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KT 차기회장 선임 가속도… 청와대 ‘靑心’ vs 황창규 회장 ‘黃心’은 누구?
[포커스] KT 차기회장 선임 가속도… 청와대 ‘靑心’ vs 황창규 회장 ‘黃心’은 누구?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1.12 07:00
  • 수정 2019.11.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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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투명하게 선임된다면 누구든 환영, 관심 갖지 말라" 엄명 알려져
황창규 회장 “KT 발전 이끌 적임자면 좋겠다”… 측근 “믿기 어렵겠지만, 아직 37명 명단도 못보셨다”
황창규 회장에 이어 KT를 이끌고 갈 차기 CEO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황창규 회장에 이어 KT를 이끌고 갈 차기 CEO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40여개 그룹사에 6만여명을 거느린 초대형 기업 KT의 차기회장 선임 작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KT지배구조위원회는 11일 헤드헌팅 3사를 불러 추천한 인사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KT 차기 회장 공모에는 총 21명의 후보자가 접수했으며 전문기관들(헤드헌팅사)을 통해 9명의 후보자 등 총 30명의 사외 후보자가 자천, 타천으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앞서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사내 회장 후보자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7명으로 압축했다. 총 37명의 사내외 후보자들이 ‘별들의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정관 및 운영규정에 따라 사내·외 회장 후보자군을 심층 검토해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할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37명에 대해 수차례 서류심사를 거친 후 소수의 적격 후보를 선정해 KT회장심사위원회에 보고하게 된다. KT회장심사위원회는 후보자들을 다시 평가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여기에서 1인의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KT 주변에서는 내달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후보가 정해지면 KT 이사회는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되는 절차를 밟게 되지만, 사실상 내달이면 결론이 나게 된다.

▶ 청와대 & 황회장 측의 진짜 속내는 ‘누구’일까?

차기 회장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 선임되도록 제도가 마련됐지만, 그동안 KT의 회장 선임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점 때문에 재계와 정보통신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文心)이나 현 황창규 회장(黃心)의 의중이 가장 큰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이나 황창규 회장 측은 ‘전혀 맞지 않는 추측’이라고 손을 내젓고 있다.

대통령의 경우 측근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KT 회장 선임절차에는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CEO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면 누구든 관계 없다는게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KT는 매출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한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으로, 최첨단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과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 측근들은 정권이 바뀐 후 공권력을 동원해 끊임없이 황 회장을 공격했으나 뚜렷한 아킬레스건을 찾아내지 못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황창규 KT 회장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황 회장의 입장도 외부의 시각과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KT가 올해 초부터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손질하기 시작하자, KT 안팎에서는 “황 회장이 측근을 차기에 앉히기 위해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KT 측은 “민영화된 KT가 정치적 입김을 받지 않고, 오로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최적의 CEO를 선출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려는 것이며, 어떤 ‘흔들기’에도 신경쓰지 않고 KT의 계획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마련된 후 황 회장의 측근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제도를 구축한 만큼, 회장께서는 절대 궁금해하지 마시라”고 건의했고, 황 회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측근은 “믿기 어렵겠지만, 현재 37명의 후보가 누구 누구인지, 언론에 난 명단 이외는 황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보고하라는 지시도 없는 상황”이라며 “물론 속 마음이야 누가 보다 적임자일 지 생각하실 수 있지만, 명단을 보면서 누가 어떻고, 누가 어떻고 평가하면 은연 중 황심(黃心)으로 심사위원회에 전달될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그 파장은 예상하기 어려울만큼 복잡하게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이 차기 CEO에 대해 언급한 것은 “KT 발전 이끌 적임자면 좋겠다”는 말이 전부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 KT의 ‘적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정치력 아닌 'IT 전문성과 리더십'

적자기업을 연매출 23조원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바꿔놓은 황창규 회장이 꼽는 ‘적임자’는 정치력이 아니라,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KT 임원은 “최근의 KT는 예전의 통신사업을 위주로 하던 KT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임원회의에 들어가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5G, 클라우드 등 최첨단 단어들이 난무하는데다, 회장은 보고를 받고 결정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회의를 리드해야 할만큼 세심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오늘날 KT는 5G처럼 전세계 어떤 기업도 가보지 않은 길을 장애물을 헤치며 나가야 하는데, 3~5년 뒤 나올 기술과 새로운 트렌드를 내다보며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없을 경우 기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KT 안팎의 후보들 가운데 나이가 지나치게 많거나, KT가 펼쳐온 사업들에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 통신분야 자체에 거리가 있는 정치적 인사는 우선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KT의 차기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민영화 이후 KT의 역대 회장들. 왼쪽부터 이용경(2002.8~2005.8) 남중수(2005.8~2008.11) 이석채(2009.3~2013.11) 황창규 회장(2014.3~ ) [위키리크스한국DB]
KT 민영화 이후 KT의 역대 회장들. 왼쪽부터 이용경(2002.8~2005.8) 남중수(2005.8~2008.11) 이석채(2009.3~2013.11) 황창규 회장(2014.3~ ) [위키리크스한국DB]

현재 내부 인사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 사업본부장 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 이문환 BC카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인사의 경우 KT 임원 출신들과 관료 출신들이 거론된다.

외부인사 가운데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이 선두를 달리는게 아니냐는 평가 속에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홍원표 전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현 삼성SDS 대표)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김태호 전 IT기획실장(현 서울교통공사사장), 이상훈 전 기업고객부문장, 최두환 전 종합기술원장, 전인성 전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주요 후보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의 사례로 보면 한 두 후보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다 당일 날 다른 후보로 최종 결정된 사례도 있다.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2%)이다. 또 일본 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2대주주로 5%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특정 주주가 경영진 선임을 주도하기 어려운 지배구조다. 이같은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능력보다는 정치권 입김에 의해 CEO가 결정되곤 했다.

‘CEO 투명 선정’이라는 거대한 실험에 돌입한 KT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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