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링컨과 트럼프… ‘불복정치’ 대혼돈으로 빠져드는 미국
[미 대선] 링컨과 트럼프… ‘불복정치’ 대혼돈으로 빠져드는 미국
  • 유진 기자
  • 승인 2020.11.10 09:47
  • 수정 2020.11.1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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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앙심과 두려움을 품고 레임덕에 빠진 현직자”
미국 남북전쟁 [AP=연합뉴스]
미국 남북전쟁 [AP=연합뉴스]

18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노예제 폐지’를 내건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과 맞붙은민주당의 스티븐 더글러스는 남부 지지층을 향해 ‘링컨 대통령 취임이라는 모욕을 받아들이지 말자”고 외쳤다.

더글러스의 선동 메시지가 기폭제가 되어 미국은 남북전쟁으로 피바다가 됐다. 무려 6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북전쟁의 후유증으로 미국은 수십년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 가운데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는 등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 향후 70여일은 미국 정치역사에서 가장 조마조마한 나날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죽기살기로 버티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의 탄핵 심판, 두 차례의 이혼, 6차례의 파산, 26차례의 성적 비위 혐의, 4천 건의 소송과 고소에도 살아남았지만, 이런 행운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와 함께 마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주와 시 차원의 수사는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이 이끄는 뉴욕주 검찰과 사이러스 밴스 지검장이 이끄는 맨해튼 지검이 진행하고 있다.

이들 두 기관은 독립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사업을 하면서 저지른 잠재적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사법권은 연방정부의 범위 밖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사면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으로 뉴요커는 전망했다.

지금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전무했다.

앞서 워터게이트 사건에 더해 탈세, 불법 자금 등의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했던 닉슨 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당하기 직전에 사임했고, 후임자였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사면해 기소를 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직 국가 지도자로 감옥에 갇히거나 탈세 사기를 벌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처럼 강제로 지역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법적 위협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뉴요커는 지적했다.

맨해튼 지검에서 벌이고 있는 '성추문 입막음' 의혹 수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옛 집사인 마이클 코언이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이 관여했는지를 파헤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납세, 보험사기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이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 2명의 입을 막기 위해 거액을 준 것과 관련된 수사다.

당시 검찰의 소장을 보면, 코언은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았고,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벌인" 불기소된 공모자 '개인1'의 조력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후 코언만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공모자로 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사는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워싱턴에서 열린 '스피릿 오브 아메리카' 박람회 행사 도중 전시된 야구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전 세계는 그의 나홀로 선거 불복 움직임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워싱턴에서 열린 '스피릿 오브 아메리카' 박람회 행사 도중 전시된 야구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전 세계는 그의 나홀로 선거 불복 움직임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전직 고위공직자는 뉴요커에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검찰이 수사를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만약 검찰이 트럼프가 직무에서 물러나자마자 수사를 중단한다면 그게 정치적이었다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유죄 선고를 받게 하려면 검찰은 트럼프가 사기 등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글로 적지 않고,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간접적인 수단을 동원해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습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옛 집사 코언은 현재 연방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고 있고, 검찰에 4차례 증언한 바 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노먼 오언스타인 미국기업연구소 정치학자는 "뉴욕주 검찰이 탈세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을 철창에 가둘 가능성은 99.99%"라면서 "이는 벌금으로 끝나는 범죄가 아닌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 연설을 하기 직전까지 '레임덕 대통령' 트럼프가 여전히 군 최고사령관의 권한과 사면권을 포함한 각종 행정특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 전문가와 언론은 트럼프의 레임덕 72일이 미 역사상 가장 위험한 기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는 레임덕 동안 가족·기업의 거래 및 탈세 관련 수사, 성폭행을 포함한 각종 형사소송과 관련해 이른바 '백지 사면(blanket pardon)'을 할 수 있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의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1974년 '닉슨이 재임 중 저질렀거나,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연방 범죄 일체'를 사임한 전례가 있다. 당시 닉슨은 검찰에 어떤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는데 포드는 선제적으로 사면한 것이었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다른 임기 말 대통령도 레임덕 기간 측근 인사를 포함해 대규모 사면을 몰아서 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통령의 경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65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300건 등이다. 다만, 차이점은 트럼프가 본인·가족을 사면한다면 '셀프 사면'이란 새로운 기록을 만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해 쓴소리를 해 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해고하는 '몽니'를 부리거나, 다수당인 상원을 활용해 연방 판사를 대거 임명하는 등 '말뚝박기 인사'도 할 수도 있다. 레임덕 기간 법관 인사 알박기는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연방당)이 1801년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민주공화당) 취임 전 수십명의 법관 인사를 한 게 최초 사례다.
  
대통령직 수행과 관련한 중요한 문건을 파기하고, 비밀을 해제해 공개하는 등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를 방해할 수도 있다. 미국이 아무리 법으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도 수천 명의 고위 정무직이 뒤바뀌는 정권교체 과정이 순탄할 수만 없기 때문이다.

윌리엄 애들러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NBC 방송 기고를 통해 28년 전 빌 클린턴(민주당)→조지 W 부시(공화당) 정권으로 교체 당시 새로 입주한 부시 측 직원들은 백악관 컴퓨터 키보드에 'W' 자판만 사라진 걸 발견하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중간 이름 이니셜 'W'를 일부러 빼간 것인데 이번 정권 교체기엔 이 정도 애교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
  
린지 체르빈스키 국제 제퍼슨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CNN 방송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는 2017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비밀 정보를 공유한 것처럼 마지막 두 달 동안 정치적 목적으로 고도로 민감한 정보를 비밀 해제를 하거나 정보 출처도 공개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은 물론 동맹국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와 관련해선 2020년 1월 3일 의회 승인 없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로 폭사한 것처럼 미국을 전쟁의 위험에 빠뜨리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전 세계 국가가 트럼프의 승복 가능성과 조속한 시일 내 미국 민주주의의 복원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이런 연유다.

그는 또 "참모들에 자신의 비리 증거가 될 가능성 있는 중요한 문서를 파기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임덕 대통령에게 가장 우려되는 상황 중 하나는 자신의 선거 불복을 위해 충성파 지지자를 부추겨 전국적 소요 사태를 선동해 미국을 국가적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애들러 교수는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앙심과 두려움을 품고 레임덕에 빠진 현직자"라고 표현하면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인 내년 1월 20일까지 11주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기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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