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신한 회장 차명계좌 압수에, 은행 비서실 “경영자문료는 명예회장이 쓴 거로 말 맞추자”
[WIKI 프리즘] 신한 회장 차명계좌 압수에, 은행 비서실 “경영자문료는 명예회장이 쓴 거로 말 맞추자”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6.10 08:35
  • 수정 2019.06.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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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신한은행 경영자문료는 故이희건 명예회장이 아닌 신상훈 전 사장 것으로 결론
수사팀 관계자, "경영자문료=정상적인 은행 계약이란 확정 판결은 법원 견해에 불과"
경영자문료는 故이희건 명예회장이 관리했다고 본 법원과 검찰 과거사위에 전면배치
신상훈 전 사장 "경영자문료는 명예회장 개인의 것으로 간섭하거나 집행할 일 없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017년 7월 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7년 만에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제공]
라응찬(81)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신상훈(71)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017년 7월 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7년 만에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희건 명예회장을 위해 쓴 것으로 다 말을 맞추자. 새로 장부도 정리해놓자.”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라응찬(81)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를 압수한 2009년 3월. 신한은행 비서실에서는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이희건 당시 명예회장 명의로 만든 계좌로까지 수사가 뻗칠 것을 대비해 대책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의 요지는 신상훈(71) 당시 은행장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허위 용역 발주로 조성한 ‘장부 외 자금’(비자금) 15억6100만원을 일본 오사카에 거주 중인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로 위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9년 6월, 중수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것은 맞지만, 불법 거래가 증명되지 않는다”라며 라 회장의 혐의를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비서실은 대책 문건을 계속해서 갱신·생산했다. 이에 맞춰 회계 장부도 조작됐다. 

2010년 9월, 갑자기 대책 문건 뭉치는 전부 파기됐다. 신한은행이 회삿돈 1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신 전 사장을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재개한 까닭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3부(부장 이중희)는 사라진 대책 문건을 발견하지 못했다. 횡령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물증을 재판에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지난 4일 '신한금융 사태'와 '남산 3억원 사건’의 3차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에게 위키리크스한국이 추가 확인한 내용이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입체적이고 때로는 '드라마틱'하다. 다만 혐의를 사실로 확정할 권한은 지루한 재판을 거치는 법원에 있다. 1차 수사팀 때처럼 ‘사실 아님’으로 드러날지 모르는 일이다. 

◇법원의 시각, 경영자문료=신한은행과 이희건 명예회장의 정상적인 자문계약 결과

법원 1·2·3심은 검찰이 신 전 사장이 횡령했다고 본 금액 대부분을 사실상 이 명예회장의 정상적인 자문료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탄핵한 주요 근거는 네 가지다. 

신한은행 비서실의 주요 업무는 명예회장 의전이다. 이 명예회장은 창업주로 은행 내에서 권위가 상당해 은행장이 자문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 명예회장을 위해 비서실이 경영자문료를 집행하는 건 합리적이다. 

경영자문료 계약은 은행의 정상적인 결재를 통해 이뤄졌다. 전략기획부-재무기획부-비서실의 결재를 거쳐, 준법감시팀과 상임감사의 승인을 받았다면 회사의 자문계약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횡령 금액이라고 본 경영자문료 15억여 원 중 ‘7억원 이상’은 실제 이 명예회장의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5~2009년 5년 동안 한국 체재비 3억원, 경조사비와 친인척 생활비로 1억~2억원, 행사비로 2억원을 썼다는 이 회장의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뒷받침한다. 

은행이 중수부 수사 중에 경영자문료 관련 서류를 파쇄한 이유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이 금액 일부가 ‘남산 3억원’ 조성 자금에 보전·정산을 위해 쓰였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수사 대상인 라 전 회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다. 

네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법원이 적용한 법리는 “회사의 회계 장부에 없는 회삿돈을 임직원이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위해 썼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다. 검찰은 횡령자금을 신 사장이 ①조성 ②관리(결재) ③집행(현금 인출)했다는 것까지는 입증했지만 ④(개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유죄 부분은 15억원 중 2억6100만원에 불과했다. 신 전 사장이 회사의 로비를 위해 개인 돈을 썼지만, 그 비용을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에서 보전받았다는 혐의다. 은행 비서실이 2008년 경영자문료를 평년보다 높게 편성한 배경엔 ‘숨은 목적’이 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의심’으로만 남았다. 

