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에서 은퇴한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한국형 알파고인 바둑 인공지능 ‘한돌’에 승리했다. 인간이 AI에 이긴 것은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에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
호선으로 맞붙었던 알파고와의 대결과 달리 이날 대국은 이세돌이 2점을 깐 상태에서 덤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우세를 인정하는 수치다.
핸디캡 탓에 불리하게 출발한 AI 한돌은 중반 전투에서 이세돌의 흑돌을 압박하며 조금씩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돌은 흑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프로기사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질러 승부가 단명국으로 끝났다.
25년간의 프로기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 2점을 깐 이세돌은 이날 3귀를 차지하면서 차분하게 출발했다.
포석을 마친 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우변에서 첫 번째 승부처가 발생했다.
이세돌은 우변 자신의 돌을 돌보는 대신 상변에 집을 마련했고 한돌은 우변 흑돌을 둘러싸고 공격에 들어갔다.
만약 이세돌의 흑돌이 죽거나, 살더라도 큰 손해를 본다면 단숨에 형세가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흑돌을 공격하던 한돌이 큰 착각을 일으켰다.
이세돌은 78수로 흑을 공격하던 백 3점에 역습을 가했다.
78수는 3년 전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제4국에서 버그를 유도해 '신의 한 수'라고 불렸던 수다.
이세돌은 한돌을 상대로도 78수에 좋은 수법을 구사했고 이후 한돌은 큰 착각을 일으키며 자멸했다.
한돌은 이세돌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버그를 일으킨 듯 자신의 돌이 잡히는 '장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격하던 요석 3점이 죽고 말았다.
이날 불리한 핸디캡으로 시작한 한돌은 대국 초반 승률 10% 안팎에서 출발했으나 우변 흑돌을 공격하면서 30%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점이 잡히는 순간 승률이 3∼4%대로 폭락했고 더는 대국을 이어가지 못했다.
'AI 한돌' 개발사인 NHN은 대국 후 "이세돌의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반면 이세돌은 "78수는 프로라면 당연히 그렇게 두는 수"라고 밝혔다.
치수 고치기 3번기 첫판에서 승리한 이세돌은 19일 열리는 제2국에서는 핸디캡 없이 한돌과 호선으로 대결한다.
이세돌은 제1국 승리로 기본 대국료 1억5000만원과 승리 수당 5000만원 등 2억원의 상금을 챙겼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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