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KT 황창규 회장의 '승계 프로젝트'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
[WIKI 인사이드] KT 황창규 회장의 '승계 프로젝트'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06.24 07:11
  • 수정 2019.06.2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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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식 투명한 차기 CEO 발굴시스템 구축.. 내부 발굴 'GE식' 최고경영자 시스템보다 진일보 평가
황창규 회장이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2019에서 ‘마침내 5G와 차세대 지능형 플랫폼을 실현하다(Now a Reality, KT 5G and the Next Intelligent Platform)’를 주제로 기조연설(Keynote Speech)을 하고 있다.[사진출처=KT]
황창규 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9에서 ‘마침내 5G와 차세대 지능형 플랫폼을 실현하다’를 주제로 기조연설(Keynote Speech)을 하고 있다. [사진=KT]

KT 황창규 회장(66)이 '100년 기업 KT'로 단단하게 거듭나기 위해 'KT식 승계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재 육성과 안전은 물론 차세대 먹거리에서 튼튼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 만료인데, 퇴임 이전에 자신이 삼성전자와 KT를 거치며 쌓은 경영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해석된다.

사내에 차세대 CEO 후보군 발굴 및 육성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역대 KT 회장들이 고민했었지만, 실제 제도를 갖추고 실행하는 것은 황 회장이 처음이다.

KT는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CEO 선임 절차를 새롭게 정비했다. 가급적 낙하산 인사 등 정치적, 외부적 요인을 줄이고 유능한 인재를 내부에서 찾아 이를 차기 CEO 후보로 육성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KT는 이미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내부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심층 조사와 면접을 통해 유능한 인재 발굴에 착수한 상태다.

KT의 CEO 프로젝트는 과거 세계적인 기업 GE가 CEO로서 잠재력 있는 인사를 내부에서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했던 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GE는 잘 갖춰진 CEO 육성 시스템을 통해 전문성은 물론 경험을 갗준 인사를 조기에 발굴해 역량을 발휘하게 하고 또한 내부 인사 간 경쟁도 시키면서 사전에 리더십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시스템 덕분으로 잭 웰치와 같은 인재가 나올 수 있었고 한동안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명성을 이어가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GE는 급변하는 외부의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보다는 오랫동안 시스템으로 굳어진 내부 인재양성 틀에 갖혀 있었고, 그 틀을 깨지 못하는 바람에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지적도 있다.

수십년간 굳어진 GE식 인재양성 시스템 아래에서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CEO로 탄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KT의 CEO 발굴 시스템은 이같은 GE식 인재양성 시스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후보군을 면접할 때 KT의 신성장 동력을 어떻게 발굴할지 플랜을 갖고 있고, 또 실제 실행할 수 있는지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식 프로젝트가 GE식보다 진일보한 시스템이라는 평가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KT와 계열사에서 2년 이상 재직하면서 부사장 이상 직급을 가진 인재들을 대상으로 사내 회장 후보군을 추린 상태다. 이들에 대해 엄격한 조사와 면접 과정을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압축해 가는 방식이다.

이후 추려진 외부 후보자군과 경쟁시켜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유력 후보자를 골라내고 이사회와 주총에서 CEO를 최종 낙점하는 프로세스다. 내부 인사를 발탁하되 최종에는 외부 후보와도 경쟁시켜 KT를 발전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위원회는 이달초부터 부사장급 이상 인사들에 대해 면접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의 이 같은 CEO 육성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앞으로 다른 기업으로도 전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T와 유사하게 민영화는 되어 있지만 공기업처럼 정치적 입김에 노출돼 잡음이 잦은 기업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내부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외풍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너가 없는 기업들의 경우 '공기업 그림자'를 해소하지 못한 채 회장 임기 중은 물론 회장 교체 시기에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야 했고 이런 외풍이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이런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내부 승계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이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공공성이 큰 민영기업은 물론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공기업의 경우도 가급적 내부 승진 시스템을 정비해 간다면 보다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다.

KT 전시관 내 5G 360도 비디오 존에서 관람객이 관련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출처=KT]
KT는 5G 분야에서 세계업계를 리드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전시관 내 5G 360도 비디오 존에서 해외 관계자가 관련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출처=KT]

현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데도 투명한 CEO 선출 시스템의 구축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 선출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은 채 아현국사 화재와 같은 안전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국을 순회하며 시스템 점검을 실시한다든지 5G 시대에 차별화된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KT 전국지사는 황창규 회장 불시 점검에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안전망 구축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황 회장이 각 지사들을 예고 없이 찾아가 통신구 안전실태를 샅샅이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께서 지난 30년간 KT가 무선통신 프로젝트와 서비스 등 첨단 프로젝트 현안에 투자를 집중하고 유선분야는 뒷전으로 하다가 결국 사고가 난 것을 확인하고, 기초부터 안전문제를 다지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황 회장은 차기 CEO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본인의 임기 내에 안전문제를 대부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4800억원을 투자해 3년 내에 통신구 안전 문제를 완벽하게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5G분야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KT는 오는 2023년까지 클라우드 사업에 5000억원을 투자해 전문인력 1000명을 육성해 5G 통신과 결합해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KT는 5G에 클라우드를 융합해 금융 및 공공 부문에 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팩토리, 커넥티드 카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KT는 향후 연간 2000억원 규모인 클라우드 사업 매출을 연간 1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KT의 관계자는 "황 회장이 임기 말을 앞두고도 왕성하게 사업을 끌어가는 것은 많은 경험을 통해 쌓아놓은 경영 노하우가 있는 데다, 이를 후배들에게 잘 전수해 놓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업계의 한 임원은 "황 회장의 새로운 실험을 통해 KT가 불안정한 최고경영자 승계 시스템의 우려를 끊고, 새로운 도약의 날개에 올라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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