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지미 카터' 은퇴 지도자의 아름다운 삶
[WIKI 프리즘] '지미 카터' 은퇴 지도자의 아름다운 삶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1.30 08:18
  • 수정 2019.12.01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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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살의 고령에도 여전히 ‘사랑의 집짓기’운동을 계속하며 리더의 뉴 모델로
'골프 논란'으로 말년에도 국민들 마음 상하게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
해비타트 자원봉사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비타트 자원봉사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101세로 타계한 가운데 은퇴한 세계지도자들의 삶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령의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5)이다.

그는 암 진단을 받고, 엉덩이 수술을 받고, 이마에 14바늘을 꿰매고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Habitat for Humanity)’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낙상과 골절에 따른 후유증으로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사회봉사는 내게 맡겨진 사명"이라며 활동을 지속할 뜻을 고수하고 있다.

살면서 한두 번 ‘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경험한 사람들은 적지 않다. 순수한 목적으로 참여하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학교 또는 종교단체를 통해 참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원봉사 의무 시간을 이행하기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한두 번 집을 지어본 경험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하지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지미 카터 워크 프로젝트(Carter Work Project)’를 통해 전 세계에서 연간 행사로 벌어지는 일주일 내내 집짓기 운동을 벌여, 지난 35년 동안 4,000채 이상의 집을 짓는 데 도움을 주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가 엉덩이와 간 수술에다가 뇌의 흑색종 수술에서 회복 중에도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무려 9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망치를 손에서 놓지를 않고 있다.

지미 카터의 나눔의 삶

지미 카터가 백악관을 떠나고 3년이 지난 1984년 3월, 그와 그의 아내 로잘린 여사는 조지아 주의 아메리쿠스에서 처음으로 해비타트 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집을 지었다. 그때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해비타트 운동은 자선활동에 드리우고 있던 어두운 오점을 지우는 데 성공하고 있었습니다. ‘함께한다는 정신’으로 무장된 조직이었습니다.”

지미 카터는 해비타트 운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어진 집에 살게 된 사람들이 차례대로 자원봉사자와 함께 집 짓는 일에 참여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카터 가족에게 가장 큰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다름 아닌 바로 이 함께한다는 ‘동반자 정신’이다.

이 운동이 자신들이 믿는 종교적 가치, 그리고 사회적 공헌(貢獻)의 귀중함과 궤를 같이 한다는데 자극을 받은 카터 가족은 해비타트 운동을 자신들의 비영리 인권기구인 ‘카터 센터(Carter Center)’에 초대했다. 이렇게 해서 두 조직이 합쳐져서 ‘지미 카터 워크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카터 가족은 많은 시간을 해비타트 집짓기 운동에 할애하고 있다. 1984년과 2019년 사이 카터 부부는 대략 4,331가구의 주택을 새로 짓거나 수리하는 데 공헌하였다. 그들은 103,000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4개의 나라에서 집짓기 운동을 펼쳤다.

가장 최근인 2019년 10월에도 카터 가족은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집짓기에 참여하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바로 전날 넘어져서 이마를 꿰매는 수술을 받고도 이 운동에 참여하였다.

고령에다 신체적 상해까지 입고도 멈추지 않다

2019년 10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 주 플레인즈의 집에서 넘어져서 캐비닛에 머리를 부딪쳐 이마가 찢어졌다. 그는 병원으로 실려가서 14바늘을 꿰맨 후 안대를 착용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휴식을 취하는 대신에 내슈빌 행을 단행해서 해비타트와 함께 일주일 내내 집을 지으며 시간을 보냈다. ‘카터 센터’는 전직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가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 지역에서 21채의 집을 지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가스 브룩스나 트리샤 이어우두 같은 전설적 컨트리 음악 뮤지션들도 포함되어있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카터 부부는 온힘을 기울여 집 짓는 데 나섰으며,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안대를 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언제까지 몸을 직접 써서 이 운동에 참여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 운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미 카터와 로잘린 카터 여사는 21채의 공간에 단순한 집 이상의 무엇을 남겼다.

“21채 모두에는 우리가 불어넣은 어떤 것이 함께 있을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올 한해 불어 닥친 사고는 이마의 찰과상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3월에는 엉덩이 수술을 받아야했다. 그러고도 그는 휴식을 취하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10월의 일정을 감행했던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17년 카터는 캐나다에서 집짓기에 참여하던 중 탈수 증세로 쓰러졌었다. 상당한 육체노동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92살의 고령이었던 전임 대통령은 뜨거운 햇볕을 이겨내며 묵묵히 집짓기에 임했던 것이다. 그는 치료를 받고 난 이후에도 집짓기를 계속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암 진단 이후에도 굴하지 않다

2015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흑색종 진단을 받았으며, 간의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더 퍼지는 것 같다고 발표했다. 그의 두뇌에서는 네 군데에서 검은 점들이 발견되었다. 카터는 몇 주 이상 살지 못할 것으로 믿었었다.

당시 진단 결과가 발표되는 자리에서는 딱 한 가지 의문이 대두되었었다. 카터 전임 대통령이 잘 알려진 그의 자선활동을 계속 할지 말지가 그것이었다. 그 답이 어땠을까? 카터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계속 해야지요.’

“해비타트 운동은 정말 보기 드문 기회를 우리에게 주고 있어요. 쓸 만한 집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그들과 함께 노동하는 일이지요. 물론 동등한 자격과 조건 하에서 일을 합니다.”

그는 비영리 자선단체 해비타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이 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소소한 관계 회복 운동이라 할 수 있지요. 평등하다는 정신이 배어있어요.”

지미 카터는 암 진단과 몇 차례의 수술 이후에도 계속 현장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망치질을 하든 2층 계단을 오르내리든 그는 뒤로 물러나 있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카터는 대부분 깨끗한 건강증명서를 들고 해비타트를 비롯한 여러 자선 기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6년 3월에는 그는 이제 더 이상 암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광범위한 MRI 테스트를 거친 후 암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의사들이 제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카터는 자신이 사는 조지아 주 플레인즈의 주일학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제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을 겁니다.”

오늘날에는, 그는 의사들이 암이 재발하는지를 계속 주시하고 있지만, 상태는 매우 좋다고 말한다. 작년에 몇 차례 부딪히고 멍이 들기도 했지만 95살의 박애주의자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전직 대통령은 놀라울 정도로 잘 하고 있다.

자선활동에 있어서만큼은 지미 카터를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0월의 행사 이후에는 아직 새로운 일정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가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자원을 바쳐 해비타트 운동을 지원하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는 전설적인 박애주의자로서의 삶을 계속 살 것이다.

지미 카터의 삶은 '골프 논란'으로 말년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특히 그의 삶은 전씨를 비롯한 우리 정치계, 재계 리더들에게 '은퇴한 리더의 삶'이 어때야 하는지 모델이 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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