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64) 카터의 대선 패배 나비효과… ‘먹구름’ 짙어지기 시작한 김대중 구명활동
청와대-백악관 X파일(64) 카터의 대선 패배 나비효과… ‘먹구름’ 짙어지기 시작한 김대중 구명활동
  • 특별취재팀
  • 승인 2019.12.16 16:14
  • 수정 2019.12.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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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지미 카터가 패하고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되면서 김대중 구명활동에는 순신간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AP=연합뉴스]
198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지미 카터가 패하고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되면서 김대중 구명활동에는 순신간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AP=연합뉴스]

1980년 11월 선거에서 카터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배했다. 카터의 패배는 ‘나비효과’처럼 김대중의 구명 노력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공화당 측이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정책을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항하는 우방의 전력 강화 실패의 사례로 지적하긴 했어도 한국 문제는 주요 선거 이슈가 아니었다. 로버트 돌 상원의원 등 몇몇 저명한 공화당 인사들, 또 공화당 지지하던 ‘월스트리트저널’도 김대중의 처형에 대해 전두환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대사는 한국의 관료들에게 ‘공화당이 승리해도 김대중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내심으로 걱정을 놓지 못했다. 공화당 정부가 김대중의 운명에 대해 관심이 덜하거나 민주당 정부에 비해 소극적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리처드 홀브룩에게 레이건과 그의 참모들을 설득해 김대중을 적극 지원하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카터의 정책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레이건 진영의 태도 때문에 무산됐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몇몇 미국인들이 한국 측에 그러한 내용을 얘기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대사의 걱정은 커져 갔다.

특히 과거 공화당 정부에서 일한 알렉산더 헤이그가 전두환 정부 대표들에게 “한국은 김대중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국제적 파장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국내 상황에 합당하게 하라”고 말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그 같은 발언은 김대중 구명 노력을 펼쳐온 인사들에게 일대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마이클 아마코스트는 국무부 부차관보라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당시 레이건의 핵심 외교정책 보좌관이던 리처드 앨런에게 그 보고를 전했다.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대중과 그의 사형 선고 보도.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대중과 그의 사형 선고 보도.

그의 말에 따르면 앨런은 "문제의 그 인물이 레이건의 선거운동 진영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우리를 대변해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김대중과 미국을 위해 다행스러운 것은 앨런 역시 그 문제를 심각히 우려했다는 것이었다.

앨런 자신도 '김대중을 구명하는 것은 인도적, 정치적인 견지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레이건의 선거 승리가 현실로 나타나자 주한미대사관 수뇌진은 김대중에 관한 공화당 인사들의 상반된 태도를 한국의 당국자들이 곡해하지 않도록 워싱턴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앨런을 직접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추수감사절 기간 중 워싱턴에 돌아와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전두환이 가장 신임하는 최측근자들을 포함해 한국의 젊은 군장교들 사이에 반(反)김대중 정서가 다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한미대사관과 김대중 석방을 위해 애써온 진영에서는 한국인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여러 면에서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오판할 경우 '김대중 사형 집행 강행'이라는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한국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던 인사들 가운데는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의 처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상당수 군출신 인사들은 “김대중이 처형되지 않으면 우리의 ‘구국’ 노력은 허사가 될 것이며 그의 처형에 대한 외국인들의 비난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면서 공공연히 그의 처형을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고조되자 글라이스틴 대사는 존 몬조 부대사, 존 위컴 주한미사령관을 비롯한 몇몇 미군 고위 군장교들과 함께 영향력 있는 한국군 장교들, 민간 관리들을 대상으로 그런 극단적인 생각(김대중 처형)은 잘못됐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을 벌여나갔다.

[위키리크스한국=특별취재팀]

청와대 백악관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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