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탓에 핵현대화 말고 방법 없다는 트럼프…핵 군비예산 대폭 증액
중러 탓에 핵현대화 말고 방법 없다는 트럼프…핵 군비예산 대폭 증액
  • 강지현 기자
  • 승인 2020.02.11 12:12
  • 수정 2020.02.11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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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및 러시아를 겨냥해 미군의 핵무기 현대화에 초점을 맞춘 2021회계연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군비경쟁에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전력에 자금을 쏟아붓는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미국도 어쩔 수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내놨다. 핵 군비경쟁을 막아온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지난해 8월 미국의 탈퇴로 사라져 생긴 공백을 강대국 간 군비경쟁이 본격적으로 메우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21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는 핵전력 현대화에 289억 달러가 배정됐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8% 늘어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미 국방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289억 달러 중 177억 달러가 핵운반 시스템 현대화 및 지휘통제 시스템 개선을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의 핵프로그램에 지출을 늘릴 것이다.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러시아가 하고 있는 것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지금 중국과 러시아는 핵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쓰는 미친 짓을 그만두려고 우리와 협상하고 싶어한다"면서 "하지만 합의에 이를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미국에) 가장 강력한 핵전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엄청나게 빠른 미사일이 있다. 일반 미사일보다 심지어 7배 빠르기에 '엄청나게 빠르다'고 한다. 우리는 다시 말하지만 러시아가 일부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또 러시아 탓을 했다.

이어 "그들(러시아)이 어떻게 그런 걸 갖게 됐는지는 말하지 않겠다"면서 전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했다.

미 국방부 2021회계연도 예산안에는 극초음속 무기 등을 위한 연구개발비도 사상 최대 규모인 1천66억 달러가 배정된 상태다.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중국도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 역시 이에 뒤질세라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잡은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핵무기고를 보유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냉전 시대에 개발된 것이라 현대화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든다고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전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2017년 추산한 바에 따르면 핵전력 현대화에는 30년간 1조2천억 달러가 든다고 한다. 여러 행정부를 거쳐 이행돼야 하는 지난한 작업인 셈이다.

핵무기 현대화 작업에 대한 예산 투입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고 복스는 전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핵)전력을 가질 것이라면 안전하고 믿을만해야 한다"면서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핵)전력과 운반수단은 수십 년이나 된 것"이라고 했다.

미 군축협회의 킹스턴 라이프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지출 계획은 불필요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측은 핵무기 현대화를 위해 핵심 전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복스는 전했다.

핵현대화 예산 마련을 위해 해군이 버지니아급 잠수함 건조를 하지 않기로 했으나 핵전력 사용에 요구되는 기준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수함이 오히려 쓸모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해군은 2021회계연도 국방 예산안에서 새 군함 확보를 위한 예산으로 전년도보다 41억 달러 적은 199억 달러를 요청한 상황이다. 전년도와 2021회계연도 국방 예산안이 총액에서 큰 차이가 없는 점으로 미뤄볼 때 군함 건조 예산을 줄여 핵현대화 예산을 늘린 셈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예산 브리핑에서도 이번 예산안에 따라 핵 군비경쟁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러스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 대행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우리의 핵무기고가 현대화되는 데 매우 관심이 있다"면서 "30년 정도마다 중대한 현대화 시도가 있는 거 같다. 대통령은 무기고가 현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으며 세계에 대한 효과적 억지라고 믿는다"고 해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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