런 상식적인 의견 표명은 미국 정부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시기상조의 공개적 발언이었다.

그런 발언은 하지 말았어야 하며 최소한 ‘지지’와 ‘합법적인 권력 장악’의 의미가 무엇이라는 설명이 수반됐어야 했다. 또한 위컴은 다른 발언에서도 한층 신중했어야 했다.

앤더슨과 제임슨 두 기자는 책임 있는 기자들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위컴의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상황보다 전두환에 대한 ‘지지’발언에 무게를 두었다. 당연히 그들은 세인의 관심을 집중할 기사를 송고했다.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든 것은 전두환이 8월 8일 뉴욕타임스의 스콧-스톡스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군 고위 관계자’를 위컴이라고 밝혀 위컴 발언의 익명성을 제거한 점이다. 서울발 기사는 미국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것이 한국 언론에 다시 보도되면서 기사내용은 뻔뻔스럽게 검열, 왜곡돼 미국 정부가 전두환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둔갑해 물의를 더했다.

미국이 전두환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1면 톱기사로 보도한 경향신문 1980년 8월 8일자.

전두환은 환호했다. 위컴은 자신의 견해가 잘못 전해졌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당연히 워싱턴과 서울에서 알고 있는 파장에 가장 당황했다. 질문을 받은 국무부 대변은 위컴의 발언은 미국의 정책을 대변한 것이 아니며 누가 한국의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한국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변할 수 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만약 전(두환) 장군이 한국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보여준다면", "그리고 한국 정세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를 지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국 국민이 원하는 바라고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게 보도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은 "최근 전 장군과 미국의 관계가 개선됐고, (전 장군은) 미국을 이해하고 있으며 또 미국에 호의적이고 미국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익명으로 이 얘기를 했지만 누구인지는 바로 드러났다.

위컴은 이때 '한국인들은 언제나 권력자에게 착 줄을 서서 복종하는데 아마 전 장군에게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위컴은 쥐를 예로 들면서 “한국인이 쥐떼처럼 전두환 한테도 쫙 복종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게 소위 들쥐 발언으로 알려지게 되고, 그때부터 위컴은 한국인들로부터 더 미움을 많이 받게 됐다. 이 발언은 두고두고 비판을 받게 된다. 위컴은 이때 레밍(lemming, 나그네쥐)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 언론은 미국이 전두환을 지지할 것임을 드러낸 주한 미군 고위당국자(위컴)의 발언을 바로 대서특필했다. 예컨대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8월 8일 자 1면 톱기사로 내보냈다.

뉴욕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전두환은 "지도력은 단순히 본인이 원한다거나 야망만 가지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기독교인이 말하는 신의 섭리나 중국인들이 말하는 천명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천명을 운운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는 건 신의 섭리나 천명에 의한 것이다. 중국에서 천자가 탄생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라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미 국무부 공보관 애니터 스토크먼은 "한국의 지도자 선택은 한국 국민이 해야 할 일"이라며 서둘러 수습하려 애썼다.

미 관리들은 태평양지구 사령관을 만나기 위해 하와이를 방문 중이던 위컴에게 최대통령이 사임할 때까지만이라도 한국을 떠나 있을 것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위컴 발언을 둘러싼 소동은 최 대통령을 잇기 위한 전두환의 행동이 임박했다는 단정적인 정보 입수와 시기적으로 다소 일치했다. 몬조 부대사는 타당한 근거에 입각한 미국의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전두환이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으로 적법성에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과 한국 국민 대부분이 변화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아마도 한동안은 전두환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 최소한 통상적인 예의를 표시하는 것으로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인다.

- 대통령 친서를 이용해 보통선거에 의한 대통령 선출 및 정권 반대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분 등을 포함해 정치개혁에 관한 우리측 기대를 분명히 밝힌다.

- 우리는 전두환의 선출을 지지한 적이 없으며 그의 행동에 의해 그를 판단한다는 우리 입장을 널리 홍보한다.

미국 관리들은 한국 당국자들이 그들이 취한 여러 조치를 미국이 지지하고 있는 듯 사실을 왜곡한 것에 분노와 실망을 공식 제기했다. 위컴 발언을 확대 해석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사례였다. 하지만 역사의 물결을 바꿀 수는 없었다.

[위키리크스한국=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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