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극일' 하고 있는 기업들 발목 잡는 게 결국 '친일'로?
[WIKI 진단] '극일' 하고 있는 기업들 발목 잡는 게 결국 '친일'로?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07.29 07:03
  • 수정 2019.07.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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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일본이 다음달 2일 한국을 수출우대 국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얼마나 미칠 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본격화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더 강한 펀치가 한 방 더해질 가능성이 커진 국면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달 들어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조치를 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은 글로벌 시장과는 외톨이가 된 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거래액마저 급감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아예 발을 빼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일 무역전쟁을 더 심화시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기업들은 거의' 초상집'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를 서두르겠다고 하는데 크게 환영할 일이지만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본과 무역을 시작한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무역 적자에 시달렸다. 특히 그 중심에는 소재·부품 산업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설사 다음달 극적으로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된다 해도 장기적으로 꼭 추진해야 할 목표가 되었으면 한다.

예전에 자유무역이 최고의 이념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 구축돼 있던 글로벌 공급사슬이 점차 보호무역주의가 득세를 하면서 무너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예전 20세기 초반에 활개를 치던 약육강생의 제국주의 시대로 다시 복귀하고, 우리가 다시 그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걱정마저 등장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현재 시점이 새로 시작하는 약육강생 시대의 초입으로 가는 전환기가 될 수 있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이런 주변 정세의 변화를 생각하면 이번에 한-일 무역전쟁을 계기로 핵심 산업만큼은 국내에서 다른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사슬을 완비하는 게 꼭 필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이 문제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일시적으로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반일전략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장기적으로 극일을 하는 전략으로 나가는 게 옳다고 본다.

지난 28일 한일경상학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경제 보복'의 무기로 삼은 소재·부품 산업에서 한국의 무역흑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대일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양국 간 생산능력과 기술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태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유통학부 교수는 "한국 소재부품의 대세계 무역흑자는 2000년 93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05년 227억달러, 2010년 779억달러, 2015년 1050억달러, 2017년 1137억달러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일본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소재부품산업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2017년 한국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는 16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대일 무역적자에서 소재부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6.5%에 달한다.

이 교수는 "실질적으로 한-일 간 생산기술 수준 차이가 2000년 이후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한-일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대일 적자 구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적 노력과 전략적 기술개발, 시장개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이며 일본에 대해 열위인 산업이 많아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유엔 국제무역통계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일본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들의 총 수입액은 27억8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일본에 대해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산업이 많은 만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 산업이 위기에 빠지고 경제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대부분의 주력 산업에서 일본에 대한 경쟁력은 열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일 교류에 있어 기본 방향은 한국, 중국, 일본의 동북아 경제권 상호 번영 추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홍장표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기업은 속도를 추구해왔고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수입하는 쪽을 택했다"며 "이번 수출규제의 교훈을 새기며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출규제를 계기로) 이제는 바뀔 때가 됐고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본다"며 "가장 큰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 분쟁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가 있으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도 한국의 아픈 부분을 찌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에 대해 국산화를 적극 지원하면서 이들 기업 제품을 구매해 핵심 기술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앞에 펼쳐져 있는 포지티브 규제 장벽과 제한 조치도 네거티브 방식인 기업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한-일 무역전쟁의 선봉에 나설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부회장만 해도 삼성바이오 분실회계 등으로 엮이어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 현대자동차 실적이 어렵게 턴 어라운드하는 국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는 바로 다음달 파업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이다.

현재 한-일 무역전쟁이 정점을 향해 가는데, 이 같은 행위들은 일본을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손발을 묶는 행위나 다름없다. 극일을 해야 하는 시점에 일본을 도와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들도 유니클로, 도요타 등의 제품에 '노노저팬'을 외치고, 제법 큰돈을 떼이는 데도 불구하고 예정된 일본여행을 취소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국에서 일본 경제를 도와주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친일 행위와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 수사에 목을 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검찰이나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을 외쳐대는 귀족노조의 움직임이 자칫 일본을 도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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