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김경수 항소심' 유죄 심증 굳힌 '26초 無로그'
[WIKI 프리즘] '김경수 항소심' 유죄 심증 굳힌 '26초 無로그'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11.12 16:25
  • 수정 2020.11.1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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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16분 시연 중 3분간 중복 로그 정체는
변호인 "모바일·PC 동시접속 개발 정황" 주장
재판부 재반박, "3분 中 26초는 PC 로그 없다"
킹크랩 개발자 '둘리'가 참관장소 왔다간 시간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운용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인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운용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인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 2심을 앞두고 새로이 꾸려진 변호인단은 1심에서 다루지 않은 쟁점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변호인단이 우선순위를 둔 쟁점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운영자 '드루킹'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하고 김 지사가 참관했다는 시간대 알리바이였다. 특별검사가 시연 시간대로 특정한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쯤엔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닭갈비를 먹었기에 물리적으로 킹크랩 참관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은 김 지사가 경기 파주에 위치한 경공모 사무실인 '산채'에 두 번째 방문한 날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고기를 구워 먹은 건 분명히 기억이 난다'고 증언하면서도 정작 닭갈비는 떠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김 지사가 먹었다는 '고기'는 그가 처음 산채에 왔을 때인 그해 9월 28일 먹은 '한우'였다. 특검은 경공모 회원 '솔본아르타'가 해당 날짜에 파주축협에서 산 체크카드 내역을 제시했다. 

언론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변호인단이 내놓은 두 번째 쟁점은 '중복 로그' 존재다. 특검이 공소사실에 특정한 김 지사 참관 로그는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15초부터 오후 8시 23분 53초까지 16분 38초 동안 모바일 접속 기록이다. 그런데 킹크랩 구동에 사용된 3개 계정 중 하나는 킹크랩 개발자 '둘리'가 같은 날 오후 8시 20분 52초부터 오후 8시 24분 6초까지 경공모 사무실 PC를 접속할 때 이용한 계정이기도 하다. 3분가량 존재하는 중복 로그는 둘리가 휴대전화와 PC를 동시 사용해 킹크랩을 개발하던 정황이라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이 부분은 1심에서 다뤄진 것이지만 "시연에 사용됐다는 당시 휴대전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구형으로 '슬립' 기능이 없었다"는 변호인단 주장과 결합해 새로운 쟁점을 형성했다. 휴대전화 전원 버튼을 눌러 프로그램 작동을 멈추는 슬립(sleep) 기능이 없었다면 '시연 중 강제중단'이 아닌 '개발 중 멈춤 오류'일 수 있는 까닭이다. 형사 판결은 다른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유죄가 나온다. 

시연일 기준 킹크랩은 6단계 동작을 9번 반복하는 작업을 3개 계정 '452 ID' '24 ID' '444 ID'에서 되풀이했다. 6단계 동작이란 ①포털사이트 네이버 로그인 후 모바일 메인화면 이동 ②뉴스 기사 화면 이동 ③기사 '좋아요' 클릭 ④댓글 '공감순' 정렬 클릭 ⑤첫 번째 댓글 '공감' 버튼 클릭 ⑥두 번째 댓글 '공감' 버튼 클릭을 순차 진행하는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명령을 말한다. 킹크랩을 정상 시연했다면 이들 동작은 중간에 끊김 오류가 없어야 한다고 변호인단은 재판 내내 말했다. 특검이 증거로 제출한 로그에선 452 ID가 2단계만 진행한 후 24 ID로 넘어가는 동작이 있었다. 당시 휴대전화 안드로이드 수준으론 '강제 중단'이 어려운 점을 미뤄 시연이 아닌 개발 흔적이라고 변호인단은 강조했다. 변호인단 입장에선 중복 로그 존재는 둘리가 개발을 시연이라 달리 말한 '허위 증언'의 근거다. 

둘리 증언이 무너지면 드루킹 증언도 허물어지는 구조다. 특검 공소사실에 따르면 둘리는 산채 강의실에서 시연 초반 김 지사, 드루킹과 같이 있었다. 그러다 "잠시 나가 있으라"는 드루킹 지시에 킹크랩 구동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놓아두고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둘리는 밖에서 대기하며 444 ID로 자동 로그인 돼 있는 PC를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 드루킹 지시에 따라 재차 강의실에 들어온 둘리는 킹크랩을 구동 중인 휴대전화를 회수했다. 둘리는 다시 강의실을 나오면서 전원 버튼을 눌러 킹크랩 작동을 강제 중단했다고 기억했다. 드루킹 진술도 같았다. 다만 변호인단은 당시 둘리 동선은 무엇인지 설명해야만 했다. 

재판부는 444 ID로 접속한 PC 로그 기록에 주목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시연 로그가 있던 시간대에 실제로는 둘리가 본인의 휴대전화와 PC를 동시에 사용하여 킹크랩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라 주장했다. 재판부 검토 결과 당시 PC 로그는 자동 명령에 따른 킹크랩 구동이 아닌 사람이 직접 기사 페이지에 접속해 댓글을 작성하는 수(手)작업을 가리켰다. 둘리가 법정에서 'PC로 네이버 기사에 댓글 수작업 중 경공모 카페에 들어가려다 444 ID에 자동 로그인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그아웃했다'고 증언한 것과 일치한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개발 정황'이라며 근거로 제시한 444 PC 로그 기록이 되려 시연 사실을 입증한다고 판단했다. 킹크랩이 강제 중단된 오후 8시 23분 53초 약 17초 전인 오후 8시 23분 36초부터 둘리가 카페 '두루미마을'에 접속을 시도한 오후 8시 24분 2초까지 26초 동안 로그 기록이 전혀 없는 탓이다. 중복 로그 중간에 '미(未)중복 로그'가 있는 셈인데, 재판부는 이때 26초를 '드루킹 호출을 받고 둘리가 다시 강의장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를 챙겨 나온 시간'으로 추론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무(無) 로그'가 시연이 있었다는 드루킹과 둘리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로서 그 신빙성을 보강하는 증거로 보일 뿐"이라고 판시했다. 변호인단이 오히려 재판부에 유죄의 증거를 제공해준 모양새다. 

재판부는 킹크랩을 구동한 흔적인 로그만으로 시연과 참관이 있었다고 판단한 게 아니라고 못 박았다. 판결문에는 "특검 주장 시연 로그가 본래 가치 중립적이어서 그 자체로 시연이라고 볼 수 있다든가 아니면 개발을 위한 테스트이므로 시연이 아니라든가 일도양단하여 판단할 수는 없다"고 나온다. 김 지사가 받는 '컴퓨터 업무방해' 혐의에 마찬가지로 실형 2년을 선고한 1심이 '로그가 객관적 증거라지만 그 자체로 시연 사실을 증명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비판을 받은 걸 의식한 대목이다. 변호인단이 미처 보지 못한 '26초의 공백'을 발견한 2심은 대신 '로그 해석론'을 판결문에 적었다. 재판부는 "로그의 존재 및 그 흐름이 의미를 가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은 바로 직접 피고인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하였다는 드루킹, 둘리의 '기억'과의 연관성"이라고 역설했다.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드루킹 일당의 주요 진술 대부분은 시연일 특정 전에 나왔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디지털 증거는 본래 가치 중립적이지만 사람의 말이 진실한지 판단을 돕는 '거짓말 탐지기'로 작동한다고 김 지사 항소심 판결은 말한다. 

*기사 본문에 등장하는 '드루킹' '둘리' '솔본아르타'는 '경제적공진화모임' 운영자인 김동원씨와 회원인 우경민씨, 양상현씨를 각각 가리키는 온라인상 필명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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