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뚫어놓자' 마이너스통장 역대최대…실제사용액은 30~40%뿐
'일단 뚫어놓자' 마이너스통장 역대최대…실제사용액은 30~40%뿐
  • 강혜원 기자
  • 승인 2020.11.29 08:08
  • 수정 2020.11.29 0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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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액 신용대출 대상 규제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고액 신용대출 대상 규제 [사진=연합뉴스]

마이너스 통장 한도까지 더해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가 임박하자 '일단 뚫어놓자'는 가(假)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마이너스 통장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이너스 통장에서 이뤄지는 대출은 한도의 30∼40%에 불과할 만큼 이용률이 저조한 상태다.

상당수 소비자가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미리 개설했다는 뜻인데, 은행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통장 사용 실적이 저조하면 대출 한도를 깎는 경우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 규제 발표 후 마이너스통장 3.5배로…신용대출잔액도 2.2조↑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1일(하루) 신규 개설 마이너스 통장 수는 지난 23일 6천681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3일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직전인 12일 1천931개의 3.5배에 이르는 규모다. 23일 전후로도 ▲ 20일 6천324개 ▲ 24일 6천324개 ▲ 25일 5천869개 ▲ 26일 5천629개 등 꾸준히 5천 대 후반을 웃돌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존재하는 은행 내부 통계로서는 최근 하루 설정되는 마이너스 통장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마이너스 통장 개설 러쉬'의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이 오는 30일부터 연 소득 8천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포함)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한다고 13일 예고했기 때문이다.

30일 규제 시행 이후부터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가 모두 신용대출 총액에 합산되는 만큼, 규제에 앞서 미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한도를 최대한 늘려놓으려는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직장인 김 모 씨(45·서울 은평구)는 "27일 점심을 먹다가 상당수 동료가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새로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급한 마음에 당장 그날 오후 주거래 은행 외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1개 더 개설, 마이너스 통장 합산 한도를 2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금융당국 규제가 발표된 13일 이후 26일까지 14일간 2조1천928억원(12일 129조5천53억원→26일 131조6천981억원)이나 불었다.

◇ 마통 이용실적 미미하면 한도 20% 축소도…"충당금 부담 때문"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통한 대출(한도거래대출 또는 통장자동대출)의 실제 이용률은 생각보다 낮은 편이다.

4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소진율(마이너스 통장 대출 사용액/최대 한도 설정액) 통계를 보면 이달 26일 현재 32.6∼43.5%, 평균 38% 수준이다. 5대 은행 중 나머지 한 은행은 60%를 넘지만, 이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소진율 통계에서 아예 제외한 결과라 묶어서 볼 수 없다. 소진율 0% 대출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소진율은 업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해당 은행의 설명이다.

소진율이 38%라는 것은, 예를 들어 5대 은행에서 사상 최대 규모(6천681개)의 마이너스 통장이 만들어진 지난 23일 총 3천518억원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설정됐는데, 기간을 두고 지켜보면 이 가운데 평균 38%(1천337억원) 정도만 실제 대출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개별 차주(돈 빌린 사람)의 마이너스 통장 소진율이 너무 낮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7월 말부터 약정금액이 2천만원을 넘는 신규 또는 기한연장 마이너스 통장에 대해 소진율에 따라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신규 약정(기한연장)일로부터 만기일 3개월 전까지의 평균 대출한도 소진율이 10% 이하면 약정 한도의 20%를 깎은 뒤 기한을 연장해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소진율이 낮은 한도 대출에 대한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설정된 마이너스 통장 한도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갱신 과정에서 고객과 협의해 한도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은행권 이미 신용대출 규제 돌입…당국 지침보다 '더 조이기'

금융당국이 30일 시행을 예고한 신용대출 규제의 핵심은 연 소득 8천만 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받는 것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아울러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규제 적용 예정일은 30일이지만, 사실상 이미 은행권은 1주일 앞서 지난주 초부터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상태다.

KB국민은행은 23일부터 신용대출이 1억원(KB국민은행과 타행 신용대출 합산)을 넘는 차주에 'DSR 40% 이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어서면 무조건 DSR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연봉 8천만원 초과자' 대상의 금융당국 지침보다 규제 강도가 더 센 것이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소득에 비해 과도한 신용대출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23일 이후 연소득의 200% 안에서만 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미 27일 자정(28일)부터 연소득 8천만원 초과 차주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규제에 돌입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30일부터 당국 지침 외에도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의 한도를 기존 1억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올원직장인대출'과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량등급 우대금리(기존 0.3%포인트)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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