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재계 큰 별 영원히 잠들다…화성서 '마지막 출근'(종합2보)
[이건희 별세] 재계 큰 별 영원히 잠들다…화성서 '마지막 출근'(종합2보)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10.28 16:42
  • 수정 2020.10.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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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재계 인사·삼성 임직원 등 참석
추도사부터 추모영상 상영·헌화 등
감정 북받친 이부진…이재용이 부축
운구차, 자택 일대와 화성사업장 들러
28일 오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운구 차량과 그 뒤를 잇는 유족들이 탑승한 버스. [사진=정예린 기자]
28일 오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운구 차량과 그 뒤를 잇는 유족들이 탑승한 버스. [사진=정예린 기자]

지난 25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타계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이 28일 오전 엄수됐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 20분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내 암병원 지하 강당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약 50분 가량 이어진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의 약력 보고로 시작해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의 추도사, 이건희 회장의 생전 활약상과 지인의 인터뷰를 담은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로 끝이 났다. 

이수빈 회장은 지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메인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필규 회장은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이전 어린 시절 이건희 회장의 비범함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몰두하는 모습, 반도체 산업 진출을 아버지인 선대 회장에게 진언한 일화 등을 회고했다. 

김 회장은 고교 은사인 한우택 선생이 고인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이 전축, 라디오, TV로 가득했고 이 회장이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고 있던 모습 본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라며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모영상에서는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 

28일 오전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을 마치고 나오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정예린 기자]
28일 오전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을 마치고 나오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정예린 기자]

영결식에는 상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등 범 삼성가 인사들도 함께 자리했다. 

재계에서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오너 일가와 관계가 두터운 이들이 함께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권오현 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전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이인용 사장 등 일부 삼성 전·현직 주요 사장단도 참석했다. 

28일 오전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을 마치고 나오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정예린 기자]
28일 오전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을 마치고 나오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정예린 기자]

오너 일가는 약 50여분이 지난 오전 8시 22분께 운구 차량으로 이동하기 위한 승합차에 탑승하기 위해 침통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결식 참석 전부터 부친을 잃은 슬픔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이부진 사장은 감정에 북받쳐 계속 눈물을 흘렸다. 상주인 이재용 부회장은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을 부축하는 등 상주 역할을 담담하게 이어갔다. 

이후 장례식장으로 돌아온 유가족들은 오전 8시 50분께 고인이 안치된 운구 차량과 그 뒤를 잇는 버스에 탑승해 장지로 이동했다. 

운구차는 장지로 최종 이동하기 전 고인의 발자취가 담긴 용산구 한남동 이건희 회장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 리움 미술관 등 자택 일대와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장을 들렀다. 

승지원은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집을 개조해 만든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생전 이 회장은 이곳을 집무실로 많이 이용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고인의 운구차량이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고인의 운구차량이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전 11시께 화성사업장에 도착한 운구차량은 약 25분간 머물렀다. 지난 2014년 5월 쓰러진 이후 6년 5개월만의 출근이자 고인의 마지막 출근이었다.

도착 2시간 전부터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회사에서 준비한 3000여 송이의 국화를 받아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약 2km에 달하는 사업장 내 도로 양판에 4~5줄로 늘어섰다. 운구행렬 도착 직전에는 라인근무자 등 더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고인의 마지막 출근길을 지켜봤다. 일부 임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고인이 직접 첫 삽을 뜨고 생산까지 이뤄낸 16라인 앞에서는 이 부회장 등 유가족들이 모두 하차해 고인을 추억했다. 

유족들은 과거 이건희 회장의 16라인 방문 당시 모습이 담긴 2분짜리 동영상을 지켜봤다. 이후 방진복을 입은 남녀직원이 16라인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버스 탑승 전 임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장례식장에서부터 함께 이동한 전·현직 주요 경영진뿐 아니라 현장 임직원들, 협력사 직원들도 함께 나와 고인을 배웅했다. 인근 주민들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이건희 회장은 2004년 반도체 사업 30주년 기념 행사를 포함해 2003년, 2010년, 2011년 등 화성사업장에 4차례 방문한 바 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기공식과 준공식에 모두 직접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장지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윗대를 모신 수원 가족 선영이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이어진 이건희 회장의 장례는 4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삼성 측에서 외부 조문과 조화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정재계의 추모 행렬이 나흘간 계속됐다. 

28일 오전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 직후 이재용 부회장이 승합차에 탑승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28일 오전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 직후 이재용 부회장이 승합차에 탑승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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