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폐업 지시·거짓 고시 의혹…구설수 오른 롯데글로벌로지스
위장 폐업 지시·거짓 고시 의혹…구설수 오른 롯데글로벌로지스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6.09 15:02
  • 수정 2020.06.09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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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울산지점장 "대리점 폐업 후 집사람 명의로 변경하라" 지시
본사 측 "개인적 친분에 의한 통화였을 뿐…본사 입장은 아냐" 반박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노조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리점의 위장 폐업을 지시하거나, 택배 기사들을 해고시켜 업무 마비를 일으켜놓고 고객들에겐 '코로나19로 인한 택배접수 불가지역'이라고 거짓 공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사장은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고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내부적으론 각종 비리로 곪아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택배연대노조는 9일 롯데택배 울산지점이 대리점과의 계약 과정에서 수수료 삭감을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택배기사들을 강제로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울산지점은 신정대리점과 소속 택배기사가 수수료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일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하고 소속 택배기사 11명을 전원 해고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심지어 롯데택배 본사 측은 사태가 커지고 신정대리점이 담당하던 신정동 일대에 배송 차질이 빚어지자 고객들에게 '신정동이 코로나19 제한 구역이라 배달이 어렵다'며 잘못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이 시작하게 된 계기는 '50% 수수료 삭감'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택배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울산지점은 최근 대리점에게 제공하는 수수료를 50%가량 삭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수료는 울산지점이 대리점에게 주면, 대리점이 택배기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배송 수수료'였다. 택배 기사들은 이 수수료가 임금과 직결되는 만큼 삭감을 반대해왔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울산지점 측은 반발하는 기사들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하고, 일부 대리점은 계약기간이 남아있으니 '위장 폐업'을 지시해 계약을 파기시키고 수수료를 삭감한 계약서로 새로 작성해 계약을 맺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택배기사들이 일방적으로 해고 당했다. 코로나19로 물량은 늘어났는데, 수수료를 삭감할 경우 결국 일만 많아지고 월급은 그대로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부당 해고 및 강제 수수료 인하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택배연대노조 제공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부당 해고 및 강제 수수료 인하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국택배연대노조 제공

롯데글로벌로지스 울산지점은 조직적으로 수수료 삭감 계약에 따르지 않는 대리점은 계약을 파기하고, 새 대리점을 찾거나 '위장 파기' 등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노조 측에서 공개한 녹취록에는 김성현 현 울산지점장과 신정대리점장으로 추정되는 두 인물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지점장은 "사랑하는 유 소장, 이번에 재계약 할 땐 다른 사람 명의로 하라"면서 "집사람 명의로 해도 상관 없다. 사업자 명의를 변경해야 하는 이유는 노조 측에서 분명 교섭을 요구할 것이다. 그 때 '폐업했는데 무슨 소리냐'라면서 대답해야 한다"고 위장 폐업을 은밀하게 지시했다. 

또 다른 녹취록에는 한 대리점장이 노조에 가입한 택배 기사들을 차별하거나, 협상 자리에 오지 않으면 해고시키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해당 점장은 "이번에 1일부터 서울주를 맡게 됐다"면서 "거기 노조 가입하신 분도 있을 텐데, 배송 마치고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노조원들을 모두 모아달라"고 한 택배기사에게 요구했다. 택배 기사가 "한꺼번에 다 오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하자, 점장은 "협상 안 오면 끝나는거다"라며 "노조한테 전화할 필요는 없고, 비노조원한테 전화한 이유가 있다. 제가 한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흘려달라. 사람은 이미 6~7명 준비하고 있다"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분노한 택배연대노조 측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롯데에비뉴엘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윤리 경영 실천을 요구했다. 박 사장은 평소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결과적으로 손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진심있게 일하는 것이 최선'이란 경영철학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에도 윤리 경영을 강조하며 실천 방법까지 기재돼있다. 하지만 직원 해고를 위해 위장 폐업 지시하거나 고객들을 기만하는 거짓 고시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적극적인 해명이나 해결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허장성세(虛張聲勢-헛되이 목소리의 기세만 높인다는 뜻)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녹취록을 제공하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면서도 "김성현 울산지점장의 녹취록은 예전에 개인적 친분에 의해 통화를 한 걸로 알고 있다. 재계약 과정에서 원만하게 합의되지 않아 대체 대리점을 찾은거고 그게 나물주 대리점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수료 논란에 대해선 "경영 상황에 따라 나중에 지원금이 더 필요하면 더 줄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전과 비교했을 때 고정적으로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바꾼 것이지, 노조나 대리점 이런 것들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잘못된 문자 메시지 발송은 문제점을 파악하자마자 즉각 수정된 내용의 메시지를 고객분들에게 보내드렸다. 해당 내용은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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