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화제] 당신이 현금이 가득 든 지갑을 습득했다면? 40개국 1만7천명에 대한 조사 결과 보니...
[WIKI 화제] 당신이 현금이 가득 든 지갑을 습득했다면? 40개국 1만7천명에 대한 조사 결과 보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6.24 09:31
  • 수정 2019.06.24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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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현금이 가득든 지갑 습득물에 대한 조사결과가 관심을 낳고 있다. [NPR]

만일 당신이 호텔 프런트의 접수 요원인데, 누군가 다가와서 지갑을 주웠다며 자신이 지금 좀 바쁘니까 대신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시 지갑 안에 현금이 가득 들어있다면 어떨까요?

미국의 공영방송 라디오 <NPR>은 최근 이와 같은 궁금증을 연구한 결과에 대해 보도했다.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위와 같은 상황을 꾸준히 연구해왔으며, 최근 그 실험 결과를 과학저널(sciencemag.org)에 실었다.

최초의 실험은 가볍게 시작됐다.

핀란드의 어느 연구 보조원이 각기 다른 액수의 돈이 든 지갑들을 주웠다며 프런트나 계산대로 다가가 대신 처리를 부탁했다. 그는 은행이나 우체국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의 프런트를 택했다.

“그는 마치 여행자인 것처럼 가장하고, 직원에게 길에서 지갑을 주웠는데 대신 처리를 좀 부탁한다고 요청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인 미시건 대학의 알레인 콘은 이렇게 말했다.

연구자들은 애초에는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과 그렇지 않은 지갑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지갑에 현금을 넣으면 돈 욕심 때문에 지갑이 돌아올 확률이 적을 것으로 추측했던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는 이코노미스트 279명도 여론조사에서 같은 예측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반대 결과를 맞이했다.

“사람들은 돈이 많은 든 지갑일수록 신고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알레인 콘은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실험 결과를 처음에는 거의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험자에게 '지갑 속의 현금을 세배로 늘려보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좀 더 확대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들은 팀을 꾸리고 2년 동안 40개국에서 1만7,000건의 지갑 분실 실험을 시행했다.

지갑들의 내용물은 거의 동일했다. 명함이 든 투명한 케이스와 그 지역 언어로 작성된 식품 구매 목록, 그리고 열쇄였다. 어떤 지갑에는 현금을 넣지 않고, 어떤 지갑에는 미화 13달러에 해당하는 현금을 넣었다.

연구 보조원들은 사람들이 길에서 주운 지갑을 주로 가져가는 경찰서나 호텔, 우체국, 극장 등을 실험 대상 장소로 선택했다.

책임 연구원인 알레인 콘은 이렇게 방대한 규모로 실험을 진행하다보니 웃지 못 할 일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 중 한 명은 수상한 행동을 했다며 케냐에서 구금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갑이 잔뜩 든 배낭 때문에 연구자들은 국경 검문소에서는 노심초사해야 했다.

세계 곳곳에서 실험 결과들이 취합되면서 연구자들은 같은 결과를 발견했다. 40개국 중 38개의 나라에서 돈이 든 지갑의 신고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았다. 그리고 나머지 2개국의 경우 돈이 든 지갑에 대한 신고율이 낮은 것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에 속했다.

그렇다면 훨씬 많은 돈이 들어있는 경우는 어떨까?

연구자들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폴란드에서 큰돈을 넣고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연구자들은 13달러라는 소액 대신 100달러라는 비교적 많은 돈을 넣었다.

알레인 콘은 이 실험 결과는 더욱 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고의 습득 신고율은 지갑 안에 100달러가 들어있을 때 나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금이 들어있지 않은 지갑의 경우 46%가 신고된 반면에 13달러가 든 지갑은 61%, 그리고 100달러 가까이 들어있는 지갑은 72%를 기록했다.

사람들의 정직함이 드러난 이번 실험 결과는 무엇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설명한다.

먼저, 인간의 기본적 이타정신이다. 분실된 지갑을 습득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처지를 떠올린 것처럼 보인다.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다. 같은 연구진은 오로지 열쇄만이 들어있는 지갑들을 놓고 실험을 실시했다. 이 열쇄라는 물건은 이를 분실한 사람에게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결과는 열쇄가 들어있지 않은 지갑보다 신고율이 10% 이상 높이 나왔다.

하지만 타인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다는 점만으로는 실험 결과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돌아보느냐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도둑으로 여기지 않는다. 알레인 콘은, 사람들이 지갑에 돈이 들어있으면 꼭 돈을 훔친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갑에 돈이 더 많이 들어있을수록 사람들은 지갑을 돌려주지 않으면 꼭 돈을 훔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을 합니다.”

부정직(거짓)에 대한 연구를 한 듀크 대학의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정직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물질적 이득이 언제나 우선순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부정직에 대한 우리의 결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실험적인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반드시 이성적인 ‘비용편익분석(rational cost-benefit analysis)’에 의해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이라는 관점에 입각해서 우리가 정서적으로 불편하지 않는 상태를 더 선호하며, 우리의 결정을 얼마나 합리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지갑 속의 현금이 회수율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는 같을지라도 사람들이 지갑을 돌려주는 비율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는 돈이 든 지갑의 80%가 신고된 반면에 페루에서는 10%가 조금 넘는 증가율만 보였다.

연구자들은 사회의 부(富)가 한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 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문제는 부(富)가 정직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즉 정직이 한 국가를 상대적으로 부유하게 하는 주요 원인인지에 대해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알레인 콘은 이렇게 말했다.

또, 초등 교육의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분실된 지갑을 신고하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교육이 수학이나 읽기 학습 등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 또는 사회 구성원 간에 서로를 어떻게 대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학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알레인 콘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고자하는 정책입안자들이나 기업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바는, 당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정직함을 고양시키는 잠재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알레인 콘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실험 결과는 정책입안자들이나 기업들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내다보았다. 즉, 정직한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정직하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그런 행위를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마일리지를 보고할 때 사후보다는 사전에 진술서에 진실함을 서약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정직은 때로는 보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분실된 지갑을 신고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금 보상을 받았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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