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사태로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 대만 현지 풍경
[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사태로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 대만 현지 풍경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3.21 06:24
  • 수정 2022.03.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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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1년 ‘쌍십절’(10월 10일, 건국기념일) 경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_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1년 ‘쌍십절’(10월 10일, 건국기념일) 경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_연합뉴스]

CNN 방송은 2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는 대만 사람들의 시각과 대비 태세에 대해 보도했다.

보통 때라면 변호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대장장이로 일하고 있을 대만 사람들이 지난주 군복을 입고, 완전 군장 차림으로 장거리 행군에 나서는 등 전투 훈련에 임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중국의 군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400여 명의 이들 남성들은 기간이 늘어난 비상훈련에 처음 참가하는 대만의 예비군들이다. 대만 정부는 이번 달 대만의 전투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예비군 훈련 기간을 7일에서 14일로 늘린 바가 있다.

분석가들은 다른 여러 움직임들 중에서도 특히 강도 높은 군사 훈련 일정은 대만이 있을지 모를 중국의 침공 위협에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고 말한다. 대만 사람들의 이러한 두려움은 일부 사람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존재론적 위협을 비교하면서 최근 더욱 부각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중국 공산당이 2400만 명이 거주하는 자치정부 대만을 필요한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재통일하겠다고 공언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처지가 같지 않다고 일소에 붙이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나아가 지난해 대만 인근으로 사상 최대 횟수로 전투기들을 날려 보내기도 했다. 대만은 중국 동남부 해안에서 200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대만의 이 같은 군사 훈련 강화 움직임은 벌써 베이징 당국의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중국의 국무원대만사무판공실(Taiwan Affairs Office)은 이 같은 움직임을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만의 이러한 태도는 매우 위험한 행보이다.”

판공실 대변인 주 팽리안은 지난 수요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의 집권 민주진보당을 지칭하며 이렇게 비난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만 사람들을 분리주의에 결속시킴으로써 스스로 재앙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군사 훈련 강화가 베이징 당국을 화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 전문가들과 법률가들은 대만이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 중 하나로부터의 잠재적 침공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만으로부터 지구 반 바퀴의 먼 거리에서 벌어지고는 있지만 이 전쟁은 대만 정부의 대비 태세와 관련하여 격렬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대만의 대비 태세는?

지난달 러시아가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밀어붙이기 전부터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것이라는 공포가 번지고 있었다.

중국은 지난 몇 달 동안 대만해협 인근에서 공군과 해군의 합동훈련 실시뿐만 아니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전투기를 규칙적으로 날려 보내는 등 대만 섬 인근에서 전투준비 훈련을 전개했다고, 중국 관영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만 당국은 올해 들어 방위비 예산을 기록적으로 책정하며 맞서고 있으며, 중국과의 비대칭적 군사력을 보강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87억 달러를 추가로 소비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만일의 경우 중국 본토의 군사 시설들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 구입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대만 당국은 전원이 지원병으로 구성된 16만 명의 군인 숫자를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만은 유사시 투입될 1백만 명 이상의 예비군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전체 군사력 규모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1/10이 되지 못한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침공을 당했을 경우 이들 예비군들이 중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녀는 러시아의 침공을 격퇴하기 위해 일반 국민을 무장시킨 우크라이나 정부와 비교를 꾀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최근 상황은, 국제사회의 지원과는 별개로, 우리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통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토요일 군사훈련을 참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훈련은 모두가 나서서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는 정신을 일깨웁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예비군 모두는 우리 고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면적 국가 수호(all-out defense)’ 전략은 대중의 군사적 인식 함양을 목표로 하여 상황이 필요할 경우 일반 대중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만의 현행 법률 하에서는 19세에서 36세까지의 모든 전투 가능 남성들은 4개월간의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필하도록 되어있다.

이 군사훈련을 마친 뒤에도 일부는 예비군에 편성되어 이번 주 실시된 14일간의 훈련처럼 추가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 새로운 훈련 체제는 예비군에게 전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더 긴 의무 훈련 기간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대만 타이페이에서 벌어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 모습 [타이페이=AFP연합뉴스]
지난해 대만 타이페이에서 벌어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 모습 [타이페이=AFP연합뉴스]

대만은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는가?

지난 주 상당수 대만 국회의원들은 당파를 떠나 대만의 의무 군사훈련 기간이 연장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예비군 부대의 편성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야당인 국민당의 우쓰화이 의원은 대만의 전투 가능한 남성들은 1년 동안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4개월로 줄어들었던 의무 훈련 기간을 예전의 1년으로 다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 총통실은 일요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의무 훈련 기간을 늘릴지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대만 공군 부사령관 출신의 장 양팅은 의무 훈련 기간을 늘려야 할 긴급한 사유가 발생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1년 이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전시에 대비해 충분히 훈련될 수 있도록 징병 기간 확대를 포함해 우리의 군사 전략을 업그레이드 해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교훈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비교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이번 주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해서 관측통들이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비교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미래는 양안관계의 평화적인 발전과 중국의 재통일에 근거한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권을 훼손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의 주권 원칙을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있을 수 있는 중국의 대만 침공 전개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은 섬으로, 중국이 침공할 경우 사상 최대의 수륙양용 작전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대만이 일본과 1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정학적 근접성 때문에 지역적인 대응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대만은 스마트폰에서부터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소요되는 반도체 칩 생산의 글로벌 리드 국가이다. 그래서 침공이 이루어질 경우 세계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대만 침공에 대한 글로벌 셈범을 변화시킬 겁니다.”

대만글로벌연구소(Global Institute Taiwan)의 마이클 콜은 이렇게 예견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분석가들은 대만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대만 공군 부사령관 출신의 장 양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 국가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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