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유업계 최대 화두는 친환경 ‘저유황 선박유’
2020년 정유업계 최대 화두는 친환경 ‘저유황 선박유’
  • 양철승 기자
  • 승인 2019.12.02 23:42
  • 수정 2019.12.0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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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2020’ 시행...선박유 황함량 3.5%→0.5%
SK에너지, 1조원 투자한 VRDS 설비 준공 임박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도 선제적 대응 박차

 

SK에너지가 약 1조원을 투자해 울산 CLX 내에 건설 중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 내년 1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공사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사진=SK에너지]
SK에너지가 약 1조원을 투자해 울산 CLX 내에 건설 중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 내년 1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공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SK에너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 규제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는 친환경 (초)저유황 선박유 생산설비를 속속 갖추고 관련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SK에너지는 2일 SK 울산 콤플렉스(CLX) 내 8만2,600㎡ 부지에 건설 중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가 내년 1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VRDS는 ‘IMO 2020’, 즉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해 선박유의 황(S) 함량을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하는 IMO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고도화 설비다.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황(S) 성분을 제거해 저유황 중질유로 고도화하는데, 황 함량 0.5%의 저유황 중질유와 선박용 경유 등 저유황유를 하루 4만 배럴 생산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내년 1월 IMO 2020 시행과 함께 전 세계 선박유 시장이 벙커씨(B-C)유 등 고유황 중질유 중심에서 저유황 중질유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고, 지난 2017년 11월부터 약 1조원을 투자해 VRDS를 건설해왔다. 당초 준공 목표는 내년 4월이었지만 엄격한 안전·보건·환경(SHE) 관리, 설계·구매·건설기간 단축, 완벽한 품질관리 실행 등을 통해 완공 시점을 3달 가량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저유황유 생산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며, VRDS 상용가동을 통해 연간 2,000~3,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관련업계 역시 친환경 저유황 선박유가 유가 변동성 확대 및 글로벌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 온 SK에너지의 석유사업에 새로운 성장동력과 수익 창출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K에너지는 석유제품 수출 전문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과 협업해 국내에서 18개 선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 거래선 확보에 이미 나선 상태며, 자체 운영 중인 저유황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간 3,300만 배럴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 2020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동북아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성과를 지속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유황유 중심으로 선박유 시장 재편

VRDS 설비를 통해 고유황 중유를 저유황 중유로 고도화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이 1톤당 24.5㎏에서 3.5㎏으로 약 86% 감소한다. [사진=SK에너지]
VRDS 설비를 통해 고유황 중유를 저유황 중유로 고도화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이 1톤당 24.5㎏에서 3.5㎏으로 약 86% 감소한다. [사진=SK에너지]

VRDS는 투자 규모면에서 지난 2008년 약 2조원을 들여 가동을 개시한 제2고도화설비(FCC, 중질유 촉매분해공정) 이후 SK에너지의 최대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설비를 연결하는 배관 길이만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육박하는 총연장 240㎞며, 토목 공사에 들어간 콘크리트는 레미콘 4,700대분인 2만8,000㎥에 이른다. 또 전기와 계장 공사에 쓰인 케이블 길이가 서울-울산 거리의 3배인 1,100㎞, 설치 장치들의 총 중량은 약 2만8,000톤으로 15톤 관광버스 1,867대에 해당한다.

이 같은 친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업종을 막론한 세계적 트렌드다. 특히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사업적 특성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정유업계는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친환경을 키워드로 혁신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사회적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점에서 VRDS는 사업 본연의 경제적 가치를 키우는 동시에 환경분야의 사회적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전략적 행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스미더스 피라, 팩트 글로벌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오는 2020년 이후 대체돼야 할 선박용 고유황유가 350만B/D에 이르며, 이중 약 56%인 200만B/D가 저유황유나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팩트 또한 2020년 전 세계 해상 연료유 수요 300만B/D 가운데 저유황 선박유 점유율이 50%를 상회할 것이며, 향후 200만B/D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전체 해상연료유 시장의 경우 올해 기준 월 70만톤 수준이며, 이중 저유황 선박유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저유황 선박유를 사용하지 않아도 선박 자체에 ‘스크러버(Scrubber)’라는 탈황설비를 장착하면 기존의 고유황 중질유를 계속 사용하면서 IMO 2000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박업계의 스크러버 설치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저유황 선박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일부 선사들이 IMO 2000 시행과 상관 없이 고유황 중질유의 지속 사용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각국의 규제로 인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동남아 물류 허브인 싱가폴만 해도 연안 입항 규격 강화와 함께 IMO 2020 위반 시 2년 이상의 징역 입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GS칼텍스도 잰걸음

현대오일뱅크 서산공장에 위치한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생산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서산공장에 위치한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생산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저유황 선박유 시장 공략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SK에너지만이 아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서산공장 내 고도화설비 일부에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생산공정을 도입, 지난 11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이 공정의 최대 특징은 혼합유분의 안정성 저해를 초래하는 ‘아스팔텐’ 성분을 완벽 제거해줄 신기술을 세계 최초 적용했다는 것. 아스팔텐은 필터, 배관 등의 막힘을 야기해 선박 연비를 떨어뜨린다. 심하면 연료의 정상주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독자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다양한 유분을 폭넓게 배합할 수 있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VLSFO 수요 증가에도 능동적 대처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난 1988년 국내 최초의 고도화설비 도입 이래 축적해온 중질유 처리 기술력이 이번 신기술의 기반이 됐다”며, “기존 설비를 적극 활용해 투자비를 최소화하면서 기존 모드와 VLSFO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해 공정상 유연성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 내에 운용 중인 VRDS의 저유황 선박유 생산능력을 현재의 하루 3만4,000배럴에서 4만 배럴로 늘리는 증설공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GS칼텍스는 고도화설비 운용에 더해 공장 연료로 판매하던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 공급하고 저유황유를 선박유로 전용하는 방식으로 IMO 2000 시대의 개막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황 선박유는 고유황 선박유 대비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이자 단일시장 기준으로 육지 연료유 보다 큰 거대시장”이라며 “IMO 2020 이후 수요가 늘면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업체들의 정제마진 개선에 큰 도움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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