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상곤 "사학비리에 대해선 보지 말라"... '조국 민정' 눈치 봤나
[단독] 김상곤 "사학비리에 대해선 보지 말라"... '조국 민정' 눈치 봤나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9.30 16:06
  • 수정 2019.09.3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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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안 준다"는 사학혁신위 위원들 애로사항에 문제 발언
교육부 사학혁신지원과, 사학비리 조사자료·통계 주지 않아
일부 혁신위원, 김상곤 발언 뒷배경으로 '조국 민정실' 지목
지난 2017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차담회에서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차담회에서 김상곤(오른쪽)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곤(69)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퇴임 직전 자문기구인 사학혁신위원회에 "사학비리에 대해선 보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초반 여러 부처에 설치된 외부 위원회에 간여하는 방법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적폐청산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법무부 장관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었냐는 의심이 나온다. 

조 장관은 지난 2015년 김 전 부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외부위원으로 직접 영입한 인사다. 부친에 이어 모친이 사학재단 웅동학원 이사장을 지내고 있는 까닭에 조 장관은 당시 사학재단 정책에 관련해선 이해충돌 문제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조 장관 일가는 웅동중학교 이전 공사 때 대출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복수의 사학혁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2일 퇴임 직전 사학혁신위 위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혁신위원은 김 전 부총리에게 "사학비리를 살펴보려고 해도 교육부에서 자료를 주지 않는다. 자료협조가 되면 사학비리들을 살펴볼 생각이다"라고 보고했다. 이에 김 전 부총리는 "사학비리에 대해선 보지 말라"고 답했다. 

혁신위원 A씨는 당시 이 상황을 두고 "순간 어안이 벙벙해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내가 아는 김상곤이 저런 말을 하나, 당황했으니까"라며 "자리가 끝나고 위원들한테 (김 전 부총리가)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했다. 그 워딩을 분명히 했다"고 <위키리크스한국>에 증언했다. 

혁신위원 B씨도 "김 전 부총리가 (사학비리 부분을) 좀 불편해하는, 안 했으면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때 혁신위원들은 확실히 하지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A씨 증언을 뒷받침했다. 김 전 부총리가 "다른 거를 더 집중해달라"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B씨는 사학 혁신에 거부감이 있는 교육부를 김 전 부총리가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당시에는 이해했다. 그는 "교육부 자체의 복지부동, 부패성 때문에 '장관이 와도 이 벽을 못 넘나' 그런 생각까지 했다"며 "교육부에서 개혁 의지를 가지고 자료를 풀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서 사학혁신위를 지원하는 사학혁신지원과가 사학비리 조사자료와 관련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인색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차원의 비협조가 계속되자 사학혁신위 내부에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한 혁신위원이 내부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려 하자 '창구를 통일해 공식 통로와 다른 말이 나가지 말게 할 것'이란 지침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B씨는 "교육부 방해가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혁신위원들은 김 전 부총리가 사학 혁신에 인색했던 이유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민정수석실이 행정부처의 각종 적폐청산 테스크포스(TF)를 총지휘한 점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부처 외부위원회 위원을 겸직한 A씨는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적폐청산 TF에 대해 잘 안 되면 언제든지 얘기를 달라고 해서 많이 일렀다"면서 "어느 시점부터 민정이 '셧다운'하는 걸 목표로 삼았고 연락도 끊겼다"고 고백했다. A씨가 지목한 당시 선임행정관은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이다. A씨는 이번 정부 여러 부처에서 자신이 위부위원으로 선임되기 전 이 비서관이 먼저 전화를 줬다고 밝혔다.

실제 이 비서관은 선임행정관 시절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에 관여한 것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건을 재조사하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 내부위원에 이규원 검사가 파견된 뒷배경에 이 비서관의 관여가 있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 훈령에 따르면 검사 파견 권한은 대검에 있지만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던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대검에서 이 검사를 추천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관여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검사와 이 비서관의 연결고리는 사법연수원 36기 동기이자 조 장관이 졸업한 혜광고등학교 후배 조동환 변호사다. 이 세 사람은 연수원을 수료한 후 법률사무소 창신에서 같이 일한 인연이 있다. 

김 전 부총리 측은 교육부 차원의 비협조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했다. 김 전 부총리가 당 혁신위원장일 당시 비서실장으로 그를 보좌한 송현석 경주대 교수는 교육부에서도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송 교수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사학혁신지원과가 사학비리 자료를 잘 주지 않은 것 맞다"면서도 "비선출된 국가기관이 선출된 국가기관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료 협조 과정에서도 격렬한 저항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관이 사학 혁신에 의지가 있었지만 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불거진 문제라는 취지다. 

다만 송 교수는 김 전 부총리의 문제 발언에 대해선 "장관보다 먼저 물러났기 때문에 당시 식사 자리에서 한 발언 내용은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장관이 사학에 친화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권 초기 여러 행정부처에서 발족한 외부위원회에 민정수석실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조 장관은 이미 후보자 시절 부인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적으로 만든 '신뢰제고 TF'에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관여했다는 내부고발에 대해 "민정수석은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비서관은 민정 관여 의혹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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