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만찬'서 AI 관련 협력 및 일본 수출 규제 관련 논의
삼성 내부 문제에 경제 위기 해결까지…이 부회장에 쏠린 기대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재계 1위 그룹의 총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연일 한국 경제와 외교 위기론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약 2시간 30분 동안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도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은 만찬 장소에 도착하는 약 40분 동안 같은 차량에 동행했다. 이는 사실상 단독 회동을 가진 것으로 이동 중에 다양한 투자 및 협력 방안, 일본 정부의 수출 제재 관련 조언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만찬은 손정의 회장이 평소 격의 없이 지내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청해 만들어진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은 비공개로 진행돼 정확하게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손정의 회장은 한국 기업과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및 협업이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올해 안에 투자가 이뤄질 것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러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손 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출소 이후 줄곧 국내외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별도의 면담을 가지는 등 회동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는 재계 총수로서 유일하게 한국을 방문한 모든 해외 정상급 국빈들과 만남을 가지며 이 부회장이 재계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지난 2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방한을 시작으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손정의 회장까지 올해 들어서만 벌써 6차례다.
재계서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쉴 틈없이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것과 180도 달라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는 출소 이후 본격 경영을 앞두고 세계를 돌며 각종 사업 모델 등을 공부하는 등 숨 고르기를 했다면 올해는 이를 실질적인 결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의 칼날이 삼성을 향해있는 가운데 삼성 내부 문제 해결과 더불어 어려운 국가 경제를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이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이 여러 국내외 인사들을 만나며 투자 및 협력 방안을 구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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