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일본계 JT저축은행 입찰 흥행 찬물, '제2의 론스타' 우려나오는 이유
[WIKI 수첩] 일본계 JT저축은행 입찰 흥행 찬물, '제2의 론스타' 우려나오는 이유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9.18 16:55
  • 수정 2020.09.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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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저축은행 최성욱 대표. [사진=JT저축은행]
JT저축은행 최성욱 대표. [사진=JT저축은행]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그룹이 올해 안으로 자회사 JT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 대상으로 유력하게 점쳐졌던 JB금융그룹과 군인공제회 산하 한국캐피탈은 입찰을 포기했다.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인수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론스타 사태를 연상시키는 밀실매각·국부유출 논란을 잠재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JT저축은행 매각을 주관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지난 15일 J트러스트의 JT저축은행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예비입찰에 이어 실사까지 참여해 입찰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JB금융과 한국캐피탈 등 금융사는 불참했다. 대신 홍콩계 사모펀드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와 재무적투자자(FI) 두 곳이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은 이미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보유하고 있어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현재 규제상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 3개 이상을 소유·지배할 수 없고,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금융지주들에게 지나친 외형 확대를 자제하라고 당부한 바 있어 부담이 크다. 

JT저축은행은 수도권 기반 대형 저축은행인 만큼 업계에선 ‘대어’로 꼽힌다. JT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2014년 말 출범 당시 4296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조416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총 수신은 1조2956억원으로, 총 여신은 1조1817억원에 달한다.

JT저축은행의 전신은 지난 2006년 예금보험공사가 출범시킨 예아름상호저축은행이다. 예아름상호저축은행은 좋은상호저축은행, 대운상호저축은행, 홍익상호저축은행 등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아 설립됐다. 이후 2008년 스탠다드차타드가 인수하면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저축은행(SC저축은행)으로 이름이 변경됐고, 지난 2015년 J트러스트가 지분 100%를 인수했다. 

JT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게 된 배경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과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 주를 이뤄 업황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을 통해 계열사인 JT친애저축은행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매각에 필요한 남은 절차들은 J트러스트가 일본계인만큼 일본 현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JT저축은행의 자산가치를 고려할 때 매각가가 1000억원대 중후반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계인만큼 먹튀 논란에도 휩싸였다. 주요 고객인 서민의 예금으로 자금을 모아 고금리 대출로 이익을 내 매각차익을 최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론스타가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최소 4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론스타 사태’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예외승인을 받은 론스타 사태처럼 J트러스트가 JT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도 유사한 점이다.

그런가 하면 계열사인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 5월 첫 주주 배당을 실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총 배당액은 182억1180만원이며 배당 성향은 2019년 당기순이익(314억원) 대비 약 58%다. 사측은 배당으로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계열사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일본 본사로 자금을 빼내간다는 '국부유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앞서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또한 국내에서 번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본사에 보내 비판을 받고 있다.

JT저축은행 노동조합 측은 사측이 고용안정 협약을 무시하고 밀실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JT저축은행지회는 지난달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매각을 "전형적인 먹튀"라며 "매각이 성사된다면 J트러스트는 3배 가까운 매각 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 없는 매각을 반대하며 회사의 지속경영과 서민금융 생태계를 훼손하는 사모펀드나 대부업체로의 매각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는 경영참여보다 투자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정리 해고 등 대규모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어 "J트러스트가 밀실매각을 통해 매각 이익을 최대화하고 자금을 신속히 국외로 유출시키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 없는 졸속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힘을 합쳐 투쟁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트러스트는 올해 중으로 매각 절차를 끝낼 계획이라고 시사했다. 과거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인수가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 외환노조 측과의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절차가 지연된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노사 간 갈등을 잘 봉합해야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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