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진상보다 인권” 내세워 ‘김학의 봐주기’ 의혹 규명 포기한 검찰
“검사는 진상보다 인권” 내세워 ‘김학의 봐주기’ 의혹 규명 포기한 검찰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6.04 19:33
  • 수정 2019.06.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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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접대 뇌물’ 김학의 ‘강간치상’ 윤중천 구속기소
‘수사 방해’ 민정 라인 곽상도·이중희 증거불충분 
검찰 수사팀의 부실수사 의혹은 “공소시효 만료”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인 여환섭 단장 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 14층 대회의실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인 여환섭(51·사법연수원 24기) 단장 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 14층 대회의실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년 만에 이뤄진 수사에서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정작 재수사 이유인 과거 수사팀의 부실수사 의혹은 공소시효가 끝나 추가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4일 발표했다. 과거 수사 당시 성범죄 사건인 데도 지나치게 가해자 주장에 이끌렸다는 비판에는 “검사는 사건의 진상보다는 인권을 본다”는 원칙론을 내놨다. 공익의 대표자임을 자인하는 검찰이 과거 부실수사로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의 인권보다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이날 1억7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한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58)씨는 피해 여성에 대한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어 지난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며 김 전 차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담당하면서 오히려 범죄첩보를 제공한 경찰의 내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직권남용)를 받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했다. 

‘과거 검찰 수사팀의 부실 내지 봐주기 수사 등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문제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은 경찰 수사팀 관계자들이 “부당한 지시나 간섭 또는 외압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단계에서 충분한 증거도 수집되지 않았는 데도 윤씨를 소환조사하라고 지휘한 것에 대해서 수사단 단장인 여환섭 검사장(51·24기)은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을 때)소명이 부족해서 윤중천을 먼저 소환해서 지휘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여환섭 검사장은 중간수사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가진 즉문즉답 시간에서 “수사지휘 검사는 진상을 모른다”면서 “지휘검사는 사건의 진상확보 차원보다는 (압수수색 대상 피의자의)인권 보호를 본다”고 이같은 수사단 의견을 내놨다.  

앞서 위키리크스한국은 지난달 25일 보도(‘2013년 김학의 경찰 수사팀 수사보고 입수... “얼른 윤중천 조사해 면죄부 주라는 것”)에서 당시 경찰 수사팀장의 수사보고를 입수해 공개했다. 

강일구 당시 수사팀장(특수수사과 계장)은 2013년 3월 30일 작성한 ‘동영상 관련 검사 지휘에 대한 수사상황 및 사경(사법경찰)의 견해’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에서 “검사 지휘는 ‘얼른 윤중천을 조사하고 면죄부를 주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져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수사보고에는 최우영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가 “누구보다도 먼저 윤중천을 조사하여 동영상 실체 등 사안의 진상을 조속히 규명하기 바람”이라고 지휘한 내용이 인용됐다. 당시 최 검사는 경찰 수사팀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대거 반려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른바 ‘김학의 영상’이라 불린 김 전 차관의 강제 성관계 동영상 원본을 소유한 박 모씨 주거지도 포함돼 있었다. 증거가 모이지 않은 시점에서 핵심 피의자를 조사하라고 한 것이다. 

수사단은 과거 수사에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윤씨의 상습강요 혐의(윤씨의 강요로 김 전 차관과 200차례 넘게 성관계)를 불기소 처분할 때 인용한 피해 여성 진술서 중 성범죄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여 검사장은 “(피해 여성이 진술서에서)팩트를 얘기한 것인지는 읽는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당시 이씨가 “전체적인 취지가 경제적 피해 사실 위주로 썼기 때문에, 그 정도로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본지는 지난달 27일 보도(피해 여성은 2008년에도, 2013년에도 ‘법조인 학이형’을 말했다)에서 사건 주임검사가 작성한 ‘불기소 이유’와 상습강요 혐의 피해자인 이 모씨가 경찰 수사 전에 작성했던 이메일 진술서 일부를 공개했다. 

1차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김수민 당시 중앙지검 강력부 검사는 2013년 11월 11일 작성한 불기소 이유에서 “피의자로부터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사실만을 기재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가 지난 2008년 3월 11일 작성해 모 변호사 사무실에 이메일로 제출한 진술서에는 “어느 날은 학이형과 여자아이들과 집으로 윤 회장이 데리고 와서 그룹 섹스를 시켰고 여자들끼리 성관계를 시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라고 기재한 부분이 있어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실만’으로 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난 3월 29일 발족해 두 달 넘게 활동한 수사단은 이날 기소와 함께 공소유지에 참여하는 검사와 잔여 수사에 필요한 인력만을 남겨 지난 2013·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된 이번 3차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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