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환영 입장을 거듭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적 발표를 환영한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의 민감한 역사 문제에 대한 논의가 결론에 도달했다"고 논평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양자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단계를 구축해 가기를 장려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중요한 2개 동맹이며, 양국의 관계 강화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향한 진전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자 관계는 이 같은 자유롭고 열려있는 인도태평양이라는 공동 비전의 핵심"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는 이토록 많은 시간을 들여 이 핵심 동반자 관계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약 25회의 고위급 3자 회담을 이어 왔다"며 "우리는 더 번영하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삼각관계 강화를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 발표를 계기로 상반기에 미국, 일본 정상과 연쇄 회담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발판 삼아 잇단 회담을 통해 취임 초부터 강조한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이달 중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전날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먼저 발표하고 일본도 호응하면서 4년 만의 대통령 방일이 구체적으로 검토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의 16∼17일 방일 가능성을 보도했다.
당초 대통령실 안팎에서 거론되던 방일 시점(이달 하순)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진 일정이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하순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방미가 예정돼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시기, 형식, 의제 등에 대한 논의를 매듭짓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이 크다. G7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달 방일 이후 G7 정상회의까지 참석하면 2개월 만에 다시 일본을 찾는 셈이다.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이기도 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한미일이 3각 협력을 부각하는 모종의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정부는 그동안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아래 한일관계 개선을 일관되게 주문해 왔다.
한편, 한국과 일본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관한 해법을 내놓으면서 화해의 길을 닦은 것도 중국의 군사력 부상에 맞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친구들'이 동맹을 강화한 최신 사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최근 필리핀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정권의 친중(親中) 기조에서 벗어나 미군 주둔이 가능한 자국의 기지를 확대하고, 대만이 자국군 훈련을 위한 미군 주둔 병력을 대폭 늘리고, 호주가 핵잠수함과 관련해 미국 등과 밀착한 것이 앞선 사례들이다. 특히 일본은 국방 예산을 2배로 늘리고 미국과의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공개 언급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이 최근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적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평화적 일본'이 유지되기를 바라던 중국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역내 최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워싱턴으로서는 유일한 옥에 티였지만, 이날 발표는 일본의 한국 내 자산 압류 가능성이라는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단기적 위협을 해결하는 길을 제시했다고 WSJ은 평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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