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나 사나 캐리 람과 함께 하라...홍콩인들에게 던진 시진핑의 메시지
죽으나 사나 캐리 람과 함께 하라...홍콩인들에게 던진 시진핑의 메시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1.08 07:54
  • 수정 2019.11.07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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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진핑이 캐리 람을 만나 그녀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홍콩 시민들은 죽으나 사나 캐리 람과 함께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CNN이 6일(현지 시간) 보도 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홍콩의 책임자 캐리 람은 실각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있었다.

홍콩의 캐리 람 정부가, 베이징 당국이 그녀를 교체할지도 모른다는 루머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그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캐리 람 수반 자신도 반 자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홍콩의 시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안에 대해 여러 번 책임을 인정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심지어 시위 사태 초반 자신이 마련한 강제송환법을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를 메울 때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월요일 시진핑 주석은 캐리 람이 자리를 그대로 지킬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과 캐리 람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싣고, 시진핑이 ‘중앙 정부는 캐리 람에게 최고의 신뢰를 보내며, 그녀와 그녀 정부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베이징의 이러한 결정은 이해가 된다. 캐리 람을 교체하는 일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판국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정부 정책과 발표마다 중국의 입김이 서려있다고 믿는 홍콩에서 시진핑이 분명한 목소리로 캐리 람의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시위대에게 그녀가 베이징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더욱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물러날 때가 아니다
다른 정치 체제 하에서는, 어떤 정치인이 캐리 람이 홍콩에서 야기시킨 정도의 정정 불안을 일으켰다면 그대로 직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중앙 정부의 지시나 강요로 촉발된 것이 아닙니다.”

지난 9월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캐리 람의 사적인 대화 녹취록의 내용이다.

“제가 뭔가 할 수 있다면 첫 번째는 깊은 사죄를 표명하고 물러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사퇴를 허락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화가 유출된 후 그녀는 ‘차라리 물러나지 않고 나의 동료들, 그리고 홍콩 시민들과 함께 길을 가겠다’ 공표했다.

그러나 그 이후 그녀가 사임을 시도했다거나 교체될 처지에 있다는 루머가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왜 그랬는지 짐작하는 일을 어렵지 않다.

정치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자리에서 물러난 관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세계 다른 나라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지난 석 달 동안 푸에르토리코의 시위 사태는 단 몇 일만에 리카르도 로셀로 수반의 사퇴를 불러왔고, 레바논의 사드 하리리 총리는 정정 불안이 촉발된 지 2주가 되지 않아서 스스로 물러났으며,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위 사태의 책임을 물어 내각 전체에 사표를 받았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어떤 관리도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란 요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지기도 해도 캐리 람을 쉽게 교체하지 못하는 베이징 당국의 처지는 이해할 수 있다.

캐리 람의 사퇴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키울 공산이 크다.

홍콩 헌법에 따르면 최고 수반 자리가 공석이 되면 6개월 이내에 후임자를 뽑아야한다. 캐리 람과 모든 전임자들은 ‘선거 관리 위원회’에서 선출되었다. 이 선거 관리 위원회는 사회 전반을 폭넓게 대변한다고 자임하지만 친 중국 인사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중앙 정부의 지시를 따른다.

바로 이런 불합리한 요소 때문에 홍콩에서는 갈등이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상황을 개혁하고자했던 2014년의 요구는 베이징 당국이 사전 승인 없는 후보들을 용납하지 않자 ‘우산혁명’이라고 부르는 시위 사태를 촉발시키고 증오만 키운 채 끝이 났었다.

한편, 중국이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반환받은 후 최초로 홍콩 책임자로 임명되었던 둥젠화의 경우처럼 일정 기간 동안만 정부를 이끄는 과도 체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둥젠화는 2005년 사임했고 그의 후임자인 도널드 창이 그의 잔여 임기를 채운 후, 뒤를 이어 2007년 5년 동안의 정식 임기에 재임명되었다.

캐리 람이 어떤 식으로 임기를 마치는지의 문제와 상관없이, 최고 책임자의 자리를 규정하는 일은 시위대의 다섯 번째 요구와 직결되어있다. 바로, 보통선거의 문제이다.

지난 9월 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온 홍콩 시민들이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을 가득 채운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9월 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온 홍콩 시민들이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을 가득 채운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중국식 민주주의
캐리 람이 사임할 경우 시위 사태가 더 커질 위험이 있지만, 시진핑이 그녀를 공개적으로, 열정적으로 지지한 행위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홍콩 시위 사태의 초반에는 캐리 람이 사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현재는 다른 요구 사항들로 대체된 상태이다. 시위대는 현재 특히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을 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 람의 인기는 침체 상태에 있다. 홍콩 여론 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그녀에 대한 순수 인기도는 마이너스 71점을 기록하고 있다.

홍콩의 모든 고위 관리들은 일종의 덫에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명목적으로는 자신들이 대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행동으로 옮겨야하는 의무와 중국의 명령을 따라야하는 처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본토의 요구와 홍콩 시민들의 요구가 상충될 때는 더욱 그렇다. 캐리 람은 자치정부라는 명분에 어울리도록 좀 더 유연한 정치적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중요도가 떨어지는 문제에서는 베이징에 굴복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어야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볼 수 있듯이 중국 대 홍콩 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결정은 언제나 중국 쪽에 기울어졌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홍콩에 대해 강경책을 고수하는 시진핑 체제 하에서 더욱 심하게 불거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시위대의 일부가 주장하는 홍콩 독립의 문제는 고사하고 자치의 대폭적 확대라는 말만 나와도 탄압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이 캐리 람을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이번 달 말에 치러질 지방 자치구 선거를 앞두고 홍콩 정부 내에서 그녀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고, 친 베이징 성향의 정당들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지만 시위대를 자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시위대들은 이번 시진핑의 캐리 람 공개 지지를 두고, ‘거봐라. 우리가 처음부터 뭐라고 했느냐. 캐리 람은 베이징의 바람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홍콩 시민들은 캐리 람이 홍콩 시민들의 요구 사항을 상관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는 베이징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 평론가 마이클 추가니는 이번 달 초 이렇게 평론했다.

“캐리 람 수반이 발안한 강제송환법을 두고 시위가 벌어진 이래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은 그녀가 베이징의 꼭두각시라는 사실을 반박하기보다는 입증하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홍콩 시민들 편에 있다거나 베이징의 상관들에게 당당히 맞선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입증한 적이 없다.”

시진핑은 캐리 람과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그녀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그녀가 그에게 대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었다.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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