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포커스]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WIKI 포커스]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2.08 17:45
  • 수정 2021.02.0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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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노동이사제', 공공기관 중심으로 추진 논의
금융권 중에는 IBK기업은행이 가장 높은 가능성
금융사는 노조 측 이사가 선관주의 의무 다할지 우려
"이사 특수성·의무 고려했을 때 노동이사제 도입 어렵다"
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꼽히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재계 노사 간 샅바 싸움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은 안 그래도 최근 정부가 금융사를 주무르는 '관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해당 제도는 이사회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마치 공산당의 재림처럼 느껴진다는 비판이다.   

노동이사제는 자사 근로자가 이사회 의결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채택했다. 해당 제도를 통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공공부문의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주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추진 논의 중에 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지난 2016년 관련 조례를 제정해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서는 이를 근거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서울시는 당시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그 중 노사갈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노사관계 회복과 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도입될 기미도 보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이달과 내달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노동조합(노조)추천이사제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기업은행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의 노사공동선언문에 합의한 바 있다. 윤 행장은 당시 "노조가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분을 추천하고 그 분이 은행 발전에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에서 노동이사제가 의결이 되면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여타 국책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외 노동이사제 도입에 실패한 금융 공공기관들도 합의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금융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융사 노조 측은 주로 사외이사 선출에 우리사주조합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란 회사 근로자들이 자사 주식을 매입해 만든 주주조합이다. 반면 금융사들은 특수성에서 벗어나 금융지주를 기업으로 본다면 부작용이 많다며 우려하고 있다.

먼저 금융지주는 주식회사인만큼 주주와 경영자, 근로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결합돼 있다. 이중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내는 활동과 해당 이익을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권을 남발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임무를 위해 의사결정과 업무를 도맡아 한다"라며 "이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아직은 노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노동이사제는 합의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중국의 국영기업 길들이기와 뭐가 다르냐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기업들이 공산당의 지배를 받고 있어 사실상 국영기업이나 다름 없는데, 공산당이 내정한 이사들이 상당 부분 의사결정을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정치권과도 연줄이 있는 강성 노조가 회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 최근 실종됐다는 설이 있었는데 그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과의 마찰이 있었다"라며 "마윈은 알리바바 이사 선임에 공산당 간부 내정을 거부한 적이 있었고 공산당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계나 방송계에선 현재 정부와 밀월 관계에 있는 강성 노조가 의사 결정을 도맡는 곳이 있는데, 이사의 독립성과 특수성, 의무를 고려해보면 노사관계가 불분명한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는 아직 먼 나라 얘기"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와 이익공유제 등 관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손실흡수 제고 차원에서 금융지주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정치권은 코로나19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며 채무자들의 대출 상환유예 제도 연장은 물론, 이익공유제 차원의 이자멈춤법도 제안했다. 관계자는 "노조의 핵심인 우리사주조합 또한 최근 주가하락 등으로 불만이 큰 것으로 안다"라며 "현재로선 노사문제보다 금융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상법개정안 발의가 이뤄졌다. 해당 상법개정안은 사외이사 선출에 근로자 우리사주 조합 및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선출권을 도입하는 것과 사외이사 중 1인을 근로자 대표가 추천한 인물로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안은 폐기됐다. 

상법개정안 폐기에도 금융사 노조 측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시기마다 노동이사제 합의를 주장해왔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했지만 주주총회에는 지금까지 가결되지 못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해 11월 20일 주주총회를 열어 우리사주조합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다뤘으나 끝내 통과되지 않았다. 우리사주조합은 임직원이 회사 주식을 취득해 만든 주주조합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찬성률은 한 자릿대에 그쳤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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