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조위 조정은 중단…법원, 1년 뒤 SKC 손 들어줘
"SK그룹, 넷플릭스 비난 자격 있나" 국민청원 등장
지난해 11월 SK그룹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언급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돌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를 두고 "넷플릭스가 자신의 상황이 점점 불리해지자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SK브로드밴드는 이같은 여론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힘입어 최근 맞소송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일단은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SK브로드밴드측의 입장을 법원에 밝힌 상황"이라면서 "넷플릭스는 서비스 품질에 대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망 이용 협상 자리에 나와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맞소송도 후순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SK그룹 계열사인 SKC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사례는 넷플릭스 상황과는 반대로 SKC가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지자 소송전으로 확대시킨 것이었다. 지난 2017년 SKC수원화학공장에서 60데시벨을 오가는 극심한 소음이 유발되자, 고통을 참지 못한 주민 2000여 명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환조위)에 '공장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다'며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9개월 간의 환조위 조사가 마무리되던 무렵, SKC는 주민 대표 2명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SKC는 이 과정에서 국내 최대 로펌 중 한 곳을 선정해 주민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주민들을 상대로 과도한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했다. 소송전으로 번지자 당연히 환조위의 조정 역시 중단됐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해서 법원은 결국 지난해 5월23일 SKC의 손을 들어줬다. SKC 관계자는 당시 "유사 사례를 살펴본 결과, 조정으로 끝나지 않고 법정으로 가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빠르게 소송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고 재판부 결론에 따라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SKC에게 책임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역시 법정의 판단에 따라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건을 지켜본 시민들은 'SK그룹이 넷플릭스를 비난할 자격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네티즌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SKC는 조정 결정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정보 획득에 우위가 있는 기업에서 민사 소송을 걸어 조정이 중단됐다. 조사 결과는 무용지물됐고 국민의 세금은 낭비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에서 규정하는 조정 기간의 3분의 2가 경과한 상태에선 민사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조정 절차를 완료하는 법안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청원은 28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총 225명의 동의를 얻었다.
경실련 관계자에게 해당 내용을 문의하자, 관계자는 "상황이 정말 비슷하다"면서도 "우리가 넷플릭스를 지적한 이유는 SK브로드밴드를 편들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정부의 재도 개선을 위해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C 사건을 자세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사건을 살펴보고 비난해야 한다면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C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 일인 만큼 이와 관련해선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 이게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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