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 주문에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1, 3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주문한 ‘숙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삼성전자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위원장에는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조정 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지형 전 대법관이 내정됐다. 위원들은 외부 인사 위주로 구성될 전망이다.
김 전 대법관은 오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 수락 배경을 비롯해 향후 위원회 구성과 운영방향 등을 밝힐 예정이다.
대법관 시절 김영란 대법관 등과 함께 여러 판결에서 진보 성향 의견을 주로 내는 ‘독수리 5형제’로 꼽혔던 김 전 대법관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구의역 지하철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등 사회적 갈등 해결에 앞장서 왔다. 현재는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심사위원회 민간 위원장이다.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든 것은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의 요청에 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월 1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 그룹 내부에서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 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들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서원씨도 이 사건 범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도 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인 준법 감시제도 작동되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 사건과 같은 범죄는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실효적 기업 내부의 준법 감시제도는 하급 기관의 비리만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고위직 임원과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도 방지할 수 있는 철저한 것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달 6일 열린 3차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이재용 측에게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공여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삼성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 기일 전까지 재판부에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17일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진행 중 지난달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노조와해’ 혐의로 법정 구속된 가운데 준법감시위원회를 시작으로 조직 개편 등 특단의 대책이 후속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새해 첫 경영 행보로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며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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