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수녀도 피해자다(NunsToo)’라고 외치기 시작한 수녀들
[WIKI 프리즘] ‘수녀도 피해자다(NunsToo)’라고 외치기 시작한 수녀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6.13 07:09
  • 수정 2019.06.13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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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회의 [PBS]
바티칸 회의 [PBS]

성추문과 이에 대한 은폐라는 오래된 난제를 두고 바티칸 당국이 고심하는 가운데 가톨릭 사제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낙태까지 강요받았다는 수녀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수녀들이 입은 피해에는 이밖에도 감정적 학대와 노동 착취가 포함돼 있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는 12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활동 중인 통신원 크리스토퍼 리브세이가 피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교회 내에서의 사제들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금명간 볼티모어에서 가톨릭 주교들이 모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주교들은 책임 있는 조치를 놓고 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그동안 바티칸 당국은 성폭력을 고발하는 규칙을 만들어 세계 곳곳의 교회들이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는 성폭력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구체적인 조처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교회 내의 성폭력 문제는 대부분 아동 피해자들에게 집중돼왔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의 붐을 타고 수녀들이 이구동성으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수녀들은 일반적으로 목청을 높이기보다는 침묵 속에서 신을 섬기는 ‘그리스도의 신부(brides of Christ)’로 불린다. 하지만 그러한 선입견이 변화하고 있다.

“저는 2003년에 수녀원에 들어왔고, 2008년에 강간을 당했습니다.”

도리스 와그너는 이렇게 밝혔다.

그녀는 한 신부가 자신을 성폭행한 사실을 증언했다. 그녀는 독일 출신으로 성폭행 피해 당시 24살이었으며, 바티칸 바로 외곽에 있는 이 신앙 공동체에서 일하며 살고 있었다.

“그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문을 닫고, 소파에서 제 오른쪽에 앉더니, 제 옷을 벗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진술했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수녀들 [PBS]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수녀들 [PBS]

도리스 와그너가 수녀원의 간부들에게 성폭행 사실을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제는 처벌받지 않았고, 오히려 강간의 횟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 기간 내내 그 신부가 수녀원 내에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매일 그와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예배 시간에 설교를 하고, 나에게 성찬을 베풀었습니다. 그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에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셔츠를 다리기도 했습니다.”

도리스 와그너와 비슷한 사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인도에서는 최근 한 주교가 전임 수녀원장을 강간해서 기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AP통신은 최근에 벌인 조사를 통해 4개의 대륙에서 성폭력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가 있다.

그 결과 바티칸 당국은 더 이상 이와 같은 성폭행 피해 사실에 침묵할 수가 없게 되었다. 금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가톨릭 교회 내에서 오랫동안 감추어졌던 더러운 비밀에 대해 인정하고 나섬으로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일부 사제들이 수녀들을 성폭행해왔던 점을 인정했던 것이다.

‘미투 운동’의 불길이 타오르기 전에는 비밀에 꼭꼭 싸여있던 오점이었다. 이제 경건한 신앙 속에만 갇혀있던 여성들도 ‘수녀도 피해자다(NunsToo)’라는 슬로건 하에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침묵의 벽을 깨는 역할의 중심에는 「여성 교회 공동체(Donne Chiesa Mondo or Women Church World)」라는 잡지가 자리 잡고 있다.

루세타 스카라피아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이 잡지 제작자 중 전임 편집장이었다. 그녀는 금년 2월 수녀들로부터 수백 건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듣고, 이를 출판했다.

그녀는 이 잡지를 통해 전권을 쥐고 있는 사제들이 수녀들을 성적으로 농락했을 뿐 아니라 노동력까지 착취했다고 폭로했다.

“여성들이 비서 역할을 하고 번역 업무를 하는 바티칸의 고위 성직 내에서 이런 일들이 자행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승진도 불가능하며 남성들만이 성직자로서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지요.”

루세타 스카라피아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들은 수녀들을 가정부 정도로 취급합니다. 수녀들은 거의 매일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해진 일과도 없이 청소부터 음식 장만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합니다. 남성 성직자들은 여성들을 이렇게 착취하는 것이 마치 자신들의 권리인양 착각합니다.”

수녀들은 노동력의 대가를 지불받지 못할 뿐 아니라 승진의 기회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노예 생활에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이런 비유는 정당한 것일까?

“정확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강제 노동이나 마찬가지인 열악한 여건에 놓여있는데 성적인 착취로 변질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요.”