◇검찰의 '신한사태' 부실수사 논란에서 비화한 '남산 3억원' 

오히려 회사의 로비 대상을 검찰이 고의로 입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시민사회단체인 경제개혁연대에서 제기됐다. 재판 과정에서 신 전 사장 측이 경영자문료에 손을 댄 이유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8년 2월, 신 전 사장 밑에서 일한 박중헌(62) 전 비서실장과 송왕섭(52) 전 부실장이 현금 3억원이 담긴 가방 3개를 서울 장충동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으로 가져갔다. 둘은 불상 남자가 운전한 차량 트렁크에 이 가방들을 옮겼다. 금액 조성을 지시한 사람이 이백순(67) 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금액을 내준 사람이 신 전 사장이다. 

‘신한금융’ 사태는 ‘남산 3억원’ 사건으로 비화했다. 2차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2015년 9월 “불상 남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또 한 번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그렇게 한가지 사태와 한가지 사건은 평생 미제로 남는 듯 보였다.

◇3차 수사 만든 검찰과거사위라는 '반전'과 법원이 틀렸다는 검찰의 '재반전'

반전은 문재인 정부에서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두 사건을 검찰권 남용 사례로 규정하면서 나타났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대행 정한중)는 신한금융 사태를 기소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기소한 사례(기소권 남용)로, 남산 3억원 사건을 기소해야 하는데 기소하지 않은 사례(기소 편의주의 남용)라고 봤다. 

2018년 12월,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3차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는 6개월 동안 이 사건의 퍼즐을 다시 맞췄다. 신한금융 사태의 ‘스리톱’(라응찬·신상훈·이백순)을 모두 소환해 조사했다. 과거사위가 정치자금 수령자로 추정한 ‘이상득과 그 보좌관들’도 조사를 받았다. 

2019년 6월, 3차 수사결과는 ‘신 전 사장이 명예회장 경영자문료를 전적으로 관리했다’는 1차 수사결과에 ‘남산 3억원 수령자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2차 수사결과를 보탠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3차 수사는 과거 수사와 결과가 같으면서도 법조계가 예측하지 못한 결론이다. 남산 3억원 부분은 애초 실체 규명이 어렵다는 예상이 많았다. 문제는 법원이 실체를 인정한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가 허구에 불과하다고 검찰이 재차 결론 낸 부분이다. 확정판결은 구속력이 있다는 ‘기판력’을 검찰이 사실상 부정한 셈이다. 

“신한은행과 이희건 명예회장 사이에 경영자문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는 법원 판결을 배척한 3차 수사팀 핵심관계자는 “판결문은 법원의 견해이고, 만고의 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관계자가 본지에 보내온 검찰 수사팀의 구체적 입장이다. 

“신 전 사장이 옛날에는 이 명예회장의 승낙을 받았다고, 이 명예회장을 위해서 썼다고 판결문에 나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이 명예회장의 승낙을 안 받았고, 그 사용을 신 전 사장이 관리하고 집행했다. 그때 재판부는 우리가 (이번에)압수한 문건을 못 봤다. 그리고 관련자들 전부 다 그렇게 진술하기로 맞췄다. 맞춰서 진술하니까 재판부가 그렇게 받아들였다.”

이 관계자는 경영자문료가 은행의 통상적인 결재를 거쳤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선 “경영자문료 명목이 아닌 용역 명목으로 돼 있다”며 “은행장이 하라고 하는 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내부의 결재 과정도 예시로 들었다. 

“부장검사가 ‘윗사람들 다 승낙을 받았다’라고 말하면서 결재하라고 지시하면, 부하검사들은 ‘부장이 다 승낙받았으니 괜찮다’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다시 재판에 넘겨진 신상훈 "은행장은 원천징수해서 명예회장 계좌에 넣어주면 끝"

이와 관련 신 전 사장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우리은행 사외이사였던 신 전 사장은 “중수부 수사에 대비한 문건이 있고, 실무자들이 그 문건들을 파기했다는 건데 보고받지 못했다”며 “그런 문건이 있었다면 2010년 당시 이백순 행장이 고소했을 때 써먹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실체에 대해선 “재판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라며 “은행장은 예산 책임자로서 원천징수해서 통장에 넣어주면 (명예회장)개인 것으로 간섭하고 집행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신 전 사장은 '신한금융 사태' 당시 선임한 변호인들을 재선임해 공소장을 받아보는 대로 구체적인 법정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변호인은 '남산 3억원'을 제외한 무죄를 이끌어내 신 전 사장의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다. 

'신한 사태' 재판에서 경영자문료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신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한 검찰은 공판준비기일 과정에서 이번에 확보한 대책 문건을 증거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장부 조작을 인정한 회계 책임자의 자백 진술도 법정에서 공개한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박연차 게이트=지난 2006년 세종증권(현 NH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100억 이상의 시세차익을 본 혐의를 포착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하던 중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가 망인의 서거로 종결(공소기각)한 사건. 

※ 해당 기사의 분류를 [사회]에서 [법조]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4일 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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