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 제7조, 8조, 12조, 34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진 23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공영방송 앵커 출신 답게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검찰사무를 규정한 검찰청법 조문을 또렷이 읽어나갔다. 표결에 앞서 원내대변인 자격으로 탄핵소추안 제안이유를 낭독한 배 의원은 당에서 주장하는 검찰청법 위반 사유를 하나하나 제시했다. 부결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이날 통합당에 중요한 건 명분과 기록이었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동의는 없었다. 찬성 109명, 반대 179명, 무효 4명으로 탄핵소추안은 부결됐다.
◇ 제8조 '장관은 검사에게 관여 말라'
제안설명에서 통합당이 문제 삼은 핵심은 지난 2일 추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이다. 배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수사 중인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손을 떼라고 한 건 검찰청법 제8조 위반이라 했다. 추 장관은 서면지휘서(사진)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라고 윤 총장에 지휘했다. 배 의원은 "(추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있어서 위법·부당한 지휘권을 행사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또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총장에게서 지휘권을 빼앗는 지휘는 구체적 사건에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조항을 무력화했다는 얘기다.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총장에게 역할이 있다는 전제로 장관에게 지휘권을 부여한 것인데 지휘권 박탈은 이 취지에 어긋난다.
◇ 제7·12조 '검찰총장 지휘를 보장해라'
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라 지휘한 것 역시 탄핵소추 사유가 된다고 통합당은 주장했다. 추 장관은 서면지휘서에 "(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을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이라 적었다.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정한다.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의 소속 상급자는 각각 서울고검장과 총장이다. 어떻게든 수사 상황을 보고받게 돼 있는 총장의 권한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을 지휘 선상에서 배제한 건 동시에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 위반이라는 점도 언급됐다. 해당 조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총장이 수사 결과만 받아보고 이전 수사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검사를 지휘하고 감독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상 '식물 총장'이 된 셈이다.
◇ 제34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이성윤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오를 때 인사도 문제가 됐다. 이 검사장은 검찰 안팎에서 친정부 인사로 꼽힌다. 지난 1월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 추 장관은 대검을 상대로 의견수렴 절차를 건너뛰었다. 결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던 이 검사장은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중앙지검장에 올랐다. 동시에 윤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은 수사권이 없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다. 한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조 전 장관 일가를 상대로 특별수사를 진행한 인물이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한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의견을 듣지 않으면서 한 검사장은 6개월 만에 반부패부장에서 내려와야 했다. 통상 대검 참모직 보직 임기는 1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좌천성 인사'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한 검사장은 재차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한직인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나면 보통 옷을 벗으라는 '대기발령'으로 이해된다.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추 장관은 "수사가 끝나면 감찰에 들어가서 살펴보겠다"며 한 검사장을 또다시 몰아붙였다. 연수원은 법무부 산하에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 장관은 연구위원을 상대로 직접 감찰을 명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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