루세타 스카라피아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말한 도리스 와그너도 바로 똑같은 상황이 로마에서 자신에게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저는 야채를 자르고, 청소를 하는 등의 부엌일을 했습니다. 수녀가 되고자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을 위해 일을 하고자합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수녀들은 손쉽게 성폭력 피해자로 전락하는 겁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태도를 규정짓는 남들의 말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지요.
저는 똑바로 걷지 않는다거나, 바로 쳐다보지 않는다거나, 올바로 앉지 않는다거나, 똑바로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없이 견책을 받았습니다. 수녀원 내의 일부 남자들과 문제가 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리스 와그너는 그 남자들이 그녀에게 일종의 성적 유혹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같은 사실을 수녀원의 고참 수녀들에게 알렸을 때 그녀가 뭔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한다.

“고참 수녀가 정말로 화를 많이 냈어요. 문자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저에게 고함을 쳤어요. ‘네가 그를 위태롭게 하고 있어. 제발 그를 가만히 나둬’라고요.”

수녀원 측은 수녀원이 박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 수녀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루세타 스카라피아는 말했다. 피해 수녀들은 막상 수녀원을 나서면 다른 대안이 없었으므로 떠나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녀들은 생계를 이어갈 수단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처지를 도와줄 단체도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 수녀들은 가족들과의 관계도 단절된 지 오래였다. 결국 그녀들은 이러한 학대를 그냥 견뎌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종종 임신으로 연결되었으며, 사제들이나 주교들은 그녀들에게 낙태를 강요했다.

“그렇습니다. 이 가련한 여성들은 자신들이 대죄(大罪)를 지었다는 고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한 번 이상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로부터 많은 증언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루세타 스카라피아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증언들은 바티칸 당국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고 그녀는 말한다. 잡지 「여성 교회 공동체」가 이러한 사실을 출판하자마자 바티칸 신문의 국장인 안드레아 몬다가, 잡지의 편집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몬다는 편집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우리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못하느니 차라리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루세타 스카라피아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 잡지사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수녀들이 목소리를 내준 덕분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금년에 바티칸 당국은 성직자들의 성폭행 문제를 두고 통례적이지 않은 회합을 가졌다. 이 회합에서 나이지리아의 베로니카 아데숄라 오펜니보와 같은 수녀들의 강력한 증언들이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서 오펜니보 수녀는 가장 권위 있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남성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저는 교회의 일원인 우리들이 그러한 모든 폭력을 자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남도 아닌 바로 ‘우리들’이 말이지요.”

오펜니보는 ‘국제 수도원장 연맹(the International Union of Superiors General)’의 이사회 임원이다. 이 연맹 산하에는 약 450,000명의 여성 종교 지도자들이 소속되어있다. 이 연맹은 최근 전 세계 수녀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례를 보고할 것을 권고하였고, 로마에서 보기 드문 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의 1000여명의 수녀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성직자들이 수녀들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정해야했다.

“저는 문제의 심각성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성폭력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사제들의 가정부 노예가 되겠다는 서약을 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절대로.”

교황은 이렇게 인정했다.

교황 주재 바티칸회의 [PBS]
교황 주재 바티칸회의 [PBS]

통신원 크리스토퍼 리브세이는 집회 와중에 베로니카 아데숄라 오펜니보 수녀와 즉석 인터뷰를 가졌다.

“교회에서의 성폭력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교회는 마치 운동 경기하듯이 자신들을 변호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이 회합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역 교구들이 성폭행을 손쉽게 고발할 있는 공개적인 사무소들을 열도록 하는 놀라운 발표를 하고 법칙을 공표했다. 이 범칙에는 고위 성직자들에 의한 성폭력이나 이에 대한 은폐 시도에 대처하는 방안도 포함되어있다. 이는 교황이 내놓은 가장 구체적인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 법안에는 주요한 취약점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폭행 사건을 여전히 교회 내에서만 처리하겠다는 부실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권위 있는 외부 기관의 개입을 반대하고, 도리스 와그너를 성폭행한 고위 성직자들에 대한 구체적 처벌이 빠져있다는 말이다.

“교회는 범법자나 범법자를 옹호하는 자들이나 누구든지 법의 처벌을 받아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도리스 와그너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녀를 강간한 강간범에게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오늘도 같은 신앙 공동체 내에서 사제 역임을 맡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상처가 너무 깊어서 한 번은 교황이 바로 앞에 있는 교황궁 내의 높은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자살할 생각까지 했다고 말한다.

“아차 하면 광장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었어요.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한 발을 난간에 거의 걸치고 있었어요.”

그녀는 자살 대신에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그녀가 신앙을 등지게 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현재 그녀는 고향 독일로 돌아와 헤드헌터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수녀원 생활을 새로 선택하는 젊은 여성들도 눈을 똑바로 뜨고 목소리를 내기를 바란다.

“수녀원 생활을 선택하는 여성들은 수녀들을 대상으로 성폭행이 자행되고 있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하며, 희생자들이 침묵하는 한 범죄자들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저는 고발할 책무를 더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